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험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까지 정규리그 5연패, 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로 한 시대를 호령했던 사자군단은 올 시즌 9위로 수직 추락했다.

팀당 30여 경기 정도를 남겨놓은 가운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칫 창단 이래 역대 최악의 시즌 승률과 순위를 경신할 수도 있는 위기다. 경기 외적으로도 이런저런 구설수가 많아서 지켜보는 팬들을 괴롭게했다.

비록 삼성 야구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올 시즌이 무의미한 흑역사로 기억될 것 같지는 않다. 팀이 어려운 시기에도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삼성뿐 아니라 KBO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열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다타점 신기록 초읽기 들어간 이승엽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경기. 4회말 2사 1, 2루 때 1타점 적시타를 쳐낸 삼성 이승엽이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이 안타로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기록했다.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경기. 4회말 2사 1, 2루 때 1타점 적시타를 쳐낸 삼성 이승엽이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이 안타로 이승엽은 KBO리그 통산 최다 타점 타이기록을 기록했다. ⓒ 연합뉴스


'국민타자' 이승엽은 23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통산 최다타점(1389타점) 타이기록을 수립했다. 이날 선발출전한 이승엽은 4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종전 기록 보유자인 양준혁(전 삼성)과 타이기록을 이뤘다.

이승엽은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신기록 달성은 다음 경기로 미뤘다. 이승엽은 2회말 중견수 플라이로, 3회말 삼진으로 각각 물러났고, 8회말에는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했다. 삼성은 SK에 9-8 역전승을 거두고 2연패에서 벗어났다.

1995시즌 KBO에서 데뷔한 이승엽은 올해로 벌써 프로 생활 22년차다. 특히 전성기에 해당하는 8년을 일본무대에서 보내고도 KBO 역대 타점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것은 이승엽의 위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이승엽은 일본에서는 439타점을 기록하며 KBO 기록과 합하면 무려 1828타점을 기록 중이다. 안타도 국내(1986개)와 일본기록(686개)을 합하면 2671개로 양준혁의 역대 최다안타(2318안타) 기록을 이미 뛰어넘는다. 이승엽은 KBO 역대 7번째 2000안타에도 이제 14개만을 남겨놓고 있어서 이번 시즌 내 달성이 유력하다.

뭐니뭐니해도 이승엽을 대표하는 기록은 홈런이다. 이승엽은 올 시즌 홈런 23개를 추가하며 이미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BO 통산 홈런 기록을 439개까지 늘렸다. 일본에서 159개의 홈런을 추가하며 총 598개로 한일 통산 600홈런 기록에 단 2개만을 남겨놨다. 비록 한일 통산은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기록은 아니지만 이승엽의 꾸준함과 위대한 야구 인생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승엽은 올 시즌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타율 3할 1리, 23홈런(전체 8위) 96타점(6위), 127안타를 기록하며 여전히 전성기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총 109경기에 출장한 이승엽이 올 시즌 결장한 것은 단 2경기 뿐이다. 슈퍼스타임에도 오랜 세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실력과 인성 양 면에서 모두 '진정한 프로'의 귀감을 보여주고 있는 이승엽의 가치가 더욱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베테랑의 품격, 16년 연속 100안타 돌파 도전 중인 박한이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경기. 5회말 1사 만루 때 삼성 박한이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SK 와이번스 경기. 5회말 1사 만루 때 삼성 박한이가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엽의 기록행진에 조금 가려진 감이 있지만 또 다른 베테랑 박한이 역시 삼성 야구에서 아직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박한이는 이날 SK전에서 혼자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역전승에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

박한이는 올 시즌 개인 통산 2000안타와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라는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가장 저평가받은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수식어가 나올 정도로 박한이는 삼성 야구에서 가장 오랜 세월 묵묵하지만 꾸준하게 제 몫을 다해준 선수다. 2001년 프로 데뷔 이래 삼성에서만 활약하며 지난 시즌까지 15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달성했고, 총 1922안타를 기록하며 올 시즌 가장 먼저 2000안타 고지에 근접할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박한이는 개막 이후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인한 수술과 재활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야 했고 팀 사정상 복귀를 서두르다가 타격 슬럼프까지 겹치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한이가 주춤하는 사이 지난 시즌까지 자신보다 뒤졌던 박용택이 먼저 2000안타에 도달했고, 이승엽에게도 추월당했다.

박한이는 올 시즌 77경기에 출전하여 63개의 안타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타율은 2할9푼(217타수 63안타)이다. 개인 역대 통산 1985안타로 2000안타까지는 이제 15개만을 남겨뒀다. 다만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위해서는 37개의 안타가 필요하다. 남은 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서며 4할대에 가까운 타율을 유지해야 가능한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하지만 무릎이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는 베테랑 박한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승엽과 박한이 같은 선수들의 존재는 팀에 왜 모범이 될만한 베테랑이 꼭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거나 세월의 무상함에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역사에 도전할 줄 아는 선수들이 결국 '전설'이 된다. 이들이 존재하기에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삼성 야구를 여전히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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