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의 여정을 끝낸 JTBC 드라마 <청춘시대>는 우리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특히, 여러 아르바이트에 치여 힘들게 살아가던 진명(한예리 분)의 모습에 많은 청춘들은 공감했다. 끝없는 아르바이트에도 쌓여가는 빚, 공부를 하기 위해 공부를 멈춰야하는 현실은 대한민국 청춘들의 현 주소다.

대한민국에서 청춘으로 살아가기 힘들었던 청년들은 떠나기로 했다. 지난 25일 방영된 <KBS 스페셜>은 '청춘 탈출, 꿈을 찾아서'에서 해외로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홀로 지내는 외로움에도 지금이 좋다는 그들의 이야기. <청춘시대>의 다큐멘터리 버전을 소개하고 싶었다.

한국을 떠난 청춘들

 지난 25일 방영된 <KBS 스페셜>은 ‘청춘 탈출, 꿈을 찾아서’에서 해외로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홀로 지내는 외로움에도 지금이 좋다는 그들의 이야기. <청춘시대>의 다큐멘터리 버전을 소개하고 싶었다.

지난 25일 방영된 은 ‘청춘 탈출, 꿈을 찾아서’에서 해외로 떠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홀로 지내는 외로움에도 지금이 좋다는 그들의 이야기. <청춘시대>의 다큐멘터리 버전을 소개하고 싶었다. ⓒ KBS


호주 캘굴리볼더에 사는 이자룡(23)씨는 아침에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접시닦이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2년동안 돈을 모은 뒤 호주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다.

자룡씨는 한국에서는 버티기 힘들어 떠나왔다고 한다. 그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시기에는 최저임금이 4,580원이었다. 그는 마트에서 일을 하며 최저임금조자 받지 못했다. 4200원 정도의 시급은 터무니없이 적었고 그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

일본에서 거주 중인 종현(27)씨는 유명한 대게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의 한 달 월급은 16만엔(약 180만원) 정도라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 취업비자를 받고 정착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수 없이 이력서를 넣었지만 면접을 볼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그는 택배를 배송하는 아르바이트에서도 떨어진 경험이 있다고 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도 낮은 시급의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는 무한 경쟁의 사회가 싫었다. 그는 일본에서 여유를 찾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캐나다 런던시에 위치한 펜쇼 대학에 다니는 지현(26)씨는 간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이미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3년 동안 종합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간호사다. 그녀는 어째서 한국에서의 간호 경력을 버리고 캐나다에 왔을까.

 캐나다에서의 삶은 지현씨에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캐나다의 간호사는 4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게 되고 휴식시간도 의무적으로 가지도록 되어 있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지현씨에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캐나다의 간호사는 4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게 되고 휴식시간도 의무적으로 가지도록 되어 있다. ⓒ KBS


그녀는 한국에서의 간호사의 삶은 생각과 달랐다고 말한다. 한 명의 간호사가 14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아야 하는 상황에서 간호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식사도 챙기기 어려운 바쁜 생활에 그녀는 초심을 잃어가는 게 싫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그녀에게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캐나다의 간호사는 4명 정도의 환자를 돌보게 되고 휴식시간도 의무적으로 가지도록 되어 있다.

해외에서의 삶이 편안하지는 않아 보였다. 그들은 외로워 보였다. 그래도 그들은 지금의 삶이 좋다고 한다. 무한 경쟁에 지치고 힘들었던 한국에서는 여유가 없었다고 한다. 미래를 준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의 그들에게는 여유도, 미래도 있다. 그것이 외로워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다.

그들은 왜 떠나야 했을까

청년들은 왜 한국을 떠나 머나먼 해외로 가야 했을까. 영어권 국가의 취업을 준비하는 유진씨는 말한다.

"지금 기회를 주고 있다고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아요. 우리 청년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고 있지만 너희가 많이 쟁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주장을 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 저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더욱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고 기회만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보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부는 여러 가지의 일자리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취업을 지원하는 'K무브'나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 등이다. 결과는 좋지 않다. 'K무브'는 1인당 2800만원의 금액을 투입하고 있지만 열악한 일자리만 가득한 채로 예산이 낭비 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간선택제'는 오히려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청년들에게 반쪽짜리 일자리를 강요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청년들이 금전적 부담을 덜고 취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청년수당을 준비했다. 정부는 오히려 이것을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반대했다. 유진씨의 말처럼 불안정한 반쪽자리 기회를 늘리고 '도덕적 해이'를 근거로 보장은 해주지 않는 정부의 모습에 청년들은 고달프다.  

 재환씨는 한국의 경쟁사회가 싫어 캐나다로 왔다. 그는 능력을 인정해주는 지금의 캐나다의 삶이 만족스럽다.

재환씨는 한국의 경쟁사회가 싫어 캐나다로 왔다. 그는 능력을 인정해주는 지금의 캐나다의 삶이 만족스럽다. ⓒ KBS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용접 일을 하고 있는 청년 재환(32)씨는 한국에서 취업을 하는 것보다 기술 이민을 오는 것이 쉽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100명 중 1등이 되어야 하는 경쟁 사회가 싫었다고 한다. 그에게 캐나다는 공정한 나라다. 5년의 경력으로 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그는 집도 마련하고 결혼까지 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

캐나다는 전문 기술자에 대한 처우가 좋은 편이라고 한다. 재환씨 회사의 총괄 매니저인 달립 파사드씨는 말한다.

"캐나다에서는 사회적인 차별이 없습니다. 직업은 그저 직업일 뿐 평등한 사회인 거죠. 그래서 누구의 직업으로 그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의 능력과 기량으로 평가되고 있죠."

어느 학원에서 치킨 배달부를 향해 학생들이 조롱을 하는 일이 화제가 되었던 요즘. 직업은 그저 직업일 뿐이라는 달립 파사드씨의 말은 더욱 와 닿는다. "너 공부안하면 저렇게 돼"라는 말을 우리는 너무 많이 들었고 익숙해져버렸다. 직업은 단지 직업인 것을. 사람을 직업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잊고 지냈다.

청년들이 각자의 이유로 대한민국을 떠나는 선택을 했다. 이유는 다양했지만 공통되는 것이 있다. 격렬한 경쟁사회가 싫었다는 것. 여유를 찾고 싶었다는 것.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 어쩌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여유도, 행복도 찾기 힘든 곳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청년이 떠나버린 나라에 희망은 없다는 것이다. 청년은 미래고 희망이다.

한 구인, 구직 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의 80%가 이민을 원하고 있다고 한다. 청년 10명 중 8명이 떠나고 싶은 나라를 정부는 원했던 걸까? 아니라면, 이제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도덕적 해이' 같은 비겁한 변명을 할 때가 아니라.       

청년 청춘시대 일자리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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