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위협하는 은근한 강자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 <마이펫의 이중생활>. 그동안 보여줬던 그들만의 특징을 잘 살려 흥행 신화를 이어갈까?

메이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위협하는 은근한 강자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 <마이펫의 이중생활>. 그동안 보여줬던 그들만의 특징을 잘 살려 흥행 신화를 이어갈까? ⓒ UPI코리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하면 단연 디즈니가 생각날 테고, 픽사와 드림웍스가 이어질 거다. 그밖에 생각나는 건 두세 개의 유명 시리즈를 내놓은 블루스카이나 메이저 제작사에 속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정도다. 여기에서 알아둬야 할 건, 디즈니와 픽사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로 한 식구가 되었고 드림웍스와 블루스카이가 '20세기 폭스'로 한 식구가 되었다는 거다. 크게 보면, 디즈니와 20세기 폭스의 대결이다.

양대산맥으로 굳어지다시피 한 판에 2010년 애니메이션 하나가 혜성같이 등장한다. 이름 하야 <슈퍼배드>. 1억 달러는 기본으로 먹고 들어가는 기존 애니메이션들과는 다르게 약 7000만 불의 저렴한(?) 제작비가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5억 달러가 넘는 성공을 거둔다. 같은 해 개봉한 드림웍스의 명작 <드래곤 길들이기>를 제친 성적이었다.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는 일약 메이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위협하는 다크호스가 된다.

이후 2010년과 2011년에는 잠시 숨 고르기(그렇지만 망했다는 건 아니다)를 하고 2013년 <슈퍼배드 2>와 2015년 <미니언즈>로 역대급 흥행 역사를 이룩한다. 단 다섯 작품으로 3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거다. 사실 이 회사는 20세기 폭스 애니메이션 회장이 퇴사해 독립한 후 유니버설 아래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무언가 사연이 있어 보인다. 여하튼 후속작에 귀추가 주목된 건 당연한 일이겠다.

역시나 극강의 재미, 시간이 지나면?

 아무 생각 없이 웃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제작사의 신작이라 그런지, 여전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다만, 영화 자체가 기억에 남지 않는 게 아쉽다.

아무 생각 없이 웃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는 제작사의 신작이라 그런지, 여전히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다만, 영화 자체가 기억에 남지 않는 게 아쉽다. ⓒ ?UPI코리아


후속작에서도 그 특징은 계속될 것인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와 극강의 캐릭터들이 선사하는 재미를 말이다. 하지만 전편인 <미니언즈>가 어마어마한 재미를 선사했지만 생각할 거리와 여운, 하다못해 교훈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좀 찜찜하다. 픽사 애니메이션으로 높아질 대로 높아진 관객의 수준을 채워줄 수 있을까?

바로 그 후속작인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시대를 관통하는 소재인 만큼 생각할 거리와 여운, 교훈 등을 전해줄 요소는 충분해 보였다. 거기에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남겨진 반려동물들은 어떻게 지낼까, 아마 주인한테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지 않을까 하는 소재가 상당히 잘 어울릴 거라 보였다. 결과는 어떨까.

일루미네이션의 작품들은 창립 후 점점 캐릭터를 극도로 밀어붙여 재미를 추구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아무 생각 없이 웃게 한다. 그것이 수익을 창출하는 법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작품 자체는 더 잊히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일루미네이션의 작품이라곤 <슈퍼배드> 정도다. 그렇다면, <마이펫의 이중생활>은? 재미와 흥행을 떠나서 시간이 지나면 잊힐 듯하다.

귀여운 캐릭터와 시대를 관통하는 소재, 과연?

 사랑받으며 평화롭게 지내는 개 맥스네에 유기견이었던 듀크가 들어온다.

사랑받으며 평화롭게 지내는 개 맥스네에 유기견이었던 듀크가 들어온다. ⓒ UPI코리아


시작부터 정신없이 몰아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너무너무 귀엽고 앙증맞아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개, 고양이, 새, 토끼, 돼지, 도마뱀, 악어, 뱀…. 그러나 영화는 점점 마이펫의 '이중생활'에 맞춰진다. 초반의 아기자기함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점점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변함없는 나날을 지내는 개 맥스, 어느 날 듀크라는 커다란 유기견 출신 개가 집으로 온다. 질투를 해보아도 주인은 알지 못한다. 친구 펫들에게 조언을 들은 맥스, 집을 어지르면 유기견 출신인 만큼 듀크가 그런 것처럼 보일 테니 힘의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거였다. 하지만 듀크도 가만히 있을 순 없는 법, 맥스를 골려주려고 뒷골목 쓰레기통에 처박는다.

그곳은 길고양이 천국이었다. 길고양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목줄을 빼앗기고는, 급기야 유기견 보호소에서 나온 이들에게 잡혀가고 마는데. 그들을 구해주는 지하세계 조직원들. 인간에게 버림받고 인간을 없애려는 게 목표인 그들에게 맥스와 듀크는 잘 받아들여질까? 그렇다고 도망치면 유기견 보호소에서 가만히 둘까? 그들은 과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는 기본적으로 귀엽기 짝이 없는 캐릭터를 장착해 흥미와 관심을 끄는 소재로 관객을 끌어모을 듯하다. 동시에 버려진 동물들을 출현시켜 사회 문제를 부각할 준비를 마쳤다. 재미와 감동, 교훈과 생각, 여운까지 보따리로 보여줄 수 있어 보인다. 이보다 완벽한 구성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유기견이었던 듀크를 데려온 설정, 또다시 버려질까 봐 두려워하는 듀크, 유기견 보호소에서의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듀크, 버려진 동물들이 인간을 해치우기 위해 지하에서 조직을 만든다는 설정 등은 단순히 교훈을 넘어 커다란 사회문제를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다.

떠나지 않는 웃음, 재미로만 승부를 봐도 좋다

 그저 귀엽고 귀여웠으며 귀여웠다. 여타 요즘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속 이런 류로 밀고 나가 확고한 특징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냥 즐거운!

그저 귀엽고 귀여웠으며 귀여웠다. 여타 요즘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계속 이런 류로 밀고 나가 확고한 특징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냥 즐거운! ⓒ UPI코리아


2시간 가까이 정신 못 차리고 본 것 같다. 요즘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울음은 전혀 나오지 않았지만,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박장대소를 유발하지도 않았으니 시종일관 편안하게 웃을 수 있었다. 하이개그나 블랙 유머도 전혀 없었다. 반려동물을 소재로 한 만큼, 그저 귀엽고 귀여웠으며 귀여웠다. 그거면 되지 않나?

참 애매하다. 그거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다가, '내 수준이 있지'하며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보는 내내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기분 좋았던 적이 언제였나 생각하니 슬그머니 물러설 수밖에 없다. 근래 본 모든 콘텐츠 중에서 가장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거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ingenv.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이펫의 이중생활 일루미네이션 재미 웃음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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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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