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듯이, 누구나 가슴에 한때 사랑했던 존재가 있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배우, 내가 사랑했던 노래, 내가 사랑했던 감독, 내가 사랑했던 드라마…. 그런가 하면 노래 한 곡, 또는 드라마(영화) 한 편 때문에 인생이 바뀐 분들도 있을 겁니다. 첫사랑만큼이나 우리를 설레게 했던 그때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말]

"운명은 달나라에 있지 않아요."

위 가사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흥겨운 넘버(노래) '데스티니(Destiny)'의 한 소절입니다. 이 넘버는 우연히 택시에서 만난 남녀와 어딘가 수상한 택시기사가 함께 부르는 노래인데요. 회사에서 해고된 남자는 연락이 되지 않는 여자친구를 잡기 위해서, 비 오는 날 급하게 택시에 합승합니다. 남자가 올라탄 택시 안에는 아버지의 등 떠밀려 억지로 선을 보기 위해 나온 여자가 있습니다. 과연 이 둘은 어떠한 인연으로 엉켜져 있을까요?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과연 이 만남이 첫 만남일까요, 마지막 만남일까요?

내가 <김종욱 찾기>의 회전문이었던 이유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 (주)NEO


저는 위 장면을 담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2013년 여름에만 13번 정도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보고 또 보다 보니, 뮤지컬 홍보 대행사와도 친해져, 포스터와 프로그램 북을 무료로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학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과제에 꼭 <김종욱 찾기>를 넣을 정도였는데요, <김종욱 찾기>로 리포트를 써서 A+를 받으니, 홍보 대행사 측에서도 '뮤지컬 보고 A+ 받자'라는 대학생 할인을 만들기도 하셨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북경에서도 무대를 올린 <김종욱 찾기>의 중국 배우들의 사인이 담긴 프로그램 북을 선물로 받을 정도로 <김종욱 찾기>에 흠뻑 빠져 있었지요. 작품의 대사를 외우는 것은 물론, 뮤지컬 속에 나오는 모든 노래 줄줄이 꿰고 귀에 딱지가 얹힐 때까지 노래를 듣고 또 들었습니다.

제가 얼마나 <김종욱 찾기>에 미쳤었는지 잘 아시겠지요? 주변 친구들은 물론, 저 역시 제가 <김종욱 찾기>를 너무도 아끼고 사랑한다는 걸 인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대체 왜 저는 이 뮤지컬에만 꽂힐 수밖에 없었을까요? 저 역시 제 첫사랑을 잊지 못했기 때문일까요? 글쎄요, 어떠한 답변도 완벽한 이유가 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제 <김종욱 찾기>를 좋아하는 이유 '찾기'는 몇 년째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운명의 상대를 찾아 나서는 <김종욱 찾기>이야기는, 마치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치르치르와 미치르의 이야기를 닮았다. ⓒ (주)NEO


그러던 어느 날, 제 머릿속에 문득 한 단어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로 '파랑새'인데요. 어쩌면 <김종욱 찾기>를 그토록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파랑새를 통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동화 <파랑새>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1908년에 창작된 <파랑새>는 벨기에의 시인이고 극작가이며 191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모리스 메텔링크가 쓴 작품인데요, <파랑새>는 상징적인 수법을 구사한 작품으로 전 세계에서 널리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화 <파랑새>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옛날 숲 속에서 사는 치르치르와 미치르라는 남매가 있었어요. 어느 날, 그들 앞에 빨간 망토에 빨간 두건을 쓴 할머니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신은 요정 베리륜느라며 파랑새를 찾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 있는 새장을 가르치며 파랑새가 저기에 있다고 알려주지만, 요정은 더 파란 파랑새를 찾고 있으며, 그 파랑새를 찾게 되면 남매를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렇게 요정을 도와 파랑새를 찾아 떠난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 이 둘은 매우 신기하고 환상적인 모험을 하는데요. 꿈의 나라를 여행하는 다채로운 모험을 하지만, 끝끝내 파랑새를 찾지 못합니다. 지친 두 사람은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집 새장에서 파랑새가 더 파래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이에 치르치르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찾던 파랑새는 쭉 여기에 있었던 거야."

하지만 치르치르가 새장을 열자, 파랑새는 곧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마는데요, 실망한 동생에게 치르치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괜찮아, 파랑새는 또 찾을 수 있으니까."

짐작하셨겠지만, 여기서 파랑새는 행복을 상징하는 것으로 누구나 갖고자 하는 꿈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있다는 깨달음을 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날아가 버린 파랑새를 다시 찾고자 하는 마지막 대화 역시 새로운 모험의 세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놓습니다.

운명의 파랑새를 찾아 나선 여자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 그것도 운명을 찾아나서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가 오랫동안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건, 이 작품이 그저 '그렇고 그런' 클리셰를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 (주)NEO


그럼 이제 뮤지컬 <김종욱 찾기>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맨 앞에 설명해 드린 남녀는 다시 재회하게 됩니다. 남자는 헤어진 애인을 찾아 나섰다가 우연히 사람들이 첫사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절함과 환상에 대해서 새롭게 확인하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바로 '죽이는 아이템'을 얻는데요, 이는 바로 '첫사랑 주식회사'! 한편, 첫사랑 때문에 매번 선을 망친다는 이야기에 화가 난 여자의 아버지는 여자의 손을 끌고 이 첫사랑 주식회사를 찾습니다. 그렇게 여자와 남자는 다시 만납니다.

