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저녁 청풍레이크호텔에서 열린 제천국제영화제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시상식에서 이현승 감독이 여자연기상 수상자인 김민희를 대신해 시상식에 나온 <아가씨> 제작자 임승용 대표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12일 저녁 청풍레이크호텔에서 열린 제천국제영화제 디렉터스 컷 어워즈 시상식에서 이현승 감독이 여자연기상 수상자인 김민희를 대신해 시상식에 나온 <아가씨> 제작자 임승용 대표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 제천국제영화제


"민희야, 감독들은 널 사랑한단다."

한국영화 감독들이 배우 김민희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지난 12일 오후 충북 제천 청풍레이크호텔에서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아래 '제천영화제')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영화감독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 영화상이었다. 시상자 중 주목받은 것은 여자연기상이었다. 최근 홍상수 감독과의 열애설로 김민희의 불참은 예정된 것이었지만 그래도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시상자로는 1998년 디렉터스 컷 어워즈를 처음 발의했던 이현승 감독이 나섰다. 이 감독은 "아름다운 얼굴에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박찬욱 감독과 만났을 때 뭐가 나오겠구나 생각했다"며 "여러 외적인 상황으로 오지는 못했지만 감독들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와 영화적 열정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투표했다"며 영화감독들의 마음을 전했다.

이날 수상은 김민희를 대신해 <아가씨> 제작사인 용필름 임승용 대표가 대리로 받았다. 임 대표는 대리 수상소감을 통해 "상을 꼭 전달해서 감독님들이 민희 양을 지지한다는 것을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외적인 여건 고려 없이 수상자 선정

 지난 12일, 2016 디렉터스 컷 어워즈 수상자들이 함께 모여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지난 12일, 2016 디렉터스 컷 어워즈 수상자들이 함께 모여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제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수여하는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작고 소박한 상이지만 "외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현승 감독의 언급처럼 상이 담고 있는 가치와 권위에 충분히 무게가 있었다. 수상자들은 '감독들이 선정해 준 상'이라는 의미에서 감사를 표하며 대부분 참석했다. 또 김민희의 수상은 배우의 연기를 아끼는 감독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불참자에게 상을 주지 않겠다는 오만함을 보이거나 다른 외적인 고려에 치중해 겉모습만 화려한 일부 영화상과 비교되기에 충분했다.

이무영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시상식은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으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수상자들에 대한 연락과 행사 준비 등 실무 작업은 <암살> 최동훈 감독과 <과속 스캔들> 강형철 감독이 맡아 눈길을 끌었다. 수상은 모두 8개 부문에서 이뤄졌다.

독립영화 감독상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안국진 감독이 수상했고, 여자신인연기상은 <아가씨> 김태리의 몫이었다. 이무영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칭찬에 인색한데, 김태리에 대해서는 엄청 칭찬하더라"고 덕담을 전했다. 김태리는 수상 소감에서 "앞으로 이 상 보면서 지금의 마음가짐을 기억하도록 하겠다, 좋은 배우가 가져야 하는 미덕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남자신인연기상을 받은 <동주>의 박정민은 얼마 전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본인이 최동훈 감독이라고 하셔서 나에게도 보이스피싱이 오는구나 생각을 했다"는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운전 중에 전화를 받았다는데, 너무 기뻤다"며, 수상자로 선정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전했다.

<동주>로 제작자상을 받은 신연식 감독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고, 최동훈 감독의 전화를 받고 다른 전화인 줄 알았다"고 뜻밖의 수상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신인감독상은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이 수상했다. 장 감독은 "많이 부족한 작품에 귀한 상을 주셨다"며 "더 잘하라는 따끔한 충고로 생각해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내부자들>로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많은 상들이 있고 그중에서 소박한 상이지만 받는 기쁨은 가장 크다. 함께 호흡하고 가까이 있는 감독님들이 직접 뽑은 상이기에 가치 있다"며 수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감독들이 뽑은 감독으로 가장 마지막에 호명된 감독상은 <곡성>의 나흥진 감독이 수상했다. 나 감독은 수상소감 끝에 "후배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또 받기 위해서 죽을 각오로 더 열심히 영화 만들도록 하겠다"는 말로 큰 박수를 받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감독들의 선택

1998년부터 시작된 디렉터스 컷 어워즈는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감독을 첫 감독상 수상자로 <해피엔드> 정지우 감독, <공동경비구역 JSA> 박찬욱 감독, <밀양> 이창동 감독,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이 주요 수상자였다. 해가 갈수록 상의 가치가 높아졌으나 2011년부터 3년간 중단됐다가 2014년 제천영화제를 통해 재개됐다. 첫 회 수상자인 허진호 감독이 제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은 게 계기가 됐다.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수여하는 춘사영화상과 함께 감독들이 수상자를 선정하는 대표적인 상으로 꼽힌다. 한국영화감독협회가 원로감독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면, 한국영화감독조합은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감독들이 주는 상이라는 차이가 있다. 춘사영화상은 한동안 비리의 온상 노릇을 하다가 2014년부터 정상화 됐다.

디렉터스 컷 어워즈를 시작한 이현승 감독은 "감독들이 주는 상인만큼 장기적으로 춘사영화상과 합쳐서 가는 방안을 모색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저녁 제천 청풍레이크호텔에서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016 디렉터스 컷 어워즈' 남자연기상 수상자 이병헌과 연자신인연기상 수상자 김태리

12일 저녁 제천 청풍레이크호텔에서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2016 디렉터스 컷 어워즈' 남자연기상 수상자 이병헌과 연자신인연기상 수상자 김태리 ⓒ 제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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