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 (주)쇼박스


말그대로 중계가 대세입니다. 4년에 한번 월드컵이나 올림픽이 되서야 했던 반짝했던 중계가 이제는 해외 스포츠와 함께 주말마다 시청자들을 찾아갑니다. 뿐만 아닙니다. 어느새 스포츠 중계방식을 빌려온 예능들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으며,  24시간 사회,정치이슈를 중계하는 뉴스전문 채널이 시청자의 이목을 붙잡습니다. 현장의 생동감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는 중계의 본질은 이 시대의 시청자들의 요구와 부합합니다. 시청자들은 즉각적인 정보를 원하고 미디어 제공자들은 딜레이 없이 현장의 내용을 전달합니다. 수요과 공급원칙이 부합되어 지금의 중계 전성 시대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중계 전성시대가 만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아마도 그 분기점은 세월호 참사였을 것입니다. 중계의 핵심인 현장성과 실시간성에 따라, 참사의 현장이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바다에 가라앉는 세월호가 육지의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었고, 우왕자왕했던 정부와 언론의 대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라앉는 배와 아이들의 이미지에 정부의 미숙한 대처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울분은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재난보도에 대한 정확한 준칙이나 가이드라인 없이 전국민에게 생중계된 세월호 참사는 많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사회에 남겼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재앙으로 불리는 건 희생자를 구조할 수 없었던 무기력함만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이 중계되는 과정에서의 발생했던 수많은 파열음과 감정의 전염 때문이었습니다.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 이재홍


영화 <터널>은 이러한 세월호 참사 이미지를 환기시킵니다. 단순 재난 상황에 갇힌 주인공 그리고 그를 살려내려는 구조자의 시점에서 영화를 그려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발 더 나가아 영화는 그 상황을 관망하는 중계자적 시점을 만들어냅니다. 한 인물의 심정 변화나 터널 붕괴라는 사건 자체의 개별적 특징을 집요하게 잡아내기 보다, 영화는 현실 속 재난 중계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에피소드를 시간흐름에 따라 나열합니다. 대형 참사가 미디어를 통해 중계 되는 방식 그 자체가 영화의 기승전결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의 감정들 역시 그 플롯에 맞춰 변화합니다. 사건이 증폭되고 마무리되는 수순의 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난 중계가 영화의 뼈대이자 큰 그긋입니다. 그 사이 영화관에 앉아있는 관객들은 익숙한 광경을 떠올립니다. 상황과 주인공만 바뀌어 있을 뿐 TV앞에 앉아 마치 재난 상황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영화를 바라보게 됩니다. 2시간이라는 압축된 시간 속에서 말이죠.

 영화 스틸컷

영화 스틸컷 ⓒ (주)쇼박스


영화가 가진 몰입도는 엄청납니다. 이미 <끝가지 간다>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정훈 감독 그리고 명불허전 하정우 오달수, 배두나의 연기 역시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높힙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느냐 묻는다면,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현실 속 세월호 사건을 환기시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극장에 앉아 이처럼 행복한 해피엔딩을 꿈꿨던 적이 있었을까요?  현실 속 이루지 못한 해피엔딩을 통해 카타르시스는 전달하는 영화 <터널>은 현실 속 부재에 대한 염원이 탄생시킨 영화입니다. 영화는 가진 힘은 그것이 현실과 맞닿은 지점이 커질수록 강력해집니다.  정치라는 어두운 터널에 고립된 지난 사건을 영화 <터널>은 다시 한번 환기 시키며 일상으로 끌고옵니다. 그들이 누군가의 엄마, 아빠, 아이들이자, 우리 사회가 잊으면 안되는 기억이라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람 그 자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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