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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전 대표의 '민생 행보' 중에서.
 김무성 전 대표의 '민생 행보' 중에서.
ⓒ 김무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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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김무성 대표는 비판하지 않겠습니다. 이 분 너무 불쌍해. 요즘. 내가 오히려 욕먹겠어. 저렇게 불쌍한 사람을 공격하면 어떡하느냐, 욕먹을 처지에 왔어요."

최근 팟캐스트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정청래 전 의원은 김무성 대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최근 법원으로부터 '콜트악기·콜텍' 노동조합에 대한 사과명령을 받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는 반어법을 사용했다. 그런데, 김 전 대표는 진짜 불쌍할까. 언론에서 모두 '대권 행보', '민생 행보' 중이라는 그가, 왜.

시간을 2013년으로 돌려보자. 그해 유행한 유명한 정치 SNS 계정이 존재했다. 이른바 '손학규의 대모험'. 이 계정은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이 '야인' 생활은 물론 정치 일선에서 활약하던 당시 남긴 주옥(?)같은 사진들에 반어법과 같은 촌철살인(?)의 멘트를 덧붙여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를테면, 손 전 상임고문이 카메라 앵글에 정면으로 손을 가리키는 사진을 두고 "쓸데없이 싸우는 얼간이들을 비웃는 손학규"라고 쓰는 식이다.

트위터 계정 '손학규의 대모험' 중에서.
 트위터 계정 '손학규의 대모험' 중에서.
ⓒ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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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김무성 전 대표는 이 농담을 다큐로 받아들인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는 최근까지 펼친 민생 행보는 물론 방중 일정까지 꼬박꼬박 사진을 첨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최강의 이미지 정치를 구현하는 중이다. 이미 지난 4.13 총선 직전 화제를 일으킨 "영도로 간 김무성"은 비할 바도 아니다. 전국을 돈 '민생 행보'의 몇 장면만 꼽아도 이리도 주옥같다.

'셀프 빨래' 하는 남자 김무성

빨래하는 김무성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빨래하는 김무성 전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김무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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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수룩한 수염, 흔한 면바지와 헐렁한 체크셔츠, 그리고 이 모든 패션의 완성이라 말하는 듯한 밀짚모자. 얼핏 보면 '야인' 손학규 코스프레라도 하는 것 같은 김무성 대표의 '민생투어' 사진들은 무수한 말을 낳았다. 그 중에서도 압권을 꼽아 보라면 이 정도다.

"충주댐 수몰지역의 문화재를 옮겨와 복원한 청풍문화재단지에 왔습니다. 금병헌에 들르니 죄인들이 곤장을 맞던 형틀이 보입니다. 정치를 잘못하면 국민들로부터 곤장을 맞아도 싸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엎드렸습니다."

제천과 충주를 들렀던 지난 18일 올린 글 중 일부다. 그리고 김 전 대표는 진짜 그 곤장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찍고 올렸다. 누가 정말 곤장을 때리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로 처량…,  하기는커녕 저게 뭐하는 짓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의 사진이다.

심지어 같은 글에서 그는 "김대중 대통령 서거 7주년 추도식"을 언급하고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자랐던 집"을 들렀다며 "반기문 총장님은 우리나라의 자랑입니다"라고 적었다. 전형적인 묻어가기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빨래도 직접 하신다. 지난 15일에 적은 글에 이어 올린 사진은 아마도 지지자의 심금을 울릴지도 모를 일이다.

"어젯밤 남원시 운봉읍 화신마을회관에서 마을 주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귀농귀촌의 모범 마을로 명성이 높은데, 마을이 운치 있게 잘 조성돼 있었습니다. 밀린 빨래를 마치고 바로 잠들었습니다."

무릎 꿇었던 세월호 유가족, 기억하십니까?

팽목항에 간 김무성 전 대표.
 팽목항에 간 김무성 전 대표.
ⓒ 김무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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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올린 '셀프 빨래' 사진을 두고, <썰전>의 패널인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는 한 목소리로 "직접 빨래하는 것이 맞느냐", "나에게 오라, 민생에 대해 직접 알려 주겠다"며 비판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김 전 대표는 MB가 그리도 좋아하던 돼지국밥도 먹고, 과일도 따고, 광주 5.18 묘역도 갔다. 그리고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슬픔을 함께 하기 위해서입니다"라며 진도 팽목항에도 갔다.

