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박' 트리오는 모두 골을 기록했고, 곽태휘와 오스마르는 철옹성이었다. 다카하기와 이석현은 강한 투쟁심을 보였고, FC 서울의 모든 선수는 하나의 팀이 됐다. 지난 7월 황선홍 감독 부임 이후 부진은 과거가 됐고,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현재는 미래를 기대케 한다.

FC 서울은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산둥 루넝과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이하 ACL) 8강 1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서울에 아쉬운 면도 분명히 있었지만, 잘한 부분이 훨씬 더 많았다. 산둥은 펠릭스 마가트(63, 독일) 감독 선임과 이탈리아와 세네갈 국가대표 공격수 그라지아노 펠레(31)와 파피스 시세(31)를 영입하며 리그에서는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지만, 조별리그 이후 다시 만난 서울을 넘기에는 부족했다. (파피스 시세는 결장)

걱정으로 시작한 전반

경기 전, 서울의 선발진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바로 전날 벌어진 전북과 상하이의 경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주영(31)과 데얀(35, 몬테네그로)을 최전방에 두는 4-4-2 포메이션으로 나선 서울은 중앙 미드필드로 이석현(26)과 다카하기 요지로(30, 일본)를 선택한 것이다. 4백 수비 앞을 보호해줄 수 있는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드를 제외한 채, 공격적인 전술을 선보였다. 측면 미드필드로 선발 출전한 윤일록(24)과 조찬호(30) 역시 공격수에 가까운 선수들이란 점을 보면 걱정이 됐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번째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FC서울의 박주영의 오른쪽 측면에서 두번째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기우에 불과했다. 전반 4분 만에 박주영의 발리슛이 나오며, 화끈한 경기를 예고한 것이다. 15분에는 박주영이 상대 골키퍼와 일대 일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고, 결국 서울은 선제골을 뽑아냈다. 바로 3분 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잡은 박주영이 정확한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데얀이 완벽한 헤딩을 통해 첫 득점을 만들어 냈다.

쾌조의 몸 상태를 보인 박주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반 22분에는 간결한 드리블을 선보이며 상대 수비를 3명이나 제치고 공격을 전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30분에는 추가골까지 만들어냈다. 조찬호의 키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침착하게 상대 골문을 향해 볼을 넣으면서 완벽한 추가골을 기록했다.

비록 35분 상대의 에이스인 왈테르 몬티요(32, 아르헨티나)에게 프리킥 골을 허용하며 주춤하는 듯했지만, 서울은 그라운드 위의 모든 선수가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후반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규로(28) 대신 고요한(28)을 투입했고, 59분에는 조찬호 대신 아드리아노(28, 브라질)를 투입하며 황선홍 감독은 추가골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실제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면서 추가골은 '시간 문제'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침내 2016 ACL 최고의 골로 기록될 명장면이 나왔다. 수비를 등지고 있던 데얀이 기막힌 힐패스를 넣어주면서 주변에 있던 5명의 산둥 수비수를 무력화시켰다. 이 패스와 동시에 침투하던 아드리아노는 골키퍼와 일대 일 기회를 잡았고,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이날 경기를 자축했다.

서울은 이후에도 득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쉽게도 더 이상의 득점은 나오지 않은 채 3-1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의 수훈 선수를 쉽게 선택할 수 없을 정도로 서울의 모든 선수가 상대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면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완벽을 향해 나아가는 '아데박' 트리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후반에 교체 투입된 아드리아노(왼쪽)가 데얀(오른쪽)의 도움으로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후반에 교체 투입된 아드리아노(왼쪽)가 데얀(오른쪽)의 도움으로 세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굳이 수훈 선수를 꼽으라면, 첫 번째로는 '아데박' 트리오의 가장 큰 형인 데얀을 선택할 수 있다. 35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는 느낌이다. 실제 2016 K리그 클래식 최근 5경기에서 6골 1도움을 올리고 있다. 데얀의 활약은 이날 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선제골을 포함해 후반 교체 들어온 아드리아노를 향한 기막힌 힐패스(도움)까지 선보인 그는 최고의 수훈갑이 됐다. 비록 힘과 기술로 상대를 압도하지는 못했지만,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상대의 수비를 끊임없이 괴롭혔고, 투쟁심 넘치는 몸싸움으로 상대를 힘들게 했다. '1골 1도움'이란 개인 기록은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주영은 골 결정력에서는 만점이라 할 수 없었지만, 전반적인 경기력은 굉장히 훌륭했다. 데얀과 함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그는 엄청난 활동량을 선보였다. 3선까지 내려와 볼 배급에 신경을 썼고, 중원 싸움에도 힘을 보탰다. 풀백들의 공격 가담이 이루어질 때는 역습으로 인한 뒷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수비에까지 신경을 썼다. 공격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고, 결국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교체 출전해 1골을 기록한 아드리아노는 교체보다는 선발이 훨씬 잘 어울리는 선수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골로 ACL 득점 선두에 올라 있었던 그는 2016 K리그 클래식에서도 11골 5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하고 있다. 68분 골 장면에서 데얀의 기막힌 힐패스만큼 훌륭했던 순간적인 움직임은 그의 클래스를 보여줬다.

