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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코리아' 앨범 자켓
 '하나의 코리아' 앨범 자켓
ⓒ 하나의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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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일, 가수 28명이 통일을 꿈꾸며 부른 노래들이 담긴 앨범 '하나의 코리아'가 발매되었다. 사랑과 이별 등을 노래하는 대중가요와 달리 '하나의 코리아'에 담긴 곡들은 민족이나 통일 등 한반도의 아픔을 노래한다.

특히 이 음반은 '부흥', '비전',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등 CCM계에서 명곡 제조기로 유명힌 고형원씨가 제작해 눈길을 끈다. 고형원씨는 통일 문화 사업 NGO '하나의 코리아'를 설립해 통일운동을 해오고 있다.

이 작업에 참여한 아티스트는 전인권, 박완규, 인순이, 정동하, 팀, 이지훈, 선예 등 대중가수와 성악가 신영옥씨, 국악인 송소희씨 그리고 소향, 박종호, 최인혁, 송정미 등 CCM 가수 등으로 그 면면이 화려하다.

앨범에 대한 반응과 제작 뒷 이야기가 궁금해 앨범 발매 두달이 지난 8월 16일 '하나의 코리아' 사무실에서 고형원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고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하나의 코리아'란 앨범이 발매된 지 두 달이 지났어요. 반응이 좀 있나요?
"4년 반 전부터 작사·작곡을 시작해 지난봄 녹음을 마치고, 5월 2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쇼케이스를 한 뒤, 6월 1일 공식 발매를 했어요. 음반 들으신 분들이 너무 좋다고 하시고, '의미 있는 앨범'이란 격려 전화가 많이 와요. 감사하죠."

- 반응이 좋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의미 있는 삶, 통일, 민족, 시대에 대한 가사를 가진 음악이 많지 않아요. 그러나 이 음반엔 그런 가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대다수 가요는 사랑과 이별 등 개인적인 일상에 대해 노래하잖아요. 물론 그것도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그런 것에 비해 민족이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는 없죠.

지난해는 우리나라가 해방 70주년이자 국토가 분단 된 지 70년을 맞은 해였습니다. 그리고 2018년은 정부가 따로 세워진 지 70년이 되는 해고 2020년은 민족이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죠. 저희는 삼중적인 분단이라고 해요. 저는 오랫동안 곡을 써왔지만, 이 음반에 개인을 넘어 민족이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평화적 통일에 대한 생각 늘 소망했어요"

고형원 ‘하나의 코리아’ 대표
 고형원 ‘하나의 코리아’ 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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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 반이면 꽤 오래 걸렸는데 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오랫동안 기독교 CCM곡들을 만드는 작사작곡가로 활동하면서 우리 민족이 과거의 아픔과 분단을 넘어 미래로 가는 길을 여는 평화적인 통일에 대한 생각을 늘 소망하였습니다. 또 저는 '남북 함께 살기 운동'이라는 단체에 이사로 참가하면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었는데요. 이 단체의 대표되는 분이 예전에 <오마이뉴스> 대북사업 담당 부사장을 역임하셨던 이동현 대표님이세요.

'남북 함께 살기 운동'은 북한 어린이들의 영양 개선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 지원, 북한 어린이의 학용품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늘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통일에 대한 마음, 시대에 대한 고민, 민족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담아서 음반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음반의 곡들을 처음 작곡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말이었습니다. 약 4년 반 동안에 이 주제를 가지고 약 20곡 정도를 작사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기독교 CCM 쪽에서는 그래도 많이 알려진 작곡가지만 대중음악 쪽에서는 저를 알 수도 없고 누군지 모르니까 저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어요.

이 방(작업실)에서 곡도 쓰기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그중 15곡이 노래에 맞는 가수들을 만났고, 그분들의 귀한 참여로 녹음이 되어 음반으로 나온 거죠. 녹음작업도 15개월이나 걸렸지만, 여러 가수와 기획사가 함께 참여한 일이라서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죠."

- '하나의 코리아'는 어떤 앨범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두 개의 코리아가 아닌 하나의 코리아의 의미, 통일 코리아의 의미입니다. 코리아로 쓴 이유는 남한은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북한은 조선 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이지만 영어엔 똑같이 Korea가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한국도 아니고 조선도 아닌, 같은 민족으로 서로 만나는 입장에서 코리아를 사용, '하나의 코리아'라고 음반 이름을 지었습니다. 영어로는 'united Korea 4 The World'라고 했는데 그 말에는 우리 민족이 통일된 힘으로 세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포부와 기개를 담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의 뜻을 담은 것이기도 하죠.

원래는 2015년에 맞춰 출반하려고 했는데, 녹음작업이 늦어졌어요. 앞서 말한 우리 민족의 삼중적인 분단의 때, 국토와 체제와 민족이 반 토막난 지 70년이나 지나가는 우리 민족에겐 너무나 중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이젠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는 길을 열면서 민족이 치유되는 화해와 평화적인 통일의 꿈을 꿀 때라고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남북한이 통일될 때 어려움보다는 더 많은 좋은 일이 예상되죠.

