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위협구인가, 실책인가. 기아 마무리 투수와 두산 내야수 오재원간에 벌어진 위협구 공방이 야구팬들에서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 9회초 기아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은 2사 2루에서 던진 견제구가 주자 오재원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깜짝 놀랄 만한 상황이 연출됐다.

당시 임창용은 9회 초 두산 오재일과 국해성을 각각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하며 2아웃을 만들었다. 이후 오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2사 1루가 됐고 오재원의 도루 성공으로 2사 2루가 됐다.

오재원은 화들짝 놀라 자세를 낮추며 공을 피했고 공은 뒤로 빠져 중견수 앞까지 날아갔다. 오재원은 3루로 뛰지도 않고 임창용을 쳐다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임창용의 공이 주자를 향한 위협구라고 보고 덕아웃을 박차고 나와 항의했다. 심판은 일단 임창용과 오재원에게 동시에 경고를 주며 상황은 일단락시켰고 임창용이 김재호를 우익수 뜬공을 처리하며 경기는 기아의 승리로 끝났다.

사인 미스에 의한 실수?

 만일 공을 던지지않았으면 보크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을 공을 처리했어야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만일 공을 던지지않았으면 보크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을 공을 처리했어야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 KIA 타이거즈 제공


하지만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경기후에도 위협구 공방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임창용이 그 상황에서 굳이 왜 그렇게 위험한 공을 던졌는지, 고의인지 실수인지, 만일 고의였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두고 무성한 추측이 오고갔다.

일단 현재까지 기아 측의 입장은 단순히 사인 미스에 의한 실수라는 것이다. 당시 임창용이 견제를 하려고 했는데 이때 마땅히 커버플레이를 들어와야할 기아 유격수 최병연과 2루수 강한울은 모두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야구팬들은 이런 해명을 전혀 믿지않는 분위기다. 기아 측의 주장대로 설사 사인미스가 있었다고 해도 그 뒤 임창용의 행동은 설명이 되지않는다. 만일 내야수들이 커버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굳이 견제구를 던지지 않아도 됐다.

만일 공을 던지지않았으면 보크가 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일단을 공을 처리했어야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야구규칙의 보크 규정에 따르면 투수가 중심발을 투수판 뒤쪽으로 뺀 상황에서는 주자가 있는 어느 베이스에도 직접 공을 던지지 않고 단지 견제 동작만 취해도 보크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미일 야구를 두루 거치며  프로 경력만 20년이 넘는 임창용이 이런 규정을 몰랐을까.

설사 순간적으로 규정을 착각했다고 해도 2루로 돌아선 이후 임창용의 투구 동작을 보면 아무래도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임창용은 야수들과 오재원의 위치를 모두 확인하느라 잠시 한 템포를 멈칫하고 그대로 오재원 측을 바라보며 공을 던졌다. 공을 던지고 나서도 당황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오재원과 김태형 감독이 모두 격분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임창용이 정말로 맞힐 생각이 아니라 위협만 주려는 의도였다고 해도 그 정도 거리에서 자칫 제구가 잘못되어 선수에게 맞았으면 큰 부상을 당할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임창용이 오재원에게 위협구를 던질만한 사정이 있었을까. 야구팬들은 오재원이 이전에 뭔가 임창용을 먼저 자극하는 행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오재원이 출루하기전 임창용이 앞선 타자였던 국해성과 상대할 때 오재원이 대기 타석을 벗어나 겨우 포수 뒤쪽 근처까지 이동하여 임창용의 투구 타이밍에 맞춰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이 있었다. 이 부분이 투수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도 있다. 승부욕이 강하고 과장된 동작을 즐기는 오재원은 상대 선수들과 종종 기싸움을 펼치는 일이 유독 잦은 선수중 한 명이다.

오재원이 타석이 들어선 이후에는 임창용이 오재원에게 몸에 맞을 정도로 가깝게 붙이는 공을 던지기도 했다. 오재원은 볼넷을 골라 걸어나가는 과정에서는 체크 스윙으로 보이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견제구 이전에 양 선수간에 보이지않는 미묘한 신경전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도를 넘은 임창용의 견제구

하지만 두 선수가 피차 서로 조금씩 원인제공을 했다고 해도 임창용의 '견제구'는 도를 지나쳤다는 평가다. 타자들이 종종 대기타석을 벗어나는 행위는 사실 오재원만이 아니라 그간 다른 선수들도 빈번하게 벌였던 장면이다. 물론 이는 명백히 비매너이지만 문제를 삼으려고 했다면 먼저 정상적으로 주심에게 어필하는 방법도 있었다. 여기에 임창용이 타석에 선 오재원도 아니고, 주자로 나가있는 상황에서 오재원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투수가 타자의 머리쪽으로 향하는 직구(헤드샷)를 던질 경우 바로 퇴장당한다. 고의가 아닌 실투라고 주장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타자가 아닌 주자라는 사실만 빼면 임창용의 견제구는 명백한 헤드샷에 해당한다. 주자를 향한 위협구가 타자보다 몇 배가 더 위험한 이유는, 타자는 어쨌든 타석에서 투수의 공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빈볼이라도 바로 반응해서 어느 정도 피할수 있지만, 주자는 주루플레이에만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라 고의적인 위협구를 직격으로 맞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임창용은 2루와 가까이 붙은 마운드에서 주자의 머리 위를 스쳐갈 정도로 공을 던졌다. 기싸움이나 신경전의 영역을 넘어선 위험천만한 행위다.  임창용이 대선배가 아니었다면 당장 큰 몸싸움이나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 이러한 임창용의 행동을 경고만으로 끝낸 것은 뭔가 석연치않다. 야구는 하루만 하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차후 경기에서 양팀간 제2, 제3의 보복행위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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