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택시>는 제목 그대로 택시를 타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 곳곳을 누빈다.

<택시>는 제목 그대로 택시를 타고 이란의 수도 테헤란 곳곳을 누빈다. ⓒ 씨네룩스


서남아시아에 있는 나라 이란은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다. 이슬람교의 교리가 사회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종교국가로 정의된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이슬람 성법인 '샤리아'가 곧 법이다. 세속국가에서 보기에 그들의 사회는 지나치게 경직되었고 보수적이다.

이슬람 국가에서 간통하면 이는 살인과 강간에 따르는 범죄로 투석형에 의한 사형선고를 받는다. 투석형은 범죄자를 목까지 땅에 묻고 돌팔매질로 죽이는 이슬람의 처형방식이다. 미성년자도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에 처한다. 동성애도 사형선고의 이유인 죄에 속한다.

2012년 국제 사회의 비판으로 이란에서 투석형과 미성년자 사형은 폐지되지만, 여전히 이해하거나 이해받기 어려운 법들이 남아있다.

사회를 비추는 창문인 언론의 자유도를 보면 이슬람 국가의 순위가 낮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 언론인 보호 단체 '국경없는기자회'(RSF)가 2016년 발표한 자료인 세계언론자유도에 의하면 180개 국가 중 파키스탄 147위, 사우디아라비아 165위, 이란은 169위를 차지했다.

이슬람 국가에서 영화를 직업으로 삼는다면

 2015년 제65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조카인 하나 세이디가 대리 수상하는 모습.

2015년 제65회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조카인 하나 세이디가 대리 수상하는 모습. ⓒ Berlinale


자유로운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영화를 이슬람 국가에서 한다는 건 꽤 피곤한 일일 것이다. 외부 문화 수용에 적극적으로 달려들거나 파괴하는 또는 배타적인 예술은 그 특유의 규정하기 어려운 자유분방함으로 세속국가에서도 논란거리가 된다.

한국에서도 일제 식민지, 남북 갈등 문제는 오래된 뇌관이고 이를 예술가가 예외적인 감각으로 다루다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된 사례를 목격하는 건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영화감독으로서 살아가는 삶은 삶 자체가 영화적인 도전이다. 이란의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자신의 영화가 "국가 안보에 위협 도모와 이슬람 공화국에 반대하는 내용을 선전"했다는 죄목으로 6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아가 20년간 영화 제작과 시나리오 집필을 금지하고, 인터뷰와 출국을 금지한 형을 받았다.

그런데도 자파르 파나히는 영화를 은밀하게 제작한다. 그러나 제재로 인해 파나히는 시나리오부터, 촬영, 편집, 주연까지 혼자 제작한 로드-멘터리 영화 <택시>가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으로 발표되지만,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해 조카 하나 세이디가 대리 수상한다. 이외에도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토론패널로 초청받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투명한 유리창에 갇힌 새처럼 자파르 파나히는 프란츠 카프카식의 '출구'가 필요하다. 닫힌 유리창에 구멍을 내 환기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출구의 역할을 그에게는 영화가 한다. 2015년에 개봉해 영화계를 떠들썩하게 한 <택시>가 출구로 쏘아 보낸 그 결과물이다. 여인에게 보내는 장미처럼 유혹적인 <택시>는 프랑스 잡지 <PARIS MATCH>가 평한 대로였다.

"영화에 대한 모든 것! 위대하고, 아름답고, 강했다."

택시 속, 다양성과 갈등

 영화 속 한 장면, 물고기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든 노파와 불법 DVD 대여업자.

영화 속 한 장면, 물고기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든 노파와 불법 DVD 대여업자. ⓒ 씨네룩스


택시는 밀폐된 공간이면서 동시에 개방된 공간이다. 그리고 나와 타인이 만나는 공간이면서 헤어지는 공간이다.

카메라는 택시를 벗어나지 않지만 답답하지 않다. 자리에 앉은 택시 기사(자파리 파나히 분)와 손님, 손님과 손님 사이 대화가 조근조근 때로는 와글와글 이어진다. 손님 옆으로 비스듬히 보이는 창문에는, 또는 카메라가 바깥 전체를 비추면 이란의 수도인 생동하는 테헤란이 끊임없이 스쳐 간다.

택시는 독립된 소수 세계를 잠시나마 구축한다. 곧 깨지고 마는 세계인데 손님에게는 돌아가야 할 목적지가 있기 때문이다. 창문 너머로는 도로가 보인다. 그 속에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만나서 대화한다.

그들은 차단된 작은 세계를 공유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피상적이다.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여 분절을 넘으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서로가 다름을 더 크게 확인한다. 일시적으로나마 나와 세계를 비슷하게 공유하는 부분도 있다는 걸 발견하지만, 곧 그 부분이 전체 부분보다 협소하거나 또 다른 몰이해라는 걸 알아챈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우둘투둘한 노면을 굴러가는 자동차처럼 크고 작은 오해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인 노상강도와 교사가 범죄의 처벌을 두고 언쟁을 벌인다. 노상강도는 자동차 바퀴를 훔치고 달아난 도둑은 큰 죄를 저질렀으며 사형에 처해야 한다, 그러면 처벌이 무서워서 범죄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교사가 반박한다. 그녀는 그리 쉽게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고, 사형보다는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둑의 처벌에 관한 '의견의 다름'은 손님이 나가고 새로운 손님이 타면서 사회의 다양한 부분으로 확대된다.