점점 더 강해지고, 완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아데박' 트리오는 황선홍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을 안겨준다. 밸런스와 팀 전술을 위해 누군가는 벤치에 앉아야 하지만, 이 세 선수가 동시에 선발로 나서서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황 감독이 이 세 선수를 활용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큰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의 숨은 주역 곽태휘

 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데얀이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곽태휘와 손바닥을 부딪치고 있다.

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챔피언스리그 8강 FC서울 대 산둥 루넝 경기. 데얀이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곽태휘와 손바닥을 부딪치고 있다. ⓒ 연합뉴스


유로 2016에서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그라지아노 펠레(31, 이탈리아)는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스햄튼 소속으로 13골을 기록하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한 세계적인 공격수다. 실제로 올 여름 첼시(EPL)와 라치오(세리아A) 등에서 그의 영입을 희망했다. 그런데 그가 향한 곳은 유럽 내 상위 클럽이 아닌 중국 슈퍼리그였다.

중국 언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펠레는 이적료 1300만 파운드(약 195억 원), 연봉 1600만 유로(약 202억 원)를 받는다고 한다. 연봉만 따지고 보면 이번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 스웨덴)와 같은 금액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 레알 마드리드 )가 약 266억 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비교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그런데 ACL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 수비수 곽태휘에게 꽁꽁 묶였기 때문이다. 동료에게 좋은 패스를 공급받지 못한 탓도 있었겠지만, 경기 내내 곽태휘가 그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86분에 거친 반칙으로 옐로카드를 받던 그의 모습이 이날 경기의 상황을 잘 보여줬다. 제대로 된 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한 펠레는 경기 종료 후, 씁쓸히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곽태휘는 풀타임을 뛰면서 장점인 헤딩 능력을 마음껏 선보였다. 상대와의 공중볼 싸움에서 '절대 강자'의 모습을 보여줬고,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수비로 상대에게 틈을 내주질 않았다. FC 서울이 공격에서 힘을 발휘하고, 3-1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상대와 맞서 싸운 곽태휘 덕분이다.

'승리 원동력' 오스마르와 다카하기

FC 서울의 주장 오스마르(28, 스페인)도 승리의 숨은 주역이었다. 서울의 가장 믿을 수 있는 수비수이자 미드필드 능력도 갖춘 그는 이날 경기에서 곽태휘와 함께 중앙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공중볼 다툼, 몸싸움, 상대의 패스를 차단하는 능력 등 K리그 클래식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임을 ACL을 통해 증명했다. 상대에게 프리킥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산둥이 답답한 경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벽'처럼 느껴진 오스마르의 강력한 수비가 큰 몫을 담당했다.

다카하기가 보여준 투쟁심은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소 마른 체구를 지닌 그는 여타 일본 선수와 마찬가지로 '볼을 예쁘게 찬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선수다. 전반 초반에는 몸싸움과 공중볼 다툼에서 다소 어려움을 느끼는 듯했지만, 끊임없이 상대에게 부딪히고, 볼을 다퉈주면서 결국 중원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가져왔다. 특히,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드가 없었음에도, 경기를 주도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카히가와 이석현이 중원을 완벽하게 장악했던 게 컸다. 그만큼 다카하기도 승리의 숨은 주역이고, 찬사를 받아 마땅한 활약을 펼친 선수였다.

그 외에도 그라운드를 누빈 모든 선수들도 제 몫을 했다. 물론 산둥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몬테요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지만, 이날처럼 '하나의 팀'으로 뭉쳐진 모습이라면 다음 경기도 기대해볼 만하다.

황선홍 감독의 말처럼 아직 전반전이 끝났을 뿐이다. 이제는 방심과 부상이 FC 서울의 최대 적이 될 것이다. 지난 3월 16일 산둥 원정에서 4-1로 대승을 거두었던 것처럼, 경기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2차전에서는 더 완벽한 승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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