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하는 아이돌이라는 뜻의 연기돌이 신조어로 생겨날 정도지만, 아직도 연기를 하는 아이돌들에게는 편견이 존재한다. 여자 아이돌들의 연기는 그 중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사실 여성 아이돌들은 비호감이 되기가 더 쉽다. 말 한마디만 조금만 잘못해도 비난의 재단에 재물이 되기 십상이고, '예쁜 척한다', '가식적이다' 같은 비난을 위한 비난 역시 남자 아이돌에 비해 훨씬 더 많이 감당해야 한다. 그런 여자 아이돌의 편견을 딛고 반전에 성공한 연기돌들을 꼽아보았다.

<응답하라 1997> 정은지

 논란을 딛고 당당하게 연기력으로 승부한,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

논란을 딛고 당당하게 연기력으로 승부한, <응답하라 1997>의 정은지. ⓒ tvN


<응답하라 1997>이 처음 방영될 당시만 해도 성공을 예감하는 여론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군다나 그룹 에이핑크 출신의 정은지는 당시 만해도 인지도 자체가 거의 없었다. 남자 주인공까지 가수 출신 서인국이었다는 것은 당시에는 굉장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정은지는 제 1대 개딸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내며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물론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정은지는 공중파 드라마 주연까지 맡는 등 주가를 높였고 에이핑크 내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연기자 변신을 한 멤버로 꼽히고 있다.

<프로듀사> 아이유

 <프로듀사>가 전파를 타면서 아이유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프로듀사>가 전파를 타면서 아이유에 대한 시청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 KBS


<드림하이> <최고다 이순신> <예쁜 남자> 등으로 연기경력을 쌓은 아이유는 가수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상당히 빠르게 주연을 맡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오는 반감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가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자 더욱 그런 경향은 짙어졌다. 그래서 <프로듀사>에 아이유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오는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한류스타 김수현에 톱스타인 공효진 차태현이 출연하고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초반부터 화제성이 높았던 드라마에 아직 이렇다할 대표작이 없었던 아이유의 합류는 상당히 이질감이 느껴졌던 탓이었다. 그러나 아이유가 맡은 신디는 <프로듀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현되었다. 아이유는 아픔을 간직한 채, 까칠하고 도도한 톱가수 역할을 나름의 색깔로 어색하지 않게 소화하며 화제를 모았다. 아이유에 대한 비난이 잦아든 것 또한 물론이다. 

<응답하라 1988> 혜리

 <응답하라 1988>이 발견한 여러 배우 중, 단연 돋보이는 건 '걸스데이' 혜리이다.

<응답하라 1988>이 발견한 여러 배우 중, 단연 돋보이는 건 '걸스데이' 혜리이다. ⓒ tvN


'응답하라 시리즈'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다음 시리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 즈음, <응답하라 1988>에 혜리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브랜드 화 된 상황에서 아이돌 여주인공에 대한 반감은 컸다. 정은지가 예상 외의 연기력을 보여준 예가 있었지만, 드라마 조연 경력밖에 없었던 혜리에 대한 불신이 컸던 탓이다. 주인공으로서의 연기력을 갖추고 있을지 오리무중이었음은 물론, 가수와 <진짜 사나이> 출연 등으로의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선뜻 연기자로서 인정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혜리는 이런 우려를 딛고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여론을 한 번에 뒤집었다. 그 이후 혜리는 <딴따라>에서도 주연을 맡는 등 연기자로서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미녀 공심이> 민아

 <미녀 공심이>에 등장하는 민아. 걸스데이의 혜리가 선취점을 올린 후, 이어서 민아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미녀 공심이>에 등장하는 민아. 걸스데이의 혜리가 선취점을 올린 후, 이어서 민아도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 SBS


혜리와 같은 걸스데이 멤버인 민아 역시 <미녀 공심이>로 호평을 이끌어낸 케이스다. 애초에 주연으로서의 불안감을 안고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드라마에 잘 녹아들었다는 점이 주효했다. 민아는 원형 탈모 증세가 있는 캐릭터를 맡아 시종일관 다소 어색한 가발을 쓰고 등장하며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고, 생각보다 감정선을 잘 캐치하며 시청자들의 여론을 돌릴 수 있었다.

<굿와이프> 나나

 <굿와이프>의 최대 반전은 나나의 연기력으로 불릴 정도로, 나나는 훌륭하게 자기 역을 소화하고 있다.

<굿와이프>의 최대 반전은 나나의 연기력으로 불릴 정도로, 나나는 훌륭하게 자기 역을 소화하고 있다. ⓒ tvN


애프터 스쿨의 나나는 가수로 활동 당시 유독 여성들의 호감을 얻지 못한 캐릭터였다. 공신력 없는 사이트에서 세계 미녀로 뽑히자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그 타이틀에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던 것이다. 나나의 인지도나 활동 반경이 연예계에서 그다지 넓지 못했다는 것이 이런 논란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모델같은 외모 외에는 가수로서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는 점이 치명적이었다.

<굿와이프>에 나나가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만해도 나나가 드라마에 유일한 오점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그러나 나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김단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며 혹평을 호평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큰 키와 도회적인 얼굴, 그리고 안정적인 발성과 감정표현 등이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를 얻으며 원작 캐릭터와 또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만들어 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본인역시 "처음으로 칭찬을 들어본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나나의 연기자 변신은 의외성이 있었다.

호평을 얻었지만... 한계도 극복해야

아이돌 혹은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호평을 듣는 이유는 바로 의외의 연기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호평을 들은 만큼, 이들의 한계도 명확하다.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배우'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다지기엔 부족함이 있기 때문이다. 호평을 들은 아이돌 여성 연기자들 대부분이 주연을 맡은 차기작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결국 차기작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넘어 본인 스스로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설득시키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작과 비슷한 연기 스타일역시 한계점이다.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주연으로서 확실히 존재감이 있는 여성 연기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한 번의 호평은 다음 기회를 만들어 줬지만 본인의 캐릭터와 개성을 좀 더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하면 아이돌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 한계를 극복하고 연기돌이 아닌 연기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해 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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