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가 보다. 전도연은 수시로 울컥했고, 그러느라 자주 말을 멈췄으며, 그래도 참아지지 않을 땐 손으로 두 볼을 닦았다. 테이블 앞엔 급하게 소환된 휴지가 수북했다. 전도연에게 <굿와이프>는 그런 드라마였다. 생각만 해도 고맙고 아련하고 따뜻했으며, 끝났다는 사실이 눈물 나게 아쉬운 작품. 29일 오후 서울 논현동 파티오나인에서 열린 tvN 드라마 <굿와이프> 주연배우 전도연의 기자간담회에 다녀왔다. 

나 자신에게 말했다... "버텨내줘서 정말 고마워"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굿와이프>의 주연배우 전도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도연은 극중 김혜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전도연은 이날 <굿 와이프>에 출연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굿와이프>는 전도연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 매니지먼트 숲


"무사히 잘 끝났습니다."

전도연의 첫 마디였다. 칸의 여왕, 영화배우 전도연은 11년 만에 하는 드라마 촬영에 '버겁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털어놨다. 비교적 여유 있게 돌아가는 영화 촬영장과 달리 드라마 현장은 잠도 못 자고, 쪽대본 행군을 소화해내야 하는 것. 마치 응급실 같은 현장도 버거운데, 게다가 법정 드라마라니! 그는 "제 분량이 드라마의 90%라는 기사가 날 정도로 분량이 많았고, 대사도 너무 많았다"고 했다. 특히 전문적인 대사 때문에 힘들었는데, 감독님이 "못 외우면 현장에서 끊어가도 되니 걱정 말라"고 수시로 그를 위로했지만 전도연은 결국 다 소화해냈다.

"매일 도망치고 싶었는데, 막상 다 하고 나니까 배우들과 스태프와 행복했던 시간이 힘든 마음보다 더 컸어요. 저 자신이 정말 기특하고 감사해요. 솔직히 저는 제가 못 할 줄 알았거든요."

말을 하며 눈물을 삼키는 전도연에게 그 눈물의 이유를 물었다. 후련함 때문인지, 아쉬움 때문인지. 이 질문에 그는 "혜경을 떠나보낸 상실감 같다"고 답했다. 영화 <무뢰한>에서도 김혜경을 연기한 그는 "전도연보다 김혜경으로 더 오래 산 기분"이라며 허전해진 마음 때문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농담처럼 법정드라마를 두고 '노가다' 라고 한다며, 법정신 촬영 후엔 체중이 1킬로그램씩 빠진다고 했다. "몸에 좋은 것이라면 땅에 떨어진 거라도 주워 먹을 정도"로 홍삼부터 비타민까지 챙겨먹으며 전도연은 '버티기 위해' 애썼다. 고생한 탓에, 그는 시즌2를 묻는 질문에 "'저 그냥 우아하게 영화배우 하고 싶어요' 라고 답하고 싶다"면서도 "근데 감독님 말씀처럼 드라마가 중독성이 있더라, 정말 얻었던 게 참 많았기 때문에 절대로 드라마를 안 하겠다는 마음은 없다"고도 했다. 

혜경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굿와이프>의 주연배우 전도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도연은 극중 김혜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전도연은 이날 <굿 와이프>에 출연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이날 간담회에서 입이 귀에걸린 웃음을 내내 띠었다. ⓒ 매니지먼트 숲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의 엔딩을 모르고 연기에 임한 전도연은 감독님께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저는 혜경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지지해주고 싶어요." 혜경을 깊이 이해하고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었던 전도연은 혜경이 느끼는 감정을 '진짜' 느끼고 있었다. 가령, 극중 딸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딸이 "나는 엄마를 믿는다, 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울컥했다며, 간담회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서 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또, 혜경이 중원에게 키스한 후 태준에게 가서 키스하는 대본을 보고 반신반의 한 사연도 들려줬다. 감독님은 그 부분을 놓고 "도연씨, 괜찮겠어요?" 하고 물었는데 촬영하기 전엔 '혜경의 마음'이 어떻게 될지 잘 몰랐다고. 그리고 촬영에 들어갔을 때, 중원이 혜경에게 의지하며 약한 모습을 보이니 그것을 받아주고 싶었다고 했다. 촬영 전 감독님이 그에게 "이건 혜경의 욕망일까요?" 하고 물었던 질문에 대해, 비로소 전도연은 촬영을 마친 후 감독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건 욕망이 아니고, 혜경이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겪는 감정에 따른 행동 같아요."

동명의 미국드라마를 리메이크 한 것에 대한 생각도 말했다. 원작이 존재하는 작품이라 한국적으로 너무 많이 바꿔도 욕먹고, 그렇다고 바꾸지 않고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해도 '그럴 거면 리메이크란 말이 무색하지 않냐'며 욕먹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굿와이프>는 그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미드를 2화까지 봤는데 정서적으로 너무 다르더라, 미드를 참고하며 연기하진 않았다"고 했다.

