한화 이글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최근 3연승을 질주한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LG 트윈스와의 승차를 3경기로 줄이며 꺼져가던 가을야구의 불씨를 되살렸다. 정규시즌이 아직 28경기를 남겨두고 있기에 포스트시즌을 향한 한화의 꿈도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올 시즌 강력한 상위권 후보로 거론되던 한화는 개막 후 예상과 달리 내리막길을 걸었다. 믿었던 선발진이 부상과 슬럼프로 무너졌고, 불펜진은 '혹사 논란'에 휘말리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러나 모두가 무더위에 지칠 때 서서히 승률을 회복하더니 어느새 중위권 경쟁까지 뛰어들었다. 그 중심에는 각각 타선과 마운드에서 한화의 뒤늦은 돌풍을 이끄는 '외국인 듀오' 윌린 로사리오와 파비오 카스티요의 활약이 버티고 있다.

로사리오, 실력과 인성 겸비한 강타자

로사리오 '홈런' 7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 리그 올스타전 나눔 올스타 대 드림 올스타 경기. 2회 초 무사 때 나눔 올스타 로사리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 로사리오 '홈런' 7월 1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6 KBO 리그 올스타전 나눔 올스타 대 드림 올스타 경기. 2회 초 무사 때 나눔 올스타 로사리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로사리오는 지난 28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7회 초 상대 투수 브라울리오 라라의 시속 150km짜리 강속구를 받아쳐 좌월 3점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으로 로사리오는 거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30홈런-100타점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올 시즌 에릭 테임즈(NC)와 김재환(두산)에 이어 3번째이며, 한화 타자로는 지난 2002년 송지만 이후 14년 만이다. 더구나 로사리오는 112타점을 기록하며 최형우(삼성)를 제치고 타점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로사리오의 눈부신 활약은 시즌 초반 위기를 극복하고 이뤄낸 것이라 더욱 가치 있다. 올 시즌 처음 한국 무대에 나선 로사리오는 4월 개막 한 달간 3할대 타율을 기록했으나 홈런은 1개에 그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곧 무너졌다.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에 성급하게 헛스윙을 하며 수많은 삼진을 당했고, 선발에서 빠지는 날도 잦아졌다.

보통의 외국인 선수라면 퇴출당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화와 로사리오는 달랐다. 한화 타격 코치들은 로사리오의 약점을 파악해 조언했고, 로사리오는 메이저리거의 자존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 야구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량도 소화했다.

로사리오의 노력은 마침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는 이용규, 정근우, 김태균에 로사리오의 장타력까지 더해진 한화 타선은 다른 9개 구단 투수진에게 두려움의 대상이다.

로사리오는 1999년 4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던 댄 로마이어, 2001년 0.335의 고타율과 함께 빠른 발과 안정된 수비를 겸비했던 제이 데이비스를 넘어 역대 한화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나이도 아직 27세로 젊어 한화와 궁합만 잘 맞는다면 7년간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데이비드처럼 장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로사리오는 한국 야구의 특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노력하는 외국인 선수라는 점에서 한화 팬들의 애정이 남다르다. 벤치에서는 동료 선수들과 격 없이 장난을 주고받고, 출루할 때마다 심판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로사리오의 인기는 한화를 넘어 전국구로 커지고 있다.

한화에서 다시 태어난 '실속형' 카스티요

역투 카스티요 지난 7월 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카스티요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 카스티요 지난 7월 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삼성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카스티요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로사리오가 연일 시원한 장타로 한화 공격을 이끌고 있다면, 한화의 최대 고민인 마운드에서는 카스티요가 든든히 자리 잡고 있다. SK전 선발투수로 나선 카스티요는 6.2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다. 무엇보다 최근 4경기 모두 5이닝 이상 소화하며 불펜진이 허약한 한화 마운드에 단비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려고 영입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과 달리 카스티요는 한국 무대로 와서 기량이 성장한 경우다. 카스티요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는 다른 외국인 투수 에릭 서캠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다. 예상대로 카스티요는 강속구에 의존하는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조련을 받은 카스티요는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구종이 늘어나니 카스티요 특유의 강속구도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한화가 기대를 걸었던 서캠프는 7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7.56으로 부진하며 3패만을 떠안고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고 있다. 반면 카스티요는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5승을 따냈고, 최근에는 1선발급 활약을 펼치면서 이름값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우고 있다.

한화는 그동안 외국인 투수 복이 없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에스밀 로저스가 '괴력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올 시즌 부상과 함께 구단과의 불화설까지 겹치면서 결별하고 말았다. 하지만 뒤늦게 나타난 카스티요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아쉬움을 풀어주고 있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한화 마운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카스티요가 과연 '로저스의 추억'을 사라지게 하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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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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