저는 통일을 꿈꾸는 음반으로 '하나의 코리아'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남과 북의 음악이 동질감에서 이질감으로 바뀌어 가는 시기라고 느껴집니다. 크게는 많이 같은 것 같지만, 노래도 점점 분단되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대중들이 부르는 노래 내용 중 다른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남쪽 대중가요는 음악이 엄청나게 세련되게 발전을 했고, '한류'라는 것을 통해 전 세계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만, 그 (노래) 내용은 대부분 연인의 사랑과 이별과 아픔에 관계된, 개인적인 감정과 상황을 노래한 것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대중가요 속에서 인생, 함께 살아가는 세상, 시대나 민족공동체에 대한 노래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더군다나 분단된 지금은 화해와 치유를 위해 남과 북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필요합니다.

저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노래가 길을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화해와 평화의 새 시대를 여는 새 노래들을 남과 북이 만나고 만들고 같이 연주하고 그런 일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과 일상사를 넘어서 민족과 시대를 품게 하는 노래, 민족의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창조하는 노래, 세계를 위해 봉사하고 높은 문화를 창조하는 노래를 꿈꾸는 것이죠. 한류가 전 세계로 가는데 거기에 고귀한 정신과 의미를 담아낸다면 (좋겠어요). 다른 나라 문화권에는 없는 가치와 정신,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들,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고 싶었어요."

"신앙, 사회·민족·세계 위해 봉사하는 정신 더 회복돼야"

- 고 대표님은 CCM 작곡가지만 1997년 발매된 예수전도단 8집부터 보면 단순한 기독교적인 내용보다는 한민족을 음악에 녹이셨잖아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제가 1990년 캐나다에 한 선교단체의 토론토 지부 개척을 위해서 갔어요. 10년 기간 해외에 살면서 민족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보통 본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해외에 나가면 민족을 더 생각하고 사랑하게 되기도 하는데 저도 민족을 위한 생각을 많이 품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CCM에 아름다운 노래도 많고 좋은 곡들더 많았어요. 1997년 9월 제가 작곡한 '부흥' 음반과 1999년 '부흥 2000'이란 앨범이 수십만 장이 나갔는데 그 음반들이 이전 것들과 내용 즉, 가사가 달랐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민족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신앙노래가 아닌 민족적인 부흥을 꿈꾸는 노래였던 것이죠. 부흥이란 곡의 첫 가사가 '이 땅의 황무함을 보소서'였고 부흥 2000에도 '남북이 하나 되어', 부흥 2006 음반에는 '한 민족 한 핏줄 형제의 사랑으로'라는 제목이 들어가 있거든요.

저는 해외에서 10년 살면서 개인에 대한 노래는 많으니까 조금 더 민족적인 회복과 부흥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해외에 나가 보니... 교회적으로만 보면 한국교회는 그 당시 천만 명의 그리스도인이 있고 너무 큰 교회였지만 우리 민족은 전 세계에서 보면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잖아요. 또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많이 존중받고 인정받는 나라지만 분단되어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살아가나 생각했죠.

원래 초창기 한국 기독교는 민족 기독교였잖아요. 민족을 품고 독립운동을 하고 민족을 위해서 교육사업을 하고 병원을 짓는 등의 일을 많이 했는데 지금 기독교는 잃어버린 부분들이 있잖아요. 신앙도 개인의 성공이나 야망이 아니라 사회와 민족과 세계를 위해 봉사하는 정신이 더 회복되어야 할 것 같아요."

- 15곡이 수록되어 있잖아요, 손가락을 물었을 때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15곡 모두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 것 같아요.
"다 제가 낳은 자식들이에요(웃음). 그중 한 곡을 나눈다면, '서시'란 곡은 윤동주 선생님 시에 제가 곡을 붙인 거예요. 감히 저처럼 부족한 사람이 '서시'에 곡을 붙어서 죄송한데, 제가 5년 전 즈음 윤동주 기념 사업회의 교수님에게 메일을 보내서 곡 쓰는 걸 허락받았어요.

제가 중국에 갔다가 대성 중학교를 방문했었는데 거기 윤동주 선생님의 시비가 있었는데 너무 잘 아는 '서시'가 돌에 새겨져 있더라고요. 특별히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라는 시구가 제 마음에 강하게 들어왔어요. 그 당시 독립의 뜻을 가슴에 새기셨던 윤동주 선생님을 비롯한 그쪽 지역에 계신 분들은 우리나라가 언제 일제에서 해방될까라는 절망감 속에서도 소망을 새긴 거죠. 는 그 시구를 보는 순간, 감정이입이 되었어요.

