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는 MBC 판타지 드라마 < W >. 작가 오성무(김의성)가 자신이 그리고 있는 웹툰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그의 딸 오연주(한효주)도 웹툰 < W >의 주인공 강철(이종석)과 엮인다. 강철이 죽는 것으로 만화가 끝났는데 독자들의 열화와 같은 항의로 살려낸다. 급기야 강철이 현실세계로 뛰쳐나와 오성무를 저격하고 오연주와는 달달한 사랑에 빠진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드라마의 설정을 어떻게 보아야 하나?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MBC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등 물리학 이론을 배경으로 하여 만든 드라마와 영화는 많다. 최근 tvN에서 방영되었던 <시그널>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을 근거로 한 상상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 시간이 느려지고 공간은 축소된다. 만약 빛의 속도인 초속 30만 km로 이동한다면 시간은 정지된다.

상상의 세계로 초대하는 < W >

지금 시청의 시계가 7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그 정보는 빛이 전달해준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순간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한다면 나의 시간은 7시 40분에서 정지될 것이다. 7시 41분을 가리키는 정보를 싣고 오는 빛은 아직 나에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한걸음 더 가서 내가 빛보다 더 빠르게 이동한다면 시간은 거꾸로 가게 된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시그널>에서 현재의 형사 박해영(이제훈)이 20년 전에 죽은 강력계 형사 이재한(조진웅)과 무전기로 통화를 하는 설정이 바로 이것이다. 전파의 속도는 빛의 속도와 거의 같다. 그 무전기는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다는 설정이다.

최근 영화에서는 <인터스텔라>가 상대성이론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스텔라>에는 블랙홀, 웜 홀, 초끈 이론 등도 동원되었다. 양자역학을 배경으로 한 영화도 있다. 현재 상영하고 있는 <스타트렉 비욘드>는 양자의 공간 이동을 보여준다. 사람을 스캔해서 순식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관찰자의 행위가 전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양자역학을 연상시킨다.

그러면 < W >도 물리학의 어떤 이론과 관련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작가의 창조적인 발상인가?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장자(莊子)의 '나비의 꿈'이다. 어느 날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는데 자신이 나비라는 것을 몰랐다. 꿈에서 깬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는 얘기다. 괜한 상상이 아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물리학자 호킹이 그의 책 <위대한 설계>에서 한 얘기를 들어보자.

"몇 년 전에 이탈리아 몬차 시의 시의회는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 조치를 주창한 인물의 설명에 따르면, 물고기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것은 잔인한 행위인데, 왜냐하면 그런 어항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물고기는 실재의 왜곡된 상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재의 참되고 왜곡되지 않은 상을 본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혹시 우리도 어떤 거대한 어항 속에서 거대한 렌즈에 의해서 왜곡된 상을 보는 것이 아닐까?"        

반짝이는 발상, 나비의 꿈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동물을 학대하는 인간도 있는데 참으로 자상한 배려다. 호킹은 나아가서 현대인들이 웹사이트들의 시뮬레이션 된 실재 속에서 시간 보내기를 좋아한다는 점에서 "혹시 우리는 어떤 컴퓨터가 창조한 연속극의 등장인물들에 불과한 것이 아닐지, 어떻게 알겠는가?" 라고 반문하다. 그래서 시뮬레이션 된 세계 속에 사는 존재들이 그 세계의 바깥으로 나가 그 세계를 바라볼 수 없는 한 그들의 실재상을 의심할 수 없다면서 이것이 우리 모두가 다른 누군가의 꿈에 등장하는 허구적인 존재라는 생각의 현대적인 버전이라고 한다. 나비의 꿈 얘기다.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MBC 드라마 < W(더블유) >는 판타지 드라마다.ⓒ MBC


물리학자들은 일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합한 '만물의 이론'(the theory of everything)을 추구하는데, 호킹은 초끈 이론에 기초한 M 이론을 그 유력한 후보로 제안한다.(호킹의 생애를 다룬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원래 제목이 <the theory of everything>이었다.) M 이론은 11차원의 우주를 상정한다. 우리는 불과 4차원의 시공간을 살고 있으니 11차원의 세계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사실 우리는 3차원의 세계에 익숙하기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밝힌 4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장자의 엉뚱한 생각이 무리는 아니며, 우리 인간은 초능력의 외계인이 만들어놓은 가상현실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 W >를 보면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구분이 용이하지 않다. 어항 속의 금붕어가 밖으로 나와 사람들과 겪는 사건들을 상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누군가가 그리고 있는 만화 속의 등장인물들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공상과학(SF)영화에서 묘사했던 상상들이 적지 않게 현실이 되지 않았던가? < W >의 진가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다. 나의 실존을 되돌아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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