둘은 여자의 첫사랑 '김종욱'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산 넘어 바다 넘어 모든 '김종욱'을 만나고 헤매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싹틔웁니다. 하지만 둘은 사업적인 관계로 만났고, 여자에겐 7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첫사랑이 있고 아직 이를 찾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남자는 마음 아파합니다. 둘은 함께 '김종욱 찾기' 일정을 끝내기 하루 전 술집에서 술잔을 기울입니다.

"내일이면 우리 안녕이죠. 해야 할 일은 다 못했어도, 가끔 아주 가끔 당신 생각날 것 같아요."

취중진담이라고들 하죠, 여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남자. 이에 여자는 당황스러운 듯 계산을 서둘리 하고 도망칩니다. 여자를 잡으려고 함께 일어선 남자에게 술집 직원이 주민등록증을 놓고 갔다면서 건네주는데요, 주민등록증의 주인은 다름 아닌 '김종욱'입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좌충우돌 벌어지는 상황들에 웃음이 나오면서도, 끝에서는 애잔하게 감동하게 되는 '밀당'이 이 작품의 묘미이다. ⓒ (주)NEO


그다음 날 첫사랑 주식회사로 모인 여자와 여자의 아버지 그리고 남자. 결국, 여자가 몰래 가지고 있었던 단서인 주민등록증으로 '김종욱'을 찾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무척 놀라운 반전이 하나 더 숨어 있었는데요. 바로 7년 전 메일도 받지 않고, 전화를 끊은 것은 김종욱이 아닌 바로 여자였다고 말이죠. 실제로 여자는 김종욱과 공항에서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에서 도망쳤습니다. 대체 왜 그랬을까요? 여자는 김종욱과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이에 남자와 여자의 아버지는 크게 화를 냅니다.

"말해 봐. 시작도 하기 전에 왜 마음부터 닫아요? 끝까지 가보지도 않고 왜 미리부터 겁을 내? 말해봐 뭐가 두려운 건지. 왜 다칠까 봐 겁이 나니? 말해봐 뭐가 무서운 건지. 왜 잃을까 봐 겁이 나니?"

여자는 이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변하는 게 무섭다고, 그저 아이처럼 좋아했고 그 사람 아니면 안 되는데, 마음이 식는 걸 지켜보는 것이 너무도 슬프다고. 상처받고 싶지 않고 그저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만 싶다고, 이야기하죠. 다치기 싫고, 상처받기 싫은 그 마음을 토로합니다. 무대 위의 시간은 7년 전 인도에서의 여자와 김종욱의 마지막 작별로 돌아갑니다. 김종욱과 헤어지고 기차에 탄 여자는 노래 '나라의 결심'(당시 여자 역할이 오나라 배우님이었기 때문에, 나라의 결심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을 부르는데요, 이는 아직도 많은 뮤지컬 오디션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꿈에 그리던 작별 멈추고 싶은 머물고 싶은 바로 이 순간 첫사랑. 마지막 당신 모습 너무나 아쉬워. 하지만 현실도 이와 같을까? 열정은 식고 욕심만 깊어지겠지. 익숙한 서로가 지겨워질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서로를 달래고, 스스로를 속이며 변해가는 세월을 탓하겠지."

결국, 그 끝은 행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자는 닳아빠진 자신과 그와의 관계만 원망하면서 상처만 남기고 돌아설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운명이자 사랑이라고 믿었던 김종욱으로부터 도망칩니다. 좋은 추억만 간직하길 바라면서요. 실제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작가 장유정이 메가폰을 잡고 만든 영화 <김종욱 찾기>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끝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는 성격으로 제시됩니다. 좋아하는 책의 마지막 장을 읽지 않거나, 마지막 남은 호두과자는 먹지 않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의 존재는 상상 속에 있을 뿐이다. 무대밖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실제로 우리가 첫사랑이라는 운명을 그저 그대로 남겨두고 싶기 때문인지 모른다. ⓒ (주)NEO


다시 시간을 흘러 뮤지컬은 결말을 향해 나아갑니다. 끝내 김종욱과 재회한 여자. 이를 기다리는 초조한 남자의 모습이 제시되는데요, 세월이 흘렀으니 김종욱의 멋진 모습도 제법 초라하게 바뀌어 있으리라고 확신 아닌 확신을 기도하는 남자. 그리고 드디어 김종욱을 만나고 온 여자. 어땠느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냥 그렇다고, 인생 뭐 있느냐'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이야기하는데요,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절실한 단순함은요, 한 번에 한 군데씩만 아파하는 거예요. 난 아직 생기지도 않은 병을 만들어서 아파했어요, 그것도 아주 다양한 병을."

