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메이저리그 팀들의 순위 경쟁이 한 여름 폭염보다 더 뜨겁다. 그 중 김현수가 활약하고 있는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의 1위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김현수의 소속 팀 볼티모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스턴 레드삭스와 1위 자리를 다투며 지구 선두권을 꾸준히 유지했지만 최근 부진한 틈을 타 지난해 지구 챔피언 토론토가 1위로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볼티모어는 보스턴에게도 밀려 현재 지구 3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볼티모어가 지구 1위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까?

AL 동부지구와 마찬가지로 순위 경쟁이 치열한 곳은 강정호의 피츠버그와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가 속해 있는 내셔널리그(NL)중부지구다. 세인트루이스는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SF 자이언츠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마이애미와 피츠버그가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오승환과 강정호는 과연 가을 야구에 초대받을 수 있을까? 피타고리안 기대승률을 통해 가능성을 점검해 보도록 하자.

승률을 예측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도구 중 하나인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Pythagorean Expectation)은 팀 득점과 실점에 기반한 공식이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Bill James)가 고안했으며 계산방식은 이하와 같이 매우 간단하며 피타고라스 정리와 비슷해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라고 불린다.




실점보다 득점이 높은 팀은 대부분 승률이 높은 것에 착안해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 고안되었다. 득실점 차이가 높은 팀이 실제 승률이 높고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하 기대승률) 또한 높다.

득실점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승률이 높은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질 때는 많은 점수 차이로 지고 이길 때는 근소한 점수 차이로 이길 경우이다. 이런 경우 기대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더 높게 된다.

실제 승률이 더 높을 경우 감독의 작전이 좋았거나 박빙의 승부에서 운좋게도 많은 승리를 거둘 경우다. 시즌 끝까지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매우 효율적인 팀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정규시즌 162 경기를 치루다보면 행운과 불운은 대부분 상쇄되기 때문에 실제 승률과 피타고리안 승률의 차이는 크지 않게 된다.

자 이제 NL 서부지구 LA 다저스와 SF 자이언츠의 기대 승률을 살펴보자. 다저스(승률 0.532)는 6월 27일 1위 자이언츠(승률 0.636)와 8경기 차이가 났지만,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에서는 자이언츠 승률 0.597, 다저스 승률 0.558로 두 팀간 승차가 3경기 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 6월 필자는 다저스의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 실제 승률보다 높아 상승할 모멘텀이 있어 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다저스가 자이언츠와 승차가 좁혀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그 당시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시즌 초반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에 차이가 있는 경우 경기가 많아질수록 실점보다 득점이 많은 팀이 승률이 높은 것처럼 두 승률은 수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간혹 예외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이번엔 순위 경쟁이 치열한 AL 동부 지구를 살펴보자. 김현수의 소속 팀 볼티모어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 토론토와 보스턴은 기대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낮아 하락할 가능성이 낮지만, 볼티모어는 실제 승률(0.545)이 기대 승률(0.512)보다 높아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두 승률이 수렴하게 될 경우 볼티모어의 지구 1위 탈환은 어렵게 된다. 물론 많지는 않지만 시즌 초부터 시즌 막판까지 일정한 수치로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이 평행을 이루는 경우도 있다.

볼티모어는 선발 40승 45패 4.99 ERA(평균자책점), 불펜 27승 11패 3.42 ERA로 불펜의 승률이 더 좋다. 볼티모어가 불펜을 통해 근소한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경우가 많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무리 투수 잭 브리튼을 필두로 불펜진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볼티모어는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과 실제 승률의 간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로만 보면 볼티모어가 세 팀 중 가장 좋지 않다. 포스트 시즌에서 활약하는 김현수의 모습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는 추신수의 텍사스와 이대호의 시애틀이 있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를 살펴보자. 아래 그래프를 보면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이 0.504 밖에 되지 않는 텍사스가 지구 1위이자 무려 승률 0.584을 기록하고 있다. 두 승률 차이가 무려 8푼이다.


텍사스는 기대 승률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위험한 팀이다. 텍사스 불펜이 4.78 리그 전체 ERA 27위인데 30승 19패 승률 0.612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ERA 27위인 불펜진이 메이저리그에서 불펜진 중 승률 4위에 오른 것이다. 역전승을 밥먹듯이 한 텍사스 타자들의 역량이 컸지만, 텍사스의 타선 역시 OPS(출루율+장타율) 0.752 12위, 타율 .263로 7위로 최상위 성적은 아니다. 텍사스의 실제 승률이 기대 승률보다 크게 높은 것은 1점 차 승부에 있다. 텍사스는 1점 차 승부에서 16승 4패 승률 8할을 거두었다.

기대 승률로만 보면 텍사스는 급추락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팀이다. 텍사스는 2위팀 시애틀과 6경기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다.

기대 승률이 5할에 가까운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우는 흔치 않다. 2010년부터 살펴보면 딱 한번의 사례가 있었다. 2012년 볼티모어는 기대 승률이 0.505였지만, 실제 승률 0.574을 달성해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텍사스가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로 봤을 때 가장 비정상적인 팀이지만, 2012시즌 볼티모어처럼 되지 말란 법 또한 없다.


반면 시애틀과 휴스턴은 텍사스보다 기대 승률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지구 1위는 고사하고 와일드 카드조차 버거운 상황이다.

이대호의 팀 시애틀은 와일드 카드를 거머쥘 수 있을까? 기대 승률로만 보면 시애틀은 상승 모멘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볼티모어를 제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에는 강정호와 오승환이 있는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경쟁 상황을 살펴보자. 현시점 와일드 카드 1위는 LA 다저스와 SF 자이언츠 두 팀 중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나머지 한장은 어떤 팀이 차지할까?


가장 유력한 팀은 오승환의 소속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보인다. 카디널스의 기대 승률이 7월 이후 하락세이고 마이애미 말린스의 기대 승률이 상승세에 놓여 있는 것이 걸리긴 하지만, 카디널스(0.561)의 기대승률 자체가 마이매미(0.516)보다 훨씬 더 높다.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을 통해 예상해 본 포스트시즌 진출 10개 팀은 아래와 같다.

2016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진출 예상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 보스턴 레드삭스(or 토론토 블루제이스) 중부지구 우승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서부지구 우승 텍사스 레인져스 (위험) 와일드카드 1위 토론토 블루제이스(or 보스턴 레드삭스) 2위 시애틀 매리너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 워싱턴 내셔널스 중부지구 우승 시카고 컵스 서부지구 우승 LA 다저스 와일드카드 1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기록 및 내용 참조 : MLB.com, 팬그래프, 베이스볼젠, ESPN, 브룩스베이스볼]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