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이 영화도 참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포스터. 이 영화도 참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자체의 완성도로 보자면 낙제점을 면치 못할 것임에도 열연한 배우만은 기억에 남는 작품이 더러 있다.

배우 김성오가 단기간에 수십 kg을 감량하며 연기를 위해 살신성인한 <널 기다리며>(모홍진 연출)가 그렇고, 시인 출신 영화감독 유하가 연출한 <하울링>이 그렇다. <하울링>은 요령부득의 삼류 스릴러임에도 불구하고, 이나영이 발군의 연기력을 통해 보여준 서늘하고도 슬픈 눈빛은 관객들의 머릿속을 오래 서성였다.

최근 기자의 판단 속 '삼류작품 속 일류연기'의 목록에 한 편의 영화가 더 추가됐다. '악인을 통해 악인을 벌한다'는 다소 뜬금없는 서양식 '이이제이(以夷制夷)'를 헤드카피로 들고 나온 할리우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바로 그것.

"대체 이게 뭐지?"... 혼잣말을 하게 만드는 영화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이 영화는 정말이지 영화팬들을 '할 말 없게' 만든다. 구성은 엉성하고, 드라마는 진부하기 짝이 없으며, 연출에는 맥락이 없다. 돈을 내고 앉아서 끝까지 지켜본다는 게 관객들에겐 고역 그 자체다.

줄줄이 등장하는 악당 캐릭터 중 주인공격인 데드 샷(윌 스미스 분)의 "나는 여자와 아이는 죽이지 않는다"는 대사는 이미 22년 전 <레옹>에서 장 르노가 써먹은 케케묵은 수사고, 돈만 주면 살인도 마다치 않으면서 자기 딸에게는 고양이 앞 쥐처럼 구는 해괴하고 신파적인 '가족주의'는 코웃음을 부를 뿐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비단 데드 샷만이 아니다. 영화 속에 줄줄이 등장하는 다종다양한 악당 즉, 엘 디아블로와 캡틴 부메랑 등 십여 명 가까운 인물들은 캐릭터 설정이 더 허술해 극중에서의 성격 부여가 전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난리법석을 떨며 불기둥을 일으키고, 칼을 휘두르다가, 주먹으로 벽을 부수지만 거기서는 어떤 역동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행위에 인과성과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등장인물 90%는 꿔다 논 보릿자루 혹은, 세워놓은 마네킹 같다. 세밀하게 계획된 연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아닌, 서로를 밀치며 마구잡이로 등장해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도 못하는 어중이떠중이 같아서다.

 '할리퀸'으로 분한 마고 로비는 오버하지 않는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겨우겨우 잡아준다.

'할리퀸'으로 분한 마고 로비는 오버하지 않는 연기로 영화의 중심을 겨우겨우 잡아준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볼 건 '할리 퀸'과 '조커'뿐

수백 억 아니, 수천 억 원의 돈을 쏟아 부은 듯 보이는 영화임에도 1만원짜리 만화책이 주는 재미와 감동도 갖추지 못한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가 다음 작품의 메가폰을 잡을 수 있을까? 할리우드는 냉정한 곳인데. 뭐 그런 걱정은 기자의 몫이 아니니 내버려두고.

이 영화를 그래도 '영화 비슷하게나마' 보이게 하는 건 '할리 퀸' 역을 맡은 마고 로비의 열연이다. 전위적(?)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는 화장과 옷차림으로 등장해 적재적소에서 위트 있는 대사를 던지고, 오버하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건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 하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 역으로 열연한 자레드 레토는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 역으로 열연한 자레드 레토는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아니다. 한 명이 더 있다. 할리 퀸의 연인으로 열연한 자레드 레토(조커 역). 조커는 영화역사가 만들어낸 최고의 악당 캐릭터 중 하나. 냉소적이면서도 뜨겁고, 잔인하면서도 퇴폐적 낭만 가득한 조커는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배역이다. 그럼에도 자레드는 조커 역 선배인 잭 니콜슨이나 히스 레저 못지않은 캐릭터 해석력과 소화력을 보여준다.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정리하자.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최근의 한국영화 <부산행> 기차에 실려 할리우드까지 잠식한 '신파 바이러스'에 무너진 영화다. 그렇다면, 마고 로비와 자레드 레토는 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백신쯤으로 부르면 될까?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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