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을 흔히 아름답다고 칭해왔다. 하지만, 별로 공감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가 무한 경쟁에 던져지는 삶. 대학을 나와 막막한 취업 시장에서 방황하는 삶. 연애쯤이야 포기하게 되는 삶. 청춘을 표현하는 많은 문장들의 색은 예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20대 청춘 여성들의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La Belle Epoque)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 <청춘시대>는 마냥 즐겁고 밝은 이야기만 있지 않았다. 오히려 청춘의 로망보다 아픔으로 공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5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삶이 녹아들어있다. 그런데, 나는 이 드라마를 남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12화로 종영된 이 드라마를 놓쳤다면 더욱더.

폭력적이다... 이 남자들

 이 남성들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로맨스를 꿈꾸고 싶은데…. 폭력적이다.

이 남성들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로맨스를 꿈꾸고 싶은데…. 폭력적이다. ⓒ JTBC


<청춘시대>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한 유은재(박혜수 분), 괜찮은 척이 익숙한 정예은(한승연 분), 가짜 연애를 하며 용돈을 받고 쉽게 살아가는 강이나(류화영 분), 끊임 없는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살아가는 윤진명(한예리 분), 털털하고 직설적인 송지원(박은빈 분)의 5명의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여러 명의 여성이 나오는 만큼 함께 등장하는 남자들도 많다. 은재에게는 남자 선배 두명, 예은에게는 남자친구, 강이나에게는 3명의 애인과 아저씨까지. 정말 많다. 그런데, 이 남성들의 등장이 반갑지만은 않다.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로맨스를 꿈꾸고 싶은데... 폭력적이다.

멋진 몸매, 화려한 외모를 가진 강이나에게는 남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녀는 3명과 가짜 연애를 하면서 용돈을 받아 생활한다. 그런 그녀에게 한 명의 남성이 다가온다. 그는 다짜고짜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며 고백한다. 그리고 이나에게 자신이 구해주겠다고 외친다. 몰래 집 앞에서 기다리는 만행에 이어 마음 강요, 구해주겠다는 오만까지 종합선물세트다. 다른 남자들도 다를 게 없다.

아르바이트에 치여 힘들게 사는 진명에게도 한 남자가 다가온다. 같은 레스토랑에 근무하는 매니저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진명을 성희롱한다. 심지어 외진 건물로 데려가기까지 한다. 절박했던 진명은 참고 또 참는다. 다른 남자도 있다. 진명을 좋아하는 동료직원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진명에게 해명을 요구한다. 자신을 마음을 알아 달라 손목을 잡아채기도 한다. 벽으로 밀치고, 손목을 잡아끄는 것들이 더 이상 로맨틱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동의 없는 표현은 폭력이다.

한편, 은재에게 마음이 있는 남자 선배는 과한 장난을 계속 친다. 사람 관계를 어려워하는 소심한 은재는 '왕따'를 걱정하기도 한다. 어릴 적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여자아이들에게 장난을 쳤다는 그런 이야기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상대가 불쾌해 한다면 그건 폭력이다. 그것을 마음의 표현이라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속편한 변명일 뿐이다.

폭력에 해피엔딩은 없다

 그녀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폭력적인 남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상처는 고스란히 깊게 남았다.

그녀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폭력적인 남자친구와 헤어졌지만 상처는 고스란히 깊게 남았다. ⓒ JTBC


제일 심각한 것은 예은의 남자친구다. 예은은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려고 했던 것을 눈치 채고 헤어진다. 일명 '연애호구'의 모습으로 남자친구에게 휘둘리고 괜찮은 척을 남발했던 그녀가 한 유일하게 잘한 일이다. 그녀는 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다. 보란 듯이 SNS를 업데이트하고 바쁜 스케쥴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은 안타깝지만 대견하다. 찾아온 남자친구를 무시하는 장면은 통쾌하기도 하다.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남자친구는 최악의 행동을 한다. 바로 납치다. 그러고는 어머니가 일찍 떠난 탓이라며 불쌍한 척을 해댄다. 예은은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다시 잡혀 무차별적으로 폭행당한다. 그녀는 이상함을 느낀 하우스 메이트들에 의해서 겨우 구출되지만 상처는 깊게 남았다.

'헤어졌다고 납치까지 해?' 넘기기 힘든 문제다. 데이트 폭력은 매년 7000건이 넘을 만큼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 데이트 폭력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려져 방치 되는 경우도 많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한 만큼 그 상처는 더욱 깊다.

<청춘시대>에서도 예은의 모습을 통해 잘 드러난다. 납치, 감금을 당한 그녀는 자신을 평범하다고 말한다. 아니, 평범하고 싶어 한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납치당하고 폭행당했다는 것을 피해자인 그녀는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이는 상담을 받으면서도 이어진다. 자신은 괜찮다며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한다. 예은은 환하게 웃어보지만 다른 커플의 장난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고 공포에 떤다.

그녀에게 해피엔딩은 없었다. 폭력적인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납치, 감금 당했다가 구출됐지만 상처는 아직도 깊다. 상처는 앞으로도 꾸준히 그녀를 괴롭힐 것이다. 그녀뿐일까. 매니저의 성희롱을 거부한 진명은 레스토랑을 떠나는 선택을 해야 했다. 자신의 몸만 탐하는 남자들을 만났던 이나는 소중했을 시간들을 잃었다. 변화하고 새로운 길을 걷는 그녀들이지만 그럼에도 상처는 남아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청춘시대>를 남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랑하고 싶은 청춘이라면 더욱 기억하자. 폭력은 겉으로 보이는 상처만을 남기지 않는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욱 아픈 법이다. 

데이트폭력 정예은 청춘시대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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