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tvN <굿와이프>의 포스터, 원작 미드 <굿와이프>의 포스터 이미지.

(왼쪽부터) tvN <굿와이프>의 포스터, 원작 미드 <굿와이프>의 포스터 이미지. ⓒ tvN, CBS


tvN은 올 11월 <안투라지 코리아>를 방영할 예정이다. 2004년부터 미 HBO에서 8시즌을 이어온 화제의 드라마다. 꽃미남 배우와 친구들, 그의 에이전트를 주인공으로 할리우드의 안팎을 유쾌하게 정조준하는 드라마. 이미 조진웅, 서강준, 이동휘, 이광수, 박정민, 안소희 등 젊고 새로운 캐스팅과 막강한 카메오 진용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사가 결정되진 않았지만,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와 <슈츠> 리메이크판도 제작 소식을 알렸다. 미 CBS의 <크리미널 마인드>는 200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1시즌을 달려온 대표적인 수사물이고, 미국 USA Network <슈츠>는 상반된 변호사 짝패의 활약을 다룬 드라마로 현재 6시즌이 방영 중이다. <크리미널 마인드> 리메이크는 영화 투자배급사 NEW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슈츠>는 제작사 엔터미디어픽처스가 뛰어 들었다.

그리고, 제대로된 형식의 첫 번째 '미드' 리메이크 <굿와이프>가 지난 27일 종영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가구 기준 평균 6.7%(이하 닐슨코리아), 최고 8.5%. 배우 전도연과 유지태의 드라마 복귀로 초반 화제몰이에 성공했던 것과 견주면 살짝 아쉬운 수치지만, '미드' 리메이크의 선두주자 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매체들의 호들갑만큼이나 이 리메이크가 진짜 '성공적'이었는가 하는데 있다.  

왜 이 매력적인 배우들을 이렇게...

 <굿와이프>의 마지막 장면. <굿와이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이 장면만큼은 매우 훌륭했다.

<굿와이프>의 마지막 장면. <굿와이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지만, 이 장면만큼은 매우 훌륭했다. ⓒ tvN


마지막 회의 클로징, 극의 전개와는 상관없이 주요 배우들이 하나하나 주 배경이었던 법정 앞으로 걸어 나와 포즈를 취한다. 마지막으로 타이틀롤인 전도연이 서기까지, 제작진이 연극이나 무대의 커튼콜 형식으로 배우들에 대한 예를 취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굿와이프>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굿와이프>는 분명 전도연을 필두로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배우들이 다수 참여하고 또 그 매력을 십분 발휘한 작품이었다.

헌데, 정작 극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미쿡' 드라마의 성공적인 이식이라는 관점이 아닌 온전히 <굿와이프>라는 한국 드라마로만 볼 때 그러하다는 얘기다. 16회까지 따라잡은 시청자 중,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한 이태준(유지태 분)의 손을 잡고 기자회견장에 서는 김혜경(전도연 분)의 심리의 단초를 공감할 만한 이가 얼마나 될까.

과연 1년차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승승장구하고 있고, 사랑을 확인한 상사이자 친구 서중원(윤계상 분)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고 말이다. 물론 저 마지막 장면은 원작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진 에피소드다. 시즌1에서 여주인공이 스캔들로 몰락하는 남편의 손을 잡고 언론 앞에선 이후 '성녀' 이미지를 갖게 되는 대표적인 장면과 수미쌍관을 이루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혼 수속까지 밟으려다 다시 남편을 선택한 김혜경의 속내를 우리는 미루어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들 때문인지, 이태준이 얻을 권력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이태준이 잡아서 질척였는지 말이다.

서중원과의 사랑을 확인한 후 남편과 맞서 서중원의 재판에서 변론을 직접 맡기까지 했으면서 변호사까지 맡은 마당에 왜? '굿와이프'로서 김혜경의 심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일 뿐이다. 시즌2를 포석이고, 이를 위한 열린 결말이라면? 제작진의 그 '오픈 마인드'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자, 그러니까 <굿와이프>는 김혜경의 심리를 오롯이 쫓아가며 법정수사극과 가족드라마를 동시에 엮는 원작의 구조를 성공적으로 이식하는 데 실패했다. 더 문제적인 것은 그렇게 길을 잃는 과정에서 김혜경의 심리 역시 길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애인'을 두고, 남편을 선택하는 것이 한국적인 정서 아니냐고? <굿와이프>의 실패는 정확히 거기에 있다.

미드 리메이크, 좀 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

 <굿와이프>의 포스터. 원작 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로 화제를 모았으나,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린다.

<굿와이프>의 포스터. 원작 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로 화제를 모았으나,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린다. ⓒ tvN


<굿와이프>는 유독 전문가 드라마에 약한 한국 드라마의 현재를 그대로 반영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수사극의 리듬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수사관 김단(나나 분)은 물론 로펌의 변호사들은 물론 검사들까지 전문성을 발휘하기엔 전문가를 연기하는 전문가로 보일 정도였다. 분명하게도, <굿와이프>는 영화 <살인의 추억>과 같은 장르가 아니다. 전문성으로 승부해야 하는 주인공들의 비전문성이나 열악한 환경을 풍자하는 영화가 아니란 얘기다.

그러한 디테일이 강화될 때야만 김혜경의 능력이나 그로 인해 획득되는 독립성, 그러면서 점점 남편과 동등한 관계를 형성해 가는 김혜경의 성장을 제대로 그릴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디테일보다 <굿와이프>에 도드라진 것은 '나쁜 남편'과 '달달한 애인' 사이에서 애인에게 마음은 줬으나 어정쩡하게 남편을 선택하는 '배드와이프'이였다. 

한국적인 상황을 이식하는 것은 모든 리메이크물의 기본 전제다. 서중원의 로펌을 일종의 가족 로펌으로 변형하고, 이태준을 국회의원 출마자로 만들고, 김혜경에게 좀 더 한국적인 고부관계를 안겨주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7시즌까지 이어진 원작에서 2시즌까지 끊어갔던 것도 제작진의 응당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백 배 양보해, 이른바 'K-감성'으로 인한 번안은 충분히 감안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소한 디테일의 변형 외에 <굿와이프>가 좀 더 신경 써야 했던 선택은 한국적인 '대충대충'이 아닌 미드에 필적할 만한 디테일이나 전문성이었다. 그런 세심함은 캐릭터나 외적인 형식면에 모두에게 필수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굿와이프>는 이러한 가능성을 날려버림으로서 한국드라마로만 놓고 봐도 어떤 주제를 펼쳐 놓는지 가늠하기 힘든 어려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

원작 <안투라지>는 코미디의 기운이 강한 드라마다. <크리미널 마인드>는 정통 형사 수사물이다. 꽤나 복잡다단한, 그러한 형식을 완성도 있게 7시즌까지 밀어 붙인 <굿와이프>의 원작보다 형식적으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디,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드 리메이크들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굿와이프>와 좀 더 다른 결을 보여주기를. 장르적으로 협소한 지상파 드라마가 점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시장 현실을 감감할 때, 이미 뚜렷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미드의 리메이크는 좀 더 성공해야 필요가 있다.

굿와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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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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