저 역시 우리 민족의 통일을 위한 길이 언제 올까 너무도 답답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시구가 칼날처럼 들어왔어요. 그래서 전 여기에 멜로디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멜로디가 생겨서 서시라는 곡을 쓰게 되었어요.

'서시'는 남과 북, 그리고 해외에 사는 교포들까지 함께할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때 조국을 품었던 한 청년, 민족 시인이었던 윤동주 선생님의 절절한 고백이 지금 시대 통일을 생각하는 모든 코리안의 가슴에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서 모든 코리안이 애송하고 마음을 다시 추스를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지만 부끄러운 현재 우리 모습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고백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대중음악 가수와 성악가 그리고 CCM 가수까지 28명이 앨범에 참여했잖아요. 섭외 뒷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가수 섭외는 제가 아는 기획사 대표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제일 먼저 힘이 되었던 것은 소향이었어요. 원래도 친하고 CCM에서는 제 곡을 가장 많이 부른 가수이기도 하지만 처음 부탁했을 때 너무도 흔쾌히 가창비도 없이 재능기부를 해주었죠. 정말 힘이 되었어요. 또 다른 CCM 사역자분들도 마찬가지로 가창비도 없이 노래로 힘을 보태어 주어서 정말 고마웠어요. 특히 '가시나무'를 부르신 하덕규 목사님은 이 일을 시작할 때부터 격려를 많이 해주셨죠. 그러나 가수를 섭외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중 하나의 스토리를 나눌게요. 몇 년 전 인기 있었던 <나는 가수다>에 박완규씨가 출연했을 때 편곡자이면서 일렉 주자로 CCM 락그룹 예레미에서 활동했던 조필성씨가 연주하시더라고요. 같은 CCM계지만 만난 적이 없었어요. 아는 분 통해 조필성씨 번호를 알아내어 전화하고 무조건 영통에 찾아간 거죠.  음반 소개를 하며 박완규씨가 부르면 좋을 곡 2개를 가져갔어요, 들려주고 A란 곡이 박완규씨와 맞을 것 같다고 했더니 자기도 같은 생각이라며 의미 있는 앨범 같으니 박완규씨와 의논해 보겠데요.

그 다음 날 박완규씨도 참여하겠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나의 길'이라는 노래인데 이게 15곡 중에는 처음 레코딩되어 나왔어요. 이 노래 들으면서 저도 눈물 많이 흘렸습니다. 어렵게 곡을 쓰고 진행하면서 정말 힘들게 지나온 많은 일이 생각나서요. 쇼케이스 할 때 박완규씨도 '자기가 힘든 상황에서 이 노래가 진솔한 자기 고백이 되었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감사했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고형원 ‘하나의 코리아’ 대표
 고형원 ‘하나의 코리아’ 대표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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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4년 반쯤 저희 아이들과 차를 타고 다니면서 데모 테이프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진짜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음반이 나왔잖아요. 그때와 같은 꿈을 또 하나 꿉니다. 내년 가을 이후 두 번째 음반 녹음하려고 하거든요. 이번에는 조금 더 밝고 경쾌한 노래들도 넣고 싶어요. 통일이라는 게 우리의 희생과 인내도 따르지만, 또한 더 넓은 세계로 함께 나아가는 기쁘고 신나는 일이니 그런 분위기로 음반을 만들고 싶어요.

그 이후에 두 음반의 곡들을 가지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현실을 넘어 다음 세대 젊은이들의 꿈과 이상을 노래하는 뮤지컬을 만들고 싶어요. 현재의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고, 또 우리 민족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들이 보아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스토리와 음악을 통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런 뮤지컬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는 이 뮤지컬을 통해서 특히 코리아의 청년들이 민족의 분단을 생각해보고 개인주의를 넘어 다른 것을 볼 수 있고 또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남과 북의 청년이 함께 기차를 타고 만주와 시베리아를 넘어 아시아 유럽까지 갈 수 있는 시대를 여는 일에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 얼마 전이 광복 71주년이었잖아요. 우리나라는 광복과 함께 분단되었어요. 그리고 7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남북은 대치 중이라서 안타까우실 것 같아요.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이 음반에도 1919년 3.1운동부터 현재까지의 남북의 역사를 사진으로 넣었어요. 지금도 남과 북에 많은 긴장감이 흐르잖아요. 어떠한 이유로든 남북한에 전쟁이 생긴다면 우리 민족의 역사는 수십 년을 뒷걸음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지금 시대 누구라도 그 아픔과 전쟁의 상처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수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는 긴장 상황으로 가는 것 자체가 전 너무 안타까워요. 이것을 지혜롭게 서로 존중해 주면서 대화를 통해 화해와 평화로 열어나가는 지혜가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반목과 대립이 아니라 막힌 담을 허무는 거죠. 담이 있으면 못 만나잖아요. 우리가 중국인도 만나고 우릴 압제했던 일본인도 만나면서 같은 겨레인 북한 사람을 왜 못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함께 그런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그:#고형원, #하나의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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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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