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2002년 4월 첫 방송 된 이래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요일 오전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MBC의 대표적인 효자 프로그램이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2002년 4월 첫 방송 된 이래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요일 오전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적은 예산으로도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는 MBC의 대표적인 효자 프로그램이다. ⓒ MBC


일요일 아침 TV를 켠 당신. 다른 시간대라면 뭘 볼까 채널을 이리저리 옮기겠지만, 일요일 오전이라면 당신의 리모컨이 향할 곳은 하나다.

2002년 4월 첫 방송 된 이래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일요일 오전을 지켜 온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아래 <서프라이즈>). 매주 신기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재연 구성을 통해 전달해주는 <서프라이즈>는 채널과 방송 플랫폼이 다양해진 지금도 여전히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초반에는 김용만·김원희 등 MC들이 출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스튜디오 분량 없이, '익스트림 서프라이즈', '서프라이즈 시크릿', '언빌리버블 스토리' 등 이야기로만 채워지고 있다. 스타에 의존하거나, 막대한 제작비를 들여 멋진 '때깔'을 선보이는 건 <서프라이즈>의 방식이 아니다. 흥미로운 이야기는 유명 스타가 등장하지 않아도 눈길을 뗄 수 없도록 만들고, 배우들의 임팩트있는 연기는 엉성한 배경에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야말로 '콘텐츠의 힘'이다.

<서프라이즈>의 이야기 발굴단

신비한 TV의 신비한 작가들 18일,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작가진을 일산 MBC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선경, 김소연, 전현진, 한이슬, 성이정, 문소현, 최희원 작가.

▲ 신비한 TV의 신비한 작가들 18일,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작가진을 일산 MBC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 이선경, 김소연, 전현진, 한이슬, 성이정, 문소현, 최희원 작가. ⓒ 김윤정


<서프라이즈>의 콘텐츠는 100% 작가들에 의해 발굴된다. 전현진 작가를 필두로 총 7명으로 구성된 '이야기 발굴단'은 각자의 장기와 관심사를 중심으로 매주 아이디어를 발제한다. 유명인의 주변 인물들 행적을 캐며 아이템을 찾거나, 생활 속에서 늘 메모하고 추가로 검색하는 식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아이템 발제 후다. 우선 오래된 프로그램이다 보니 '했던 이야기 걸러내기'에 많은 공을 들인다. 15년 동안 바뀐 PD와 작가가 수십 명. 나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는 있지만, 완벽하게 중복 아이템을 걸러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현진 작가는 "특히 초창기 방송분은 정리가 잘 안 돼 있어 아이템을 또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알면서도 재탕한다는 오해가 많은데 정말 실수다, 재탕을 피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한다는 점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다음은 제작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밝힌 '팩트 체크'다. 사실 확인이 어려운 미스터리한 주제를 많이 다루는 <서프라이즈>. 어디까지 확인돼야 아이템으로 채택될 수 있을까? 전현진 작가는 "가장 중요한 자료는 당시 사건을 보도한 해당 국가 언어의 기사"라고 밝혔다. 논란만으로도 <서프라이즈>의 주제가 될 수는 있지만, 기사화될 정도의 논란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흥미로운 소재라도 아이템으로 채택될 수 없다는 것이다.

비밀결사대, 자료요원들

초창기 영어권에 한정돼 있던 해외 소재는 인기를 얻으며 러시아, 독일 등으로 확장됐다. 자료 조사를 위해 다양한 언어의 자료를 검색해야 하는 이들의 외국어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작가들은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는다"며 웃었다. 작가들이 구글 번역기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잡고 나면 <무한도전> '무도 드림' 특집에서 언급됐던 '요원'들이 투입된다.

각국 언어에 능통한 자료 요원들의 업무는 해당 언어로 된 온갖 자료 수집. 이들이 찾아낸 사진, 영상, 기사 등의 자료는 <서프라이즈>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미스터리한 소재에 현실감을 불어 넣어주기도 한다. 자료를 통해 배경 설명을 하게 되면 시청자들의 반응이나 몰입도가 확실히 다르다고.

<서프라이즈> 초창기 인기코너였던 '진실 혹은 거짓'이 없어진 이유도 이런 시청자들의 반응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경험한 귀신 등의 초자연적 에피소드를 많이 다뤘는데, 이를 별다른 증거도 없이 사연 제공자의 주장만으로 '진실'이라 말하니 시청자들이 방송을 점점 신뢰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 작가는 "시청자들이 초반에는 맞추는 재미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그때는 라디오 사연처럼 소소한 경험들도 많았는데 점점 '에이 그게 어떻게 진실이야'라는 반응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그렇게 실제 사건을 전달하는 '익스트림 서프라이즈'와 '진실 혹은 거짓'의 시청률 차이가 점점 벌어졌고, 결국 '진실 혹은 거짓'은 사라졌다.

"히틀러, 다시는 보지 말자"

 <서프라이즈> 최다 등장인물은 히틀러다. 히틀러와 CIA가 등장하는 세계 2차대전은 <서프라이즈>의 단골 배경 시대다.

