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의 기획력은 어느 기획사들보다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실력파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가장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이는 기획사라는 인식이 있으므로 새로운 가수를 내놓을 때마다 화제를 모으며 인기몰이에 성공한다. 데뷔 전부터 언론을 적절히 이용하고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에 있어서 YG만큼의 수완을 발휘하는 기획사도 없다. YG에서 새롭게 선보인 걸그룹인 블랙핑크가 데뷔하자마자 음원 순위를 휩쓸고 역대 걸그룹 데뷔 후 최단기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이런 YG의 기획력에 있다.

양현석 대표가 팬들의 불만을 사는 이유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전략은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전략은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그러나 팬들의 불만은 어쩐 일인지 더욱 쌓여만 가고 있다. 블랙핑크를 향한 불만이 아니라 소속사 자체를 향한 불만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블랙핑크의 활동반경에 있었다. 블랙핑크의 처음 데뷔설이 흘러나온 것도 거의 3년 전부터다. 그들의 데뷔가 정해지느냐 마느냐가 그 정도 걸린 것에 대하여 양현석은 '완성도 때문'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데뷔도 하지 않은 걸그룹이 나올 것이냐 말 것이냐를 두고 한참이나 저울질을 한 YG의 태도는 팬들 입장에서는 간 보기에 불과하다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데뷔 후 방송활동을 활발히 해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줘야 할 신인 그룹의 스케줄은 인기가요 단 하나. 데뷔 첫 주 방송임에도 다른 방송에는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터져 나올 만한 일이다. 기다린 만큼 기대도 컸을 터이기 때문이다.

YG 소속 가수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신인임에도 마치 10년 차 빅뱅이나 가능할 것 같은 활동 전략으로 오히려 활동반경을 좁힌다. 예를 들자면 더블 타이틀 곡 같은 경우가 그렇다. 빅뱅처럼 인지도가 있는 그룹은 두 곡다 히트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신인그룹인 위너나 아이콘의 경우, 대표곡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신인으로서 자신의 그룹을 좀 더 대중적으로 만들고 인기를 올리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YG는 더블 타이틀뿐 아니라 가수들에게 짧은 활동 기간과 긴 휴식기를 주는 등의 전략을 고수하기도 한다. 팬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클 수 있는 인기를 제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팬들은 말한다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는 YG가 오랜 기간 준비한 팀이다.

신인 걸그룹 블랙핑크는 YG가 오랜 기간 준비한 팀이다. ⓒ YG엔터테인먼트


이런 상황에서 팬들의 불만이 표면적이고 공식적으로 드러난 것 사건이 있다. 아이콘의 일본 아레나 투어 게스토로 위너의 송민호가 서게 되면서 아이콘 팬덤측이 "아이콘 멤버들의 제대로 된 단독, 유닛 무대도 없는 상황에서 타 가수와 유닛 무대를 추가하는 것은 부적절한 일입니다. 아이콘 멤버들만의 추가 무대를 원합니다."라는 공식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자신의 가수가 나오는 무대를 반대하고 나선 팬들의 공식 성명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말 속에는 아이콘에 대한 지원이나 활동에 불만이 서려 있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그들 가수의 활동 반경조차 제한된 상황에서 타 그룹의 멤버를 게스트로 세우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이에 위너의 팬덤 역시 "위너 송민호의 아이콘 콘서트 게스트 참여 전면철회를 YG에 강력히 요구합니다"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 초 앨범이 나온 후 별다른 활동이 없는 위너에 대한 소속사 측의 스케줄 전략에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더 늦게 데뷔한 아이콘보다 발표된 싱글 수가 적다는 것이 불만을 더 자극했다. 아이콘과 위너는 YG 연습생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경쟁하던 사이인 만큼, 서로와 비교 아닌 비교 대상이 되었다. 팬들 처지에서는 가수별로 공정하지 못한 중구난방식 활동 전략이 상당한 스트레스로 다가올 만 했다.

