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게는 드라마 PD 지망생부터 넓게는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격의 없이 TV를 이야기합니다. [TV덕담]은 하나의 콘텐츠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한 자리에서 들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늘은 MBC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편집자말]
내인생의키 ★★★★ 웹툰과 드라마가 만든 평행우주, 하나가 되기를 꿈꾸다
러브파워 ★★★ 재밌는 형식, 아쉬운 캐릭터
농부의 마음 ★★★★ 이제는 뿌린 것을 거둬야 할 때
메타메타몽 ★★★☆ 드라마가 모니터를 뚫고 나오는 꿈을 꿀 때

#<W(더블유)>_어떻게_봤어?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전개가 빠른 것으로 호평받고 있는 MBC 드라마 < W(더블유) >. ⓒ MBC


메타메타몽 "무엇보다 전개가 빨라서 좋았다. 강철(이종석 분)에게 '이거 모두 만화'라고 했더니 강철이 '이제야 모든 것이 말이 되는군'이라며 빠르게 납득하는 설정. 강철의 캐릭터를 잘 설명하지 않았나. 일단 되게 합리적이고, 모든 가능성을 제하고 말이 되는 가능성을 믿는 것. 이 또한 '설정값'이고 '캐릭터 설정'이라고 하면 말이 되니까."

러브파워 "나는 좀 다르다. 전체적인 전개는 빨랐는데 세부적인 부분에서 늘어진 느낌을 받았다. 의외로 장식적인 장면들이 많더라. 가까이 클로즈업하지 않아도 되는 장면들도 클로즈업하고. 빠른 전개를 세부적인 에피소드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러다보니 피로했다."

농부의마음 "전개가 빨라서 좋다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았다. 만화랑 현실의 톤이 미묘하게 다른 점도 좋았다. 다만 어항이나 비눗방울을 보는 장면까지 너무 자잘하게 신경을 많이 썼고 느리게 처리됐다. 몇 초정도 줄였으면 더 전개가 빨랐을 것이다."

러브파워 "보여주는 것보다 말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게 너무 많다. 만화는 한 컷으로 끝내면 와닿질 않으니 분할을 해서 이렇게도 보여주고 저렇게도 보여주는데, 영상은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늘어진다."

#캐릭터의_매력이_살지_않아

메타메타몽
"
한효주가 현실에서도 만화 주인공처럼 묘하게 오바하면서 연기한다. 연기가 거슬린다는 평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게 설정이라 생각했다. 메타의 메타(메타픽션: 허구와 현실 사이의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스스로가 하나의 인공품임을 의식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쓰기(출처: 문학비평용어사전, 한국문학평론가협회)로 설정한 것처럼 느껴졌다. 웹툰 속 강철이 오연주(한효주 분)를 '내 인생의 키'라고 하면서 여자 주인공이 된 것처럼, 오연주 역시 강철을 사랑하면 드라마 문법으로 강철이 이 세계의 남자 주인공이 되는 거니까."

내인생의키 "일단 이야기가 크다 보니 캐릭터가 살지 않아 매력이 없고 전반적으로 이야기에 끌려가는 경향이 강했다. 이야기나 구조가 매력적인데 캐릭터가 재미없다. 극단적으로 말해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인공 둘과 이들을 바꿔도 전혀 상관없을 것 같다. 그런 점이 아쉽다."

메타메타몽 "캐릭터를 통제하고 있는 콘셉트이지 않나. 오연주가 중간중간 과거형 내레이션으로 진술을 한다. 이는 이미 극 중에서의 일은 일어난 상태이고 미래에서 과거의 일을 재구성하는 게 아닌가."

러브파워 "<W>처럼 판타지성이 짙은 드라마였던 <시크릿가든>(2011)은 주인공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니까 자율성이 높다. 그런데 <W>에서는 캐릭터가 절대 먼저 나서서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인생의키 "캐릭터와는 별개로 이야기 자체는 완전 예측 불가능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지?'라고 매번 자문한다. 특히 오연주가 감옥에 가는 신. 진짜 잡혀버리고 갑자기 물속에 들어가고 완전 예측 불가능이다."

#진짜_판타지는_작가가_태블릿을_함부로_부수는_것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 W >는 웹툰과 현실의 적절한 조화가 인상적인 드라마이기도 하다. ⓒ MBC


내인생의키 "2화 끝에서 전경으로 빠지면서 '당신 누구야' 이렇게 말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결국 W도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 아닌가."

메타메타몽 "재밌지 않나. 작가가 제어할 수 없는 전개라는 것 자체가. 창작 수업을 듣다보면 '캐릭터를 구축해놓으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말 많이 듣는데. 자신이 만든 캐릭터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게 어떤 작가에겐 판타지가 되고 또 악몽이 되지 않나. 태블릿을 통해 웹툰과 현실을 왔다 갔다 하는 판타지가 고전적이지만 나쁘진 않다."

러브파워 "진짜 판타지는 태블릿 함부로 부수는 거지. 태블릿 비싸잖나."

일동 "괜찮다. 작가가 돈이 많아서."

농부의 마음 "작가가 원하는 대로 작품의 결말을 못 내고 있다. 그걸 보면서 원래 작품을 만드는 건 작가지만 대중들이 주인공이 죽으면 작가에게 살려내라고 요구하지 않나. 그런 것도 많이 생각났다. 오연주나 강철의 의지가 대중들이 원하는 스토리고, 작가는 죽이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아닐까?"

내인생의키 "1화에서 스페인 화가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트루누스>가 등장한다. 의미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나. 결국 창조물이 피조물을 잡아먹는다는 그런 소재."