<서프라이즈> 최다 등장인물은 히틀러다. 히틀러와 CIA가 등장하는 세계 2차대전은 <서프라이즈>의 단골 배경 시대다. ⓒ MBC


<서프라이즈>가 가장 많이 다룬 소재는 뭘까? 지난 2월 방송된 <서프라이즈> 700회 특집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38회 등장한 히틀러다. 히틀러와 CIA 등이 등장하는 세계 2차대전은 <서프라이즈>의 단골 소재다. 작가들에게 '히틀러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하자 "다시는 보지 말자"며 웃었다. 한이슬 작가는 "히틀러 소재가 많은 건 어디까지나 우연"이라고 말했다. 세계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한 소재가 많고, 관련된 드라마틱한 소재와 인물들에 대해 조사하다 보면 히틀러까지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작가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소재는 우리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최근에는 광복절을 맞아 영화 <밀정>의 소재가 된 황옥의 일대기를 그렸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극적이지는 않지만, 군더더기 없이 짧고 간결하게 그려지는 <서프라이즈>의 방식은 오히려 쉽고 재미있는 역사 교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전현진 작가는 "알려지지 않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의 삶이 <서프라이즈>를 통해 재조명되고 화제가 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효자 프로그램의 비애

<서프라이즈>는 적은 제작비로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는, MBC의 대표적인 '효자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이 '효자' 신분은 그냥 유지되는 게 아니다. 제작진들은 열악한 제작비와 빠듯한 촬영 일정에 맞추기 위해 대본부터 촬영까지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서프라이즈>의 촬영 장소는 양주에 위치한 MBC 문화동산과 그 일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제작비 문제도 있지만, 이틀 동안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촬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서양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양주 MBC에 위치한 펜션에서 촬영된다. 미국 고급 주택을 연상시키는 펜션 앞에 외국인 배우들을 세워놓으면, 그곳은 더 이상 경기도 양주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어느 곳도 가능해진다.

한종빈 PD는 "집이 너무 좋아 빈민가를 묘사할 때 안 어울린다"는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빈민가를 표현해야 할 때는 배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을 타이트하게 촬영하는 방법을 쓴다. 같은 장소에서 찍더라도 자료나 사진 등으로 배경 설명을 충실하게 하면,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커버하는 부분도 있다. 방송가에서는 이 같은 촬영기법을 '서프라이즈 기법'이라고 부른단다.

아예 대본 작업부터 제작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다. 눈 밝은 <서프라이즈> 애청자들은 최근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줄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않았을까? 이선경 작가는 "양주 MBC 내에 있던 사극 세트장이 철거돼 그렇다"고 이유를 알려줬다. 사극을 촬영하려면 멀리 용인 민속촌이나 대장금파크까지 이동해야 하다 보니 "사극을 쓸 때 눈치가 보인다"고. 많은 출연자가 필요한 전쟁신이나, 별도의 세트가 필요한 기내신 등을 넣을 때는 정말 필요한지, 두번 세번 고민할 수밖에 없다.

 8월 11일 서프라이즈 촬영 현장. 경기도 양주.

서양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들은 대부분 양주 MBC에 위치한 펜션에서 촬영된다. 미국 고급 주택을 연상시키는 펜션 앞에 외국인 배우들을 세워놓으면, 그곳은 더 이상 경기도 양주가 아니다. ⓒ 김윤정


<서프라이즈>의 인기 요인?

종편 채널이 등장하면서, 방송사마다 <서프라이즈>와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사라졌다. 하지만 모두 <서프라이즈>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청자들은 <서프라이즈>의 어설픔마저 매력이라며 사랑해 마지 않는다. 이같은 사랑은 열악한 제작환경에도 제작진들이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다.

전현진 작가는 "간혹 방송을 통해 많이 배운다며 일요일마다 행복해진다는 글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서 "우리는 드리는 건 소소한 상식과 정보인데, 더 크게 받아들여 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서프라이즈>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도는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배우들에 대한 호감도와 비례한다. 전 작가는 "배우들의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이 알려지면서 시청자분들이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면서 배우들에 대한 응원이 프로그램에 대한 응원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에도, 배우라는 직업을 지키기 위해 투잡, 쓰리잡도 마다치 않는 <서프라이즈>의 배우들. 그리고, 머나먼 한국에서 뜻하지 않게 TV까지 출연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외국인 배우들. 이들은 '안티' 없는 <서프라이즈>를 만든 1등 공신들이다. 이들의 이야기가 2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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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1일 서프라이즈 촬영 현장. 경기도 양주.

배우라는 직업을 지키기 위해 투잡, 쓰리잡도 마다치 않는 <서프라이즈>의 배우들. 그리고, 머나먼 한국에서 뜻하지 않게 TV까지 출연하며 특별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외국인 배우들. 이들은 '안티' 없는 TV 프로그램 <서프라이즈>의 1등 공신들이다. ⓒ 김윤정



서프라이즈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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