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가 내놓은 <인천상륙작전> 관련 카드뉴스 중. 과연 이를 공정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

KBS 새노조가 내놓은 <인천상륙작전> 관련 카드뉴스 중. 과연 이를 공정보도라고 할 수 있을까. ⓒ KBS 새노조


<[앵커&리포트] "日, 전쟁 포기 헌법 제안"... '맥아더' 편지 확인> (8월 12일)
<무더위 속 관객 급증... 한국 영화 '돌풍'> (8월 8일)
<'인천상륙작전' 북미 개봉... 개봉관 역대 최다> (8월 6일)
<北, 영화 '인천상륙작전' 맹비난... 왜?> (7월 29일)
<교과서에 없는 인천상륙 성공의 비밀 '엑스레이 작전'> (7월 21일)
<영화로 부활한 '맥아더 장군' 리암 니슨 내한> (7월 13일)

이상은 KBS1 <뉴스1>이 올 7월과 8월 양 달간 내놓은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리포트들이다. 참으로 꼼꼼하고 다채롭기 이를 데 없다. 배우, 영화 내용, 흥행은 물론 해외 개봉과 북한 반응, 역사 관련 아이템까지. 아마도 한국영화 사상 공중파 메인뉴스가 영화와 관련해 다룰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을 다루는 신기원을 이뤘다고 볼 수 있다.

정점은 영화의 개봉 전날인 26일 내보낸 정전 63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인천상륙작전의 숨겨진 이야기, 첩보전>이었다. 주연배우 이정재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이 특집 다큐멘터리는 영화의 화면과 제작발표회 장면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실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초점은 영화의 내용을 소개하는데 맞춰져 있었다.

여기서 끝이냐고? 이정재의 <뉴스라인> 출연은 약과다. <뉴스9>을 제외하고도, KBS는 <인천상륙작전> 관련 뉴스를 십자포화처럼 쏟아냈다. <뉴스광장>을 필두로 <아침뉴스타임>, <뉴스12> 등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서 쏟아낸 '인천상륙작전' 관련 키워드 뉴스는 작년 8월 미 배우 리엄 니슨의 캐스팅 소식 이후 100여 건에 달한다. 한 마디로, 전무후무 '역대급' 보도다.

잘 알려진대로, <인천상륙작전>의 크레딧에는 KBS와 KBS미디어가 올라와 있다. KBS는 <인천상륙작전>의 전체 제작비 170억 중 30억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데, 이게 다 '돈 때문이다'라고 치부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둘이 아니다.

기자들까지 징계하는 KBS의 화끈한 <인천상륙작전> 띄워주기

 KBS 새노조가 내놓은 <인천상륙작전> 보도 관련 카드뉴스 중. 보도국장이 시키면 기사를 써야 하는 현실. 이게 현 KBS 보도국의 상황이다.

KBS 새노조가 내놓은 <인천상륙작전> 보도 관련 카드뉴스 중. 보도국장이 시키면 기사를 써야 하는 현실. 이게 현 KBS 보도국의 상황이다. ⓒ KBS 새노조


"사측은 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문화부 소속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를 징계에 회부했다고 한다. 징계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통합뉴스룸 문화부 팀장과 부장은 송명훈, 서영민 두 기자에게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평론가들이 낮은 평점을 준 사실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해당 기자들은 '편향된 리포트를 할 수 없다. 개별 영화 아이템은 홍보가 될 수 있어 과도하게 다룬 적이 없다'며 반발하면서 '개봉 첫 주도 지나지 않아 영화에 대한 평가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관객과 평론가의 차이를 어떻게 논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더욱이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KBS <뉴스9>를 통해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리포트로 보도가 된 바가 있다. 그럼에도 해당 부서장은 국장의 지시이니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리포트 제작을 강요했고, 이에 반발한 해당 기자들을 상대로 사측은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고 징계 회부에 이른 것이다."

지난 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아래 KBS 새노조)가 발표한 "'인천상륙작전' 일방적 홍보 지시 거부가 징계 사유?"란 제목의 성명 중 일부다. 새노조는 이 같은 징계가 "KBS방송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심각한 위법 행위"라며 "취재 실무자인 기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편성규약이 사규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자, 그러니까 '이미 많이 보도했고, 편향된 리포트인 <인천상륙작전> 관련 보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보도본부 측이 문화부 담당 기자에게 징계를 내리는 블랙코미디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아마도, 두 기자의 적극적인 반발과 항의가 아니었다면, KBS 사측이 요구한 리포트는 실제 보도됐을지 모를 일이다.

"우파 영화라는 꼬리표를 달았던 영화 연평해전과 국제시장은 비교적 낮은 평론가 점수를 받은 반면 제주 4.3을 다룬 영화 지슬과 화려한 휴가, 변호인은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국제시장'이나 '연평해전'은 평론가들의 혹평과는 반대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따라서 인천상륙작전이 대중의 마음속에 상륙할지 여부는 평론가가 아닌 영화를 보는 관객에 달려 있습니다."

KBS의 두 기자가 보도를 지시 받았던 지난달 29일, MBC <뉴스데스크>는 위와 같은 내용의 "영화 관객 vs. 평론가 '정반대'의 평점·시각, 왜?"란 리포트를 내보냈다. 노골적으로 <인천상륙작전>을 옹호하고 나선 편향된 리포트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 평은 박한데 관객들이 흥행 1위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이 골자였다.

KBS는 공영방송이 싫은 걸까

 KBS <뉴스9> 중 "영화로 부활한 '맥아더' 리암 니슨 내한" 리포팅 갈무리.

KBS <뉴스9> 중 "영화로 부활한 '맥아더' 리암 니슨 내한" 리포팅 갈무리. ⓒ KBS


일본 영화계의 경우, 민영 방송사가 참여하는 제작위원회 시스템이 공고화 된 지 오래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상업영화에 방송사나 출판사, 음반 배급사 등 여러 회사가 공동으로 투자하면서 영화 제작위원회를 세우고, 향후 투자 수익과 손실을 투자 비율에 따라 나누는 시스템이다.

유명 TV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이 '극장판'이란 이름으로 영화화할 때는 거의 예외가 없다고 보면 맞다. 올 초 개봉해 흥행한 타임슬립 영화 <노부나가 콘체르토 극장판>의 경우도 2014년 후지TV 연속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고, 극장판 역시 후지TV가 제작위원회 참여는 물론 홍보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 TBS가 이 제작위원회 시스템의 선봉에 선 민영 방송사다.

KBS는 이러한 일본의 민영방송 시스템이 부러운 걸까. 아니면 KBS가 자사 프로그램을 동원해 홍보에 열을 올렸던 자사 방영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경우와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의 경우는 일본의 제작위원회와는 분명 다르다.

30억을 투자했다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자사 예능프로그램도 아닌 뉴스를 통해 전폭적인 지원과 홍보에 나서는 공영방송의 뉴스를 과연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공영방송 KBS까지 제 입맛에 맞는 사안들을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는 일부 종편을 닮아가서야 되겠는가. 행여 '국민의 수신료'로 투자한 30억을 회수하기 위해서란 변명은 거두기 바란다.

시청률과 광고 경쟁에서 종편, 케이블에 따라 잡히고 있는 지상파의 생존전략이란 핑계도 가당치 않다. 그 보다, 전례 없는 <인천상륙작전>의 홍보성 보도와 기자 징계 건이야말로 KBS 보도국과 KBS의 현 난국을 여실히 드러내는 증거라 할 수 있다. KBS는 기어이 공영방송의 지위와 책임을 버리고 싶은 건가. 

KBS 인천상륙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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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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