#작가에게_좀_더_많은_비중이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창조자와 피조물과의 대결로도 < W >를 얼마든지 독해할 수 있다. ⓒ MBC


러브파워 "차라리 작가 오성무(김의성 분)에게 더 큰 힘이 있고 그가 강철과 제대로 된 대결을 하면 더 재밌었을 것이다. 오성무는 무능력하고 극 중에서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강철이 이 싸움에서 이길 수밖에 없는 서사다. 힘을 비등하게 주고 둘 다에 설득력을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메타메타몽 "나는 작가가 힘이 있었다면 오히려 재미가 반감됐을 것 같다. 작가는 결국 그리는 일을 할 수 있는 건데 거기서 실패하고 좌절하고 태블릿을 부순다. 작가는 그림으로서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나."

러브파워 "내가 오성무 작가에게 좀 더 비중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건 강철이 오성무에게 총을 쏘기 전에 둘이서 '대담' 비슷한 걸 했던 부분이 <W>에서 제일 재밌었기 때문이다. 창조주는 실제로 전지전능할 것 같은데 실은 무기력하고 아무 것도 못하는 존재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자꾸 "설정값"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실은 그 신에서 강철이 가장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졌다. 강철이 "설정값" 때문에 총을 쏘지 못할 거라 했는데 총을 쐈고 스스로 엔딩을 내고. 그 부분이 이 드라마의 핵심일 거라 생각했다."

#요즘_의사가_너무_많다

메타메타몽 "나는 웹툰으로 전개하는 방식이 좋더라. 수정을 하려고 해도 일단 올려두면 많은 사람들이 웹툰을 보고 작가가 원고를 잘못 보냈더라도 수정을 하기도 어렵고. 캡처를 해 이전 원고를 찾기도 쉬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해진 요일과 정해진 시간에 웹툰이 올라간다는 설정도 일종의 '타임리밋(Time Limit)'이라 긴장감이 있다.

강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게 곧바로 웹툰으로 올려지고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면서도 만화라는 걸 의심하지 않는다. 물론 드라마 제작 방식이랑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웹툰에 미쳐있는 설정에서 많이 웃었다. 막 다들 웹툰 'W'를 보면서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뭐야, 뭐야' 이러고 '미친개' 박민수(허정도 분) 선생도 매번 오연주를 불러 전개를 확인하고. (웃음)"

러브파워 "나는 안경을 쓴 어시스트인 수봉이(이시언 분)가 제일 좋다. 아무 정보 없이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건 수봉이밖에 없다."

농부의마음 "나도 수봉이가 좋았다. 오연주가 웹툰으로 들어갔었다고 말을 했을 때, 믿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믿어주고. 오성무 작가는 친구들이 믿어주지 않았지 않나. 조력자가 있어 진행이 더 빠르게 흘러갈 수 있었다."

내인생의키 "반면 한효주는 묘하게 능동적인데 수동적이다. 만화 속에서 탈출을 해보려고 행동을 취하는데 강철에게 끌려 다니고 자기 의지대로 하는 게 별로 없다. 아빠가 벌려놓은 일 뒷수습만 열심히 하러 다니고. (웃음) 그리고 볼펜으로 찔러서 기흉으로 쓰러진 강철을 구하는 장면, 한 번 다른 드라마에 나왔는데 그 후로 드라마마다 다 볼펜으로 찔러대니 너무 지겹다."

러브파워 "무엇보다 드라마에 요즘 의사가 너무 많다."

농부의마음 "굳이 의사로 설정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 기흉 때문에? (웃음) 의사가 워낙 많이 나온다. 최근에만 해도 SBS <닥터스>랑 KBS <뷰티풀 마인드>에 이어 MBC <W>에서도 의사가 나오니까. 이제 다른 직업도 좀 보고 싶다. 생각해보니 KBS <태양의 후예>의 송혜교도 의사였고."

#사랑이_모두_해결?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정말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결말로 끝을 맺게 될까? ⓒ MBC


러브파워 "이야기 전개가 꼬이고 꼬였는데 결국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이 일어나도 사랑으로 해결될 거라고. <별에서 온 그대>처럼."

내인생의키 "추리물에서 그건 말이 안 된다. 나는 미국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Life On Mars)>(2008)가 떠올랐다. 차 사고가 나고 눈을 떠보니 주인공이 1970년대로 와있는 설정의 드라마다. 혼수상태에서 꿈을 꾸는 건지 정말 현실인 건지 모르는 상태로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그런데 막상 현실로 오니 공허한 거다. 그래서 건물에서 뛰어내린다. 그 세계로 다시 갔는지 아니면 완전히 죽은 건지 모른다. 강철이 그런 선택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현실과 웹툰을 두고서 어떤 쪽의 삶을 선택하고 어떤 쪽은 끝내고."

러브파워 "그건 불가능하다고 증명이 되지 않았나. 물속에 뛰어들어도 시간이 멈추지 죽진 않았다. 내가 사랑의 힘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주인공의 의지가 점점 강해지고 활동 범위가 넓어질수록 괴한의 활동영역도 넓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과 환상이 결합해 에너지를 내지 않으면 구체화된 악을 격파할 수 없다! '러브파워'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내인생의키 "반면 나는 오연주가 웹툰으로 도망을 쳐서 웹툰의 한 회가 끝나지 않고 강철과 영원히 함께 살기 위해 사건을 만들지 않으려 노력할 것 같다고도 생각도 했다."

농부의마음 "그러려면 엄청 조심조심 살아야 할 거다.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강철이 놀라지 않아야 한다. 싸우지도 말아야 하고. (웃음)"

 MBC 드라마 < W(더블유) > 자료사진

MBC < W >는 현재 수목드라마 1위에 매 화 화제를 낳고 있다. ⓒ MBC



TV덕담 W(더블유) 이종석 한효주 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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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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