전도연은 커튼콜 형식으로 드라마가 마무리된 것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저희 감독님이 너무 대단한 것 같다"며 "한 번도 보지 못한 엔딩이었다, 누가 나쁘다, 누가 착하다가 아니라 '지금까지 우린 이런 (허구 속) 인물을 지켜봐왔다'라고 아우르는 것 같아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고 했다. 결말에 대한 질문에는 "처음 대본엔 혜경이 기자간담회에 가지 않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감독에게 혜경이 기자간담회에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하지만 감독은 "그러면 혜경이 너무 나쁜 여자로 보이지 않겠느냐"며 염려했고, 이에 대해 전도연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혜경은 '포용하는' 여자"라고 답했다.

전도연은 '진짜 감정'을 연기한다고 유지태는 최근 인터뷰에서 감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도연은 칸의 영광을 안겨준 <밀양>을 언급했다. 당시 이창동 감독은 그에게 끊임없이 "진짜로"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전도연은 그땐 그것을 잘 몰랐는데, 그 이후로는 극중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진짜 느끼는 것에 집중하게 됐다. "모든 연기는 연기를 위한 연기일 수도 있지만, 진짜 혜경의 감정을 느끼려고 애썼다"고 했다.

인간 전도연의 추구... '지금 이 순간'과 '자연스러움'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굿와이프>의 주연배우 전도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도연은 극중 김혜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전도연은 이날 <굿 와이프>에 출연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지금 이 순간 정말 열심히 살고자 한다"고 했다. ⓒ 매니지먼트 숲


이날 간담회에서는 <굿와이프>를 연기한 '배우' 전도연뿐 아니라 '자연인' 전도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나에게 쏟아지는 기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제가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고는 생각 안 한다"며 "부담은 뭘 해도 있고, 기대는 언제나 끝이 없기에 항상 내 앞에 주어진 것을 잘하자는 주의"라고 했다. 집착하지 않으며, 안 되는 것에 대해서 빨리 인정하고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사는' 게 제일 편한 것이라 했다.

"남의 칭찬을 듣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고요, 저는 '내가 뭘 하고 싶지?' 하고 스스로 자주 묻고 제 마음에 집중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게 피곤하게 사는 것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잖아요. 피곤해도 그게 더 편하다면 그 길을 택하는 것 같아요."

이런 그의 태도는 드라마 촬영에서도 나타났다. "HD 화면으로 드라마를 보다보니 주름이 많이 보이더라"는 기자의 말에 "저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제가 편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에피소드 하나를 더 들려줬다. 피부 트러블이 나서 선크림도 못 바르고 촬영했더니 주근깨가 올라왔고, 촬영 감독님이 그에게 살며시 말했는데 이 말을 듣고 생각 할 것도 없이 "그냥 두라고" 답했다고 한다. 촬영 초반의 긴 머리도 너무 거추장스러워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tvN 예능 <택시> 촬영을 마친 그에게 소감을 묻자 '말'에 대한 두려움도 털어놨다.

"저는 말이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지금 제가 하는 말은 '지금' 제 생각일 뿐이지 10년 후, 20년 후 내 생각이 아닐 거란 말이죠. 그래서 무서워요, 이 순간 이 시간에 내가 생각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일 뿐인데 마치 그것이 나의 전체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요."

실제로도 굿와이프냐는 질문에는 "저는 되게 평범한 아내 같다"고 했다. "너무 남편을 사랑해서 사는 것 같지도 않고..." 솔직한 이 멘트엔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렸을 땐 제 인생의 모든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사랑이 없으면 죽을 것 같았는데 이젠 결혼이 사랑만으로 살아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 다만, 서로 믿는 것으로 살아가지는 게 결혼이지 않나 생각해요. 그럼에도 사랑은 여전히 제게는 판타지이지만, <굿와이프>에서 혜경의 사랑은 사랑의 '책임'을 말하고 있어요."

이날 인터뷰 형식의 간담회에서 전도연은 등장부터 퇴장까지 내내 함박웃음을 지었다. 매우 기분 좋은 상태 같았다. 또 이날 전도연은 앞서 말했다시피, 울기도 많이 울었다. 제작진과 배우들이 다함께 모여 마지막회를 봤다는 그는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같이 연기했구나 하는 감사한 생각 덕분인지, 착하고 나쁘고를 떠나서 서로가 서로에게 박수 쳐주는 좋은 결말 같다"고 말하며 '또' 울었다. 멈추지 않는 웃음과 멈추지 않는 눈물, <굿와이프>란 드라마가 전도연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이 아닐까.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굿와이프>의 주연배우 전도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도연은 극중 김혜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전도연은 이날 <굿 와이프>에 출연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전도연은 극중 인물이 마치 살아 있는 인물인 것 처럼 '마음'을 헤아려보는 능력이 탁월하다. ⓒ 매니지먼트 숲


 8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파티오나인에서 <굿와이프>의 주연배우 전도연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전도연은 극중 김혜경 역을 맡아 오랜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했다. 전도연은 이날 <굿 와이프>에 출연한 소감과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했다.

만약 <굿와이프> 시즌2 가 제작된다면 출연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감독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매니지먼트 숲



전도연 굿와이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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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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