불법 DVD를 대여하는 키 작은 남성은 시내를 소리 없이 돌아다니며, 영화를 보급하는 일이 문화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이란에서 영화상영은 허용되지만, 이슬람식 까다로운 검열 후에 허가된다. 따라서 보통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아예 보지 않거나, 수정되고 삭제된 영화를 보는 게 합법이다.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난 환자는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부인에게 재산을 넘긴다는 유언을 기사의 스마트폰에 남긴다. 부인은 기사에게 거듭 전화하며 유언장을 확인한다. 이란에서는 한 가정의 부인이라도 여성은 유산상속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알리의 샘에 정오까지 꼭 가야 한다는 두 노파는 유리병에 든 물고기를 제시간에 풀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새 물고기를 가져와야 목숨을 유지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두 노파가 5년 터울로 태어났고 똑같이 정오에 태어났다는 종교적 믿음에 근거한다.

영화감독을 꿈꾸는 조카는 수업시간에 배운 이야기를 삼촌인 기사에게 들려준다. 배급할 만한 영화는 지침을 지켜야 한다. "이슬람 두건을 준수하라, 남녀 간 접촉을 삼가라, 추악한 리얼리즘을 피하라, 폭력을 피하라, 좋은 사람한테는 넥타이 사용을 피하라, 좋은 사람한테는 이란 이름을 쓰지 마라. 대신 이슬람 성인들의 신성한 이름을 붙여라" 조카는 소형카메라로 영화를 찍고 있는데 지침을 준수하지 못해 당황하거나, 지키지 못한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이어서 등장하는 기사의 고향 친구, 오렌지 주스 아저씨, 쓰레기 줍는 소년 모두 지침에 어긋나게 행동한다.

고향 친구는 도둑의 신원을 알지만, 그가 가난하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고향 친구는 와인색 넥타이를 맸다. 인상 좋은 오렌지 주스 아저씨는 사실 도둑이다. 쓰레기 줍는 소년은 거리에서 돈을 줍고 주인에게 돌려주지 못했다.

인권변호사는 교도소에 수감된 한 여성을 면회하러 가는 길이다. 수감된 여성의 이름은 곤체 가바미, 실제로 그녀는 "남자 배구 경기를 관람한" 이유로 5개월간 갇혔다. 그러나 가바미를 도와주려는 인권변호사는 이미 3년 정직 처분을 받았다. 기사는 감독조합이 권리를 보호하지 않고 영화 촬영 금지를 내리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감각과 상상, 사고의 자유는 이처럼 다채로운 인물을 빚어낸다. 갈등이 벌어진다. 절대적 판단이 어렵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 속에는 택시를 모는 기사이기 이전에, 이란에서 '반체제인사'로 분류된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도 포함한다.

'불편한 사실도 전하는' 영화감독의 역할

 <택시>는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을 허문다.

<택시>는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을 허문다. ⓒ 씨네룩스


자파르 파나히는 손님의 의견에서 십 미터쯤 벗어났다. 손님의 언쟁과 주장의 방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감독의 역할은 '추악한 리얼리즘'에 있다. 이는 네오리얼리즘으로 사실 그대로 담는 영화 운동이다. 자연광으로 연출하고, 각본도 현실에서 가져오고, 주연도 직업 배우와 비전문 배우 구분이 모호하고, 편집도 거칠다. 네오리얼리즘은 2차 세계대전 전후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에 대항하며 시작됐다.

조카가 학교에서 배운 영화가 지켜야 하는 지침을 지키지 않고, 추악한 리얼리즘을 따르는 그의 영화와 그는 그래서 반체제인사다. 파나히의 영화는 네오리얼리즘적이면서 한편으로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와 여성이 주제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이슬람 국가에서 불편해하는 인간상이 선전 없이 드러난다.

조카는 추악한 리얼리즘이 정확히 무엇이냐고 묻는다. 선생님에게 설명도 들었고, 지침서도 살폈지만 이해가 안 된다. 현실을 보여주고 실제는 보여줘선 안 된다. 또 "어둡고 불편하다면" 현실을 보여주면 안 된다.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어렵다. 조카는 "보여주기 싫으면서 그런 짓을 하잖아요"로 매듭을 짓는다.

자파르 파나히의 전작 <하얀 풍선> <거울>과 마찬가지로 <택시>는 이란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콕 집는다. 테헤란 거리의 삶을. 그래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편하게 한다. '불편한 사실'도 전하는 것이 영화감독의 역할 중 하나라면, 파나히는 20년 영화 제작 금지 등의 어려운 여건에서 더욱 빛났다.

 자파르 파나히가 영화인에게 보내는 '장미 한 송이'.

자파르 파나히가 영화인에게 보내는 '장미 한 송이'. ⓒ 씨네룩스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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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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