그보다 먼저 터진 젝스키스 '합창단 이벤트 사건'도 있다. 합창단 이벤트는 젝키의 콘서트에서 무대에 오를 합창단원을 뽑는 이벤트로서, 젝키의 히트곡 '커플' 1절을 부른 영상을 올리면, 추첨을 통해 합창 단원이 될 기회를 받고 나아가 젝키와 한 무대에 설 기회까지 제공되는 이벤트였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으로 흘렀다. 응모를 통해서 뽑힌 팬들만 무대에 오른다는 설정 자체에 거부감을 표출한 것이다. '선택된 소수가 아닌 모두와 함께 즐기는 콘서트여야 한다'는 젝키 팬들의 외침은 강력했다. 팬들은 합창이나 떼창은 특정인의 특권이 아닌, 팬들의 영역이라며 해당 이벤트를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고 결국 이벤트가 취소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팬들의 의견과 상충하는 이벤트 YG와 팬덤 사이의 소통 부재가 불러온 결과다. 그렇다면 YG 역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팬덤

 빅뱅이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아 이를 기념하는 전시와 콘서트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벤트보다 이들의 새 앨범 발매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빅뱅이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아 이를 기념하는 전시와 콘서트 등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벤트보다 이들의 새 앨범 발매를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 YG엔터테인먼트


이런 팬덤의 불만은 YG 소속 가수라면 누구에게도 유효하다. YG가 보유한 최고의 대형 가수인 빅뱅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부터 나올 것이라던 빅뱅의 'made' 정규 앨범은 올해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서까지 발매되지 않고 있다. 빅뱅의 멤버인 탑은 올해 30살로 더는 입대를 미루지 못하는 상황. 앨범이 이토록 늦어지면 활동 기간도 숙명적으로 짧아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지난 19일은 빅뱅의 10주년이었다. YG는 'who's next'라는 카피를 게재하여 다음 활동 가수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다음 가수는 빅뱅이 아닌 미국 진출을 한 씨엘 인 것으로 밝혀졌다. 10주년에까지 빅뱅의 정규 앨범이 발매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빅뱅 팬들의 허무함이 얼마나 클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YG 측의 전략에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 또한 무리는 아니다.

이 밖에도 2NE1에 속해있던 공민지는 결국 2NE1의 활동이 중지되었던 수년간 별다른 활동을 하지 못하고 YG에서 빠져나왔다. 팬들은 오히려 공민지의 이런 행동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소속 가수를 보유하고도 활용을 못 하는 것은 팬들로선 답답한 일이다. 그 외에도 악동뮤지션이나 이하이 등, 소속 가수들의 활용방식에서 YG 소속사를 향한 팬들의 불만은 커져만 가고 있다.

YG 소속인 유병재는 예능 <꽃놀이패> 제작발표회에서 YG가 해당 프로그램에 공동 투자를 한 것을 두고 "나 신경 쓰지 말고 가수들 앨범이나 빨리 내달라"고 말해 웃음을 터트리게 하였다. 유머지만, 그 유머가 통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팬들의 불만이 크게 불거져 왔기 때문이었다.

기획사는 가수를 만들어 내는 동시에 팬덤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감을 가진다. 팬덤이 기획사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기획사는 가수들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보통 팬들은 기획사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기획사는 소속 연예인들을 상품으로 보고,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들을 애정이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기 때문이다. 팬들은 어쨌든 자신이 응원하는 가수 처지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고, 소속사는 가수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그런 면에서 YG가 가수들을 활용하는 방식이 논란이 되는 것은 상당히 의외다. 활동을 지나치게 시켜서가 아닌, 활동을 시키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음악성이나 실력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완성도를 높이려는 YG의 전략은 높이 살 만하다. 또한, 그런 전략이 어느 정도 통했기에 YG의 신인가수들의 성과가 가능했다. 팬덤을 이만큼 모을 수 있었던 것 또한, 기획사의 선구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팬들이 원하는 것은 완성도뿐 아니라 그들의 모습을 다양한 채널로 지켜보는 것이기도 하다. 팬들의 관점에서 자신의 가수를 자주 볼 수 없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데뷔가 늦어졌다는 블랙핑크만 봐도 어떠한가. 그 완성도를 보여주어야 할 활동 기간에 조차 스케줄은 너무 야박하다. YG가 내보내는 가수들이 음악이나 퍼포먼스에서 그만큼 눈에 띄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지쳐가는 팬들에 대한 배려 역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YG 양현석 블랙핑크 위너 빅뱅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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