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 포스터. 결과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 포스터. 결과적으로 별 의미가 없는 작업이 되어버렸다. ⓒ 래몽래인


2017년 방영 예정인 SBS 드라마 <엽기적인 그녀> 캐스팅과 관련되어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고 있다.  당초 근 두 달여의 오디션을 거쳐 최종 선발된 신인 여배우가 도중하차하고 인지도 있는 유명 배우가 새롭게 해당 배역을 맡기로 한 것.

이에 대해 드라마 방영사인 SBS측은 23일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제작사가 개최한 온라인 공개 오디션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거나 최종 캐스팅 여부와 관련해 약속한 바가 전혀 없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제작사 측은 진행상의 미숙, 시행착오 등의 표현을 쓰며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렇게 <엽기적인 그녀> 캐스팅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로 보인다.

어설펐던 대국민 오디션

당초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은 한계점이 분명해보였다. 당장 심사기준에서 지나치게 일반 시청자(누리꾼) 투표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심사위원 점수 45%, 배우 점수 10%, 누리꾼 점수 45%) 초짜 신인보단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기성 연예인이 유리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당초 온라인 투표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댓글 등을 통해 누리꾼들로 부터 호감을 샀던 몇몇 후보들은 정작 최종 선발 단계에서 탈락,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들도 심심찮게 온라인상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오디션의 가장 큰 문제는 화제성의 결여였다. 

올해 초 방영된 신인 프로젝트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점 중 하나는 화제성이었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SNS 상에서 해당 프로그램 및 출연자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오고가면서 일반적인 시청률 이상의 화제를 불러 모으며 이후 결성된 그룹 아이오아이를 비롯한 출연 연습생들은 엄청난 인기 몰이에 성공을 했다.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은 국내 대형 포털을 통한 동영상 오디션과 대국민 투표 등 그냥 뻔한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미래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경쟁임이 분명했지만 그런 요소보다는 평면적으로 참가자들만 나열해놓고 "그냥 투표하세요"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치열한 서바이벌 방식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이 이 행사에 크게 관심을 기울여야할 당위성을 부여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캐스팅 초기 인기 및 관심 몰이에 실패한 것이 신인 배우 하차 및 인기 배우 교체라는 악수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방송사는 무죄?

 당초 <엽기적인 그녀> 여주인공으로 선발되었던 배우 김주현. 그러나 결국 하차하고 말았다.

당초 <엽기적인 그녀> 여주인공으로 선발되었던 배우 김주현. 그러나 결국 하차하고 말았다. ⓒ 래몽래인


SBS의 해명 자료를 살펴보면 "자격미달의 지원자 대거 지원, 일부 팬덤 대거 참여 등 투표 과정의 공신력 문제, 심사과정의 잡음 등"으로 "1차 오디션 이후 외부제작사가 주관한 온라인 오디션 행사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책임을제작사 측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물론 SBS의 입장에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정말 SBS 측 의견대로 방송사와 상의 없이 이뤄졌고 오디션 과정에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면 진행 도중이라도 강제로라도 중단시켰어야 하는 게 차라리 타당하지 않았을까?

5월부터 진행해서 6월에 주연 배우를 최종 선발한 상황에서 8월에 갑자기 하차시키고, 새 배우를 낙점하는 일련의 상황을 일반 시청자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당초 <엽기적인 그녀>를 사극 버전 드라마로 리메이크한다는 기획에 대해 많은 대중들은 우려한 바 있다. 원작 자체가 워낙 유명한데다 전지현-차태현이라는 기존 주인공들의 존재감을 뛰어넘기가 만만찮아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제작된 영화 <엽기적인 그녀 2>의 흥행 참패는 이러한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는 꼴이 되고 말았다.

어중간한 기획의 리메이크, 리부팅은 흥행 악재가 되기 딱 좋다는 것을 이미 초대형 자본이 투입되는 할리우드 영화들이 여러 차례 노출했다. 이를 생각해도 사극 <엽기적인 그녀>는 시작부터 좋지 못한 징후를 보여준 꼴이 되고 말았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수습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100% 사전제작임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시청자 마음을 다시 사로잡을 좋은 묘책을 부지런히 찾아보길 바란다.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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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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