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음악회> 이미지

<열린음악회>는 KBS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KBS2


1993년. <열린음악회>가 막을 올린 해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은 자그마치 24년째 '온에어' 상태다. 말이 쉽지, 24년이면 강산이 2번 바뀌고도 남는 긴 시간 아닌가.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열린음악회> 송준영 PD와 구은정 작가를 각각 지난 9일과 16일에 KBS 신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객석을 일으켜 세워라... 타기팅이 해답



"<열린음악회>는 객석을 일으켜 세우기 힘들다." (가수 박진영, 장기하와 얼굴들)

<열린음악회>를 연출하는 송준영 피디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를 물었더니 박진영과 장기하와 얼굴들을 꼽았다. 객석을 일으켜 세우기 힘들다며 토로할 만큼, 이들은 객석과의 호흡을 중요시하는 뮤지션들이었다. 그만큼 다른 어떤 무대보다 이들의 무대에 관객들이 뜨겁게 반응했고, 어르신들도 일어나서 즐겼다고 하니 PD 입장에선 고마운 출연자가 아닐 수 없다. 송준영 피디가 원하는 무대가 딱 이런 무대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처럼 관객과 뮤지션이 함께 열광하는 무대를 꿈꾸고 있었다.

박진영과 장기하가 "객석을 일으켜 세우기 힘든" 무대라고 <열린음악회> PD에게 한 말은 하나의 '숙제'가 되었다. 숙제를 푸는 그 실마리가 가수에게만 달려있다면 열정 넘치는 가수를 섭외하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는 객석' 또한 변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가 현실이다. 그렇다고 '객석 탓'이라는 건 아니다. 결국 제작진이 안고 있는 숙제들이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 송 피디가 생각하고 있는 건 '타기팅(targeting)'이다. <뮤직뱅크>는 10대,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20~30대를 타깃으로 잡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데, 그것처럼 <열린음악회>도 현재의 중장년층 관객을 포함해 더 젊은 연령층을 타킷으로 잡아보려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특정 연령층을 타킷의 기준으로 삼는다기 보단 '모녀 특집'처럼 테마가 있는 기획을 하겠단 말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연인을 타깃층으로 잡듯이.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함께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객석이 더 열정적인 호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뮤지션 섭외도 중요하다. 출연자 라인업을 <열린음악회> 홈페이지에 미리 공지하기 때문에 그것을 미리 확인하고 오는 관객들이 많다. 아무래도 엑소처럼 젊은 아이돌 가수가 출연하면 젊은 관객이 다수 방청을 오기 마련이다. 송 피디는 "젊은 가수들을 많이 섭외해서 프로그램을 더 젊은 분위기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돌은 스케줄이 빡빡하다 보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업 준비에 어려움이 있어 <열린음악회>만의 강점인 오케스트라 반주를 살리기 어려운 게 아쉬운 부분이다.

장수 비결은 충성도 높은 관객층, 동시에 숙제

 지난 20일 강릉에서 <열린음악회>의 야외 녹화가 열렸다. 야외 공연은 보통 KBS홀에서 열리는 실내 공연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모인다.

지난 20일 강릉에서 <열린음악회>의 야외 녹화가 열렸다. 야외 공연은 보통 KBS홀에서 열리는 실내 공연보다 더 많은 관객이 모인다.ⓒ 송준영 PD


송 피디에게 <열린음악회>의 24년 장수 비결을 묻자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어른들(중장년층)의 충성도 덕이 큰 것 같아요, 참 감사하죠." 지금도 지방에 야외녹화를 가면 어른들의 충성도가 높단 걸 실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말은 즉 젊은 층으로 갈수록 충성도가 떨어진다는 말이고, 이 점은 우리의 숙제"라고 덧붙였다.

<열린음악회>의 피디는 총 세 명으로, 돌아가면서 연출을 맡는다. 그 중 한 명인 송 피디는 지난 2010년에 <열린음악회> 조연출로 활동한 적이 있고, 올해 1월부터 정식으로 연출을 맡아오고 있다. <청춘불패2>로 입봉한 그는, 이후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뮤직뱅크> 등 음악 프로그램 피디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렇듯 다른 음악 프로그램을 연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열린음악회>를 다양한 프로그램들 중의 하나로 놓고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오래되고 낡은 느낌을 산뜻한 느낌으로 바꾸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는 송 피디는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예전에 조연출로 일할 때, 미국 뉴욕으로 <열린음악회> 공연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패티김 선생님이 마지막 무대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 전 순서였던 동방신기가 노래를 끝내고 나니 사람들이 쭉 빠져나가서 패티김 선생님이 곤란하게 된 것. 송 피디에게 "이젠 너무 엔딩만 고집하면 안 되겠다"고 말씀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녹화 현장에선 젊은 가수의 순서를 마지막에 배치하고, 방송은 (편집이 가능하니) 순서를 바꿔 내보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열린음악회>가 지나온 과거, 그리고 꿈꾸는 미래

<열린음악회> 24년은 어떻게 변해왔고,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이 질문에  송 피디는 "93년에 이 프로그램이 시작할 때는 공연의 규모가 상당히 컸다"며 "제가 조연출을 하던 2010년에만 해도 관객의 수가 15000~20000명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은 모객이 많이 되는 야외 녹화에서도 7000명을 채우기 힘들다고 한다. 이렇게 모객 규모가 적어지는 이유는 옛날에 비해 요즘은 '공연을 향유하는 문화'가 워낙 많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90년대만 해도 공연, 콘서트, 음악회란 것 자체가 흔하지 않았고, 그것이 사치처럼 여겨지던 때였다. 송 피디는 "부자에게도, 거지에게도 다 열려있는 <열린음악회>가 당시에는 문화생활의 단비였다"고 말했다. 그땐 <열린음악회>를 보기 위해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왔고 경쟁률도 더 치열했다. 하지만 이제는 즐길 공연이 너무 많아진 탓에 새로운 매력요소를 찾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무대를) 벌려놓고 사람들이 오게끔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찾아가는 방식으로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송 피디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담당 피디들도 위와 같은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찾아가는 음악회, 예를 들면 '산간 음악회' 같이 작게 차려놓고 소박한 무대를 꾸미는 쪽을 그려보고 있다고 한다. 소극장 무대가 요즘 대세고, 그런 작은 공연의 '몰입도'를 선호하는 요즘의 공연문화 추세를 주목하고 있었다. 야외 공연을 더 늘리고 싶다고도 했다.