"분향을 하고, 아직도 찾지 못한 아홉분을 기다리며 팽목항에 머물고 계신 가족을 뵈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라면을 함께 먹고 팽목항을 걸으며 2시간 넘게 그분들과 가슴아픈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가족들께서는 '839일째 엄마아빠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체가 하루 빨리 인양돼서 우리 아이들을 찾기를 바랍니다. 부디 국민들께서 아이들을 둔 부모의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시오. 국민이 힘을 모아 자국민을 지켜줘야 하는 만큼, 인양에 힘을 모아 주시기를 바랍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는 이 땅에 없어야 할 비극이자 아픔을 우리 국민 모두가 똑같이 느끼고 계신데, 이게 왜 국론분열과 정쟁의 원인이 되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린 지난 2014년 10월 2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나려하자, 한 세월호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세월호특별법제정 꼭 도와주십시오"라며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
▲ 김무성 앞에 무릎 꿇은 세월호 유가족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열린 지난 2014년 10월 29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차를 타고 떠나려하자, 한 세월호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세월호특별법제정 꼭 도와주십시오"라며 간절하게 요청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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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올린 사진은 앵글만 좌우로 바뀐 "영도로 간 김무성"과 다를 바 없었다. 꼬투리 잡기가 아니라 진짜 그랬다. 그런데, 아무리 진도 앞바다를 바라 봐도 그는 그 "국론분열과 정쟁의 원인"의 책임이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당시 여당 당대표였던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책임이 오롯이 자신을 내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2년 전, 자신의 차 앞에서 무릎을 꿇던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을 기억이나 할까.

그리고 김무성의 사과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콜트악기 노조와 관련한 발언 사과 회견을 마친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와 전날 귀국한 김 전 대표는 이날 공개석상에 수염이 덥수룩한 상태로 나타났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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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김무성 전 대표는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콜트노조 측에 "공개 사과" 했다. 작년 "콜트악기·콜텍 등 이익 많이 내던 회사가 강경 노조 탓에 문을 닫는다"고 했던 김무성, 또 노조에게 "쇠파이프" 운운했던 김무성과 "제 발언으로 두 회사에서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 동안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김무성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작년의 '새누리당 당 대표' 김무성과 올해 '민생 행보' 중인 김무성 전 대표는 같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인가. 만약, 법원의 사과 명령이 없었다면, 그가 중국 방문을 3박 4일로 잡으면서까지 귀국해 유감을 표명했을까. 그가 '민생 행보' 중에 만난 '민심'들과 콜트 노조의 노동자들이 동일한 '민심'이라고 생각은 할까. 미안하지만, 그 유감표명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어쩔텐가.

그리하여, 김무성 전 대표의 '민생 행보'는 몇 가지 시사점을 던져 준다. 그의 대권 도전은 나중 문제다. 진짜 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시장이나 들르고 국밥이나 먹었던 이명박·박근혜식 가짜 민심 이미지 정치가 2016년에도 유용한가 아닌가의 문제다. 더욱이 그는 페이스북의 글과 사진을 이용해 나중에 책으로 출간해도 될 만큼의 제대로 된 '보여주기'식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일정정도 주목을 받고 있지 않느냐고? 비극은 거기에 있다. '귀는 막고 입은 여는' 올드한 정치인이 여전히 대권 후보로서 주목을 받는 전혀 '새정치'스럽지 않은 구태 말이다. 휴가 중에 시장을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이지 않은가.

물론 남은 것은 있다. 페이스북 상에서 어제나 저제나 김무성 대표의 사진을 개그로 받아들이는 열혈 독자들 말이다. 어찌됐건, 과거 '무성대장'으로 불렸던 그의 안쓰러운 현재를 관심(?)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그게 바로 현 여당의 현주소이기도 하니까. 그가 진짜 '민심'을 근심하기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말의 가능성은 남겨둬야 하지 않겠는가.


태그:#김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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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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