<열린음악회>의 '미래'를 또 하나 말해달라고 하자 그는 간단하게 답했다. "결국 라이브죠." 지금은 시청자들이 MR사운드에 익숙해져 있는데, <열린음악회>는 '현장 사운드' 위주로 채워지는 것. 그는 "'현장 사운드'를 잘 담아서 내보내는 것에 여전히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밴드와 오케스트라의 컬래버래이션도 구상하고 있다고 살짝 언급했다. 김창완 밴드, 윤도현 밴드, 씨엔블루 같은 팀들과 KBS 관현악단 오케스트라가 협업으로 거대한 무대를 꾸민다면 참 멋질 것 같다면서 눈을 반짝였다.

[인터뷰] 구은정 작가 "<열린음악회> 장수 비결이 뭐냐고요?"
역사 같은 이 프로그램을 거의 시작부터 맡아온 이가 있다는 말을 송준영 피디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접선을 시도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구은정 작가. 그는 1995년부터 <열린음악회>를 기획하고 대본을 써왔다. 22년째다. "이제 이 프로그램에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로, 구은정 작가는 <열린음악회> 자체가 돼 버렸다.

오케스트라, <열린음악회>의 정체성이자 힘

<뮤직뱅크> 류의 화려한 음악프로그램이 많은 지금, 다소 밋밋해보이는 <열린음악회>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강점이자 특징, 정체성은 바로 '오케스트라'다. KBS 관현악단이 <열린음악회>를 처음부터 맡아오고 있는데, 보통 MR로 노래하는 대중가수들이 <열린음악회>에서 만큼은 콘서트장에서나 선보일 만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노래한다.

가수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반주에 맞춰 노래하기 위해선 당연히 합을 맞춰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특별한' 무대를 꾸미는 노력이다. 하지만 스케줄에 쫓기는 가수들에겐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공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기에 이를 설득하는 것도 작가 및 제작진의 몫이다. 대략적인 순서는, 먼저 가수-연출자-편곡자가 상의해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을 한 후, KBS 관현악단 연습실에서 녹화 2~3일 전에 가수와 악단이 만나 편곡된 곡을 연습하고, 녹화 하루 전날 리허설을 하는 식이다.

<열린음악회>의 오케스트라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클래식 오케스트라와는 조금 다르다. 기본 오케스트라 구성에 전자악기인 키보드, 일렉 기타, 베이스 기타와 드럼 등이 추가된 '팝 오케스트라' 구성이라고 보면 된다. 가수들에게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은 더 나은 뮤지션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구은정 작가는 22년 동안 <열린음악회>를 꾸려오고 있다.

구은정 작가는 22년 동안 <열린음악회>를 꾸려오고 있다.ⓒ 구은정 작가


"사람이 하나하나 깎아서 만들어 낸 음들로 공간을 채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MR보다 더 자잘한 파장들이 빼곡히 공간을 메우는 것이죠."

구 작가는 오케스트라를 이렇게 표현했다. 수공예품을 만드는 장인 같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음악을 수작업해 내놓는 것이기에 '날 것 그대로의'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보정작업을 여러 단계로 거치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열린음악회>의 차별점이 바로 이것이다. 순수한 음악 그대로를 들을 수 있기에 그 경험이 요즘 시대엔 귀하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심심하게 들리는 위험부담도 안고 있는 셈이다. 다만 <열린음악회>도 소리의 밸런스 정도는 잡아준다고 한다. 요즘 시청자들이 워낙 좋은 음악을 많이 들어 수준이 높기 때문에 밸런스가 맞지 않으면 듣기 불편해한다고 말한다.

김치와 깎두기, 그런 게 음악의 본질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구 작가에게 물었다. 명료한 질문에, 그 역시 명료하게 대답했다. <열린음악회>는 언어를 비롯한 장치가 아닌, 음악 자체를 전달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음악 본연의 역할을 실현시키는 데 가장 신경을 쓴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성면에선 다른 음악 프로그램보다 단순해보이지만, 음악 자체로써 감성이 왜곡되지 않고 전달되게 하려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도 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은 마지막에 물었다. <열린음악회>의 장수비결이 무엇인지. 이 질문에 그는 김치, 깍두기, 된장을 일컬으며 "매일 먹으면 질려서 안 먹게도 되지만, 편안해지고 싶을 때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음식처럼 음악 본연에 충실했기 때문에 오래간 것 같다"고 답했다. 즉 "음악이 지녀야 할 기본적 역할에 충실하면서, 잡다한 것을 피하고 시선을 현혹하는 것에서 멀어져 있는 것는 것이 장수비결 같다"고 정리했다. <열린음악회>의 색깔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무지개'라고 답한 그는 여러 가지 의미로 '열린' 음악회가 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었다. 관객에게도, 뮤지션에게도. 또한 장르에 있어서도.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