이에 남자는 여자의 풀어진 운동화 끈을 묶어줍니다. 그리고 여자와 남자는 사랑이 넘치는 듀엣 넘버를 부르는데요,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기에 조심스럽게 사랑을 시작하지만, 취하듯이 즐겁게 사랑을 하자고 속삭입니다. 이 노래는 결혼식 축가 추천 넘버로 많이 사랑받고 있어요.

"사막에 오아시스가 없다면 어떻게 걷겠어? 환상도 에너지가 된다면 나쁠 거는 없죠. 인간은 원래 복잡해서 재밌는 거잖아, 그 안에서 새로운 매력 찾으면 되죠! 시간이 흐르면 매력도 닳겠지만 난 신기루 안에 신기루를 찾을 거야."

작품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둘의 사랑 장면이 끝났으니 막이 내려야 할 텐데요, 뮤지컬 무대는 다시 7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오사카 공항. 일본에서 있던 남자는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누나의 결혼식에 가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비행기를 놓치고 맙니다. 지금 출발하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싶다고, 꼭 해야 할 말이 있다고 스튜어디스에게 다급하게 이야기합니다만, 스튜어디스로부터 그것은 어떻게 해줄 수 없는 일이라고 거절당합니다.

그런데 1분 후에 인도에서 도착하는 비행기가 있는데, 그때 승객 중 한 명이라도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면 좌석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때 등장하는 여자. 그녀는 김종욱과의 만남에서 도망치기 위해 티켓을 바꾸고자 합니다. 그녀의 티켓을 산 남자. 남자는 그녀에게 묻습니다, 왜 바로 서울로 가지 않냐고. 이에 여자는 운명은 운명으로 남겨둘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인연 아닌 인연으로 만난 두 남녀는 이게 각자의 길로 나누어져 걷는데, 둘은 잠시 뒤를 돌아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다시 갈 길을 가는데요. 이때 스튜어디스(멀티맨)는 뮤지컬의 제일 처음에 나온 사람으로 옷이 바뀌어있습니다. 여자와 남자, 이 둘의 마지막이자 시작을 알리는 것이죠. 그러니, 두 사람은 택시에서 만난 것이 첫 만남도, 마지막 만남도 아닌 앞으로 시작될 인연의 순간 중 한 부분이었던 것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지금, 여기의 인연 그리고 소중함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어떤 배우가 어떤 역으로 올라오든, 무대와 작품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기에 극의 재미와 감동이 변하지 않는다. ⓒ (주)NEO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어요. 운명을 찾기 위해서 만났던 남자가 진정 자신의 운명은 아니었을까, 하고요. 이제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동화 <파랑새>가 맞닿은 부분이 느껴지시나요? 바로 두 작품 모두 행복 및 운명은 아주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바로 가까이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동시에 소중한 것은 자신과 동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아닌, 근처에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 거리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파랑새를 찾기 위해 떠난 과정은 물론 환상적인 모험이었고 상상력이 넘치는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가장 근처에 따뜻한 행복과 희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김종욱 찾기>와 <파랑새>가 가진 공통분모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제가 왜 <김종욱 찾기>에 빠졌는지도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행복이라는 것은 대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너무도 멀리에 있는 것은 아닌지 늘 두려웠었거든요. 하지만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죠. 행복은 어디 있는가에 대한 답을 <김종욱 찾기>에서 찾았던 겁니다. 또한, 동시에 여자의 아픔을 남자가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고, 함께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점 역시 제가 <김종욱 찾기>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외면하고 묻어놓았던 상처를 마주하고, 곁에 있는 누군가와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감동이자 희망으로 다가왔어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하나의 작품은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한 권의 소설이나, 한 줄의 시가 삶을 바꾸듯, 이 뮤지컬도 나의 삶을 바꿨다. ⓒ (주)NEO


더불어 저는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만남으로써 제2의 인생을 맞게 되었어요. 바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진 독특한 색깔에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김종욱 찾기>로 시작한 뮤지컬 관람은 계속해서 이어져 자타공인 '뮤덕(뮤지컬 덕후)'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많은 뮤지컬 작품들을 만나면서 어쩌면 제 인생도 하나의 뮤지컬 작품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생겨났습니다.

저 역시 제 인생에 주어진 '정수지'라는 역할을 잘해내면, 무대의 마지막 순간에 관객들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만족스러웠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요? 무대 위의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눈부신 조명 아래에 투명한 땀방울을 뻘뻘 흘러가며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 그들처럼 저도 앞으로 제게 주어진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으리라, 결심했죠.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저에게 아주 큰 의미가 되었어요. 행복을 멀리서 찾지 않게 되었고, 그 행복을 만나기 위해 순간순간을 사랑하는 법도 배웠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겐 <김종욱 찾기>는 그저 달곰한 사랑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게 이 작품은 다소 무기력했던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법을 알려주며, 제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도와준 특별한 선물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파랑새를 만날 수 있도록 알려주고 싶어요. 그것이 바로 제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고요. 머뭇거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속삭이고 싶습니다. 이제 파랑새를 찾아서 떠나야 할 시간은 아닐까요?

아, 그리고 처음에서 이야기한 '데스티니' 넘버가 나오는 택시 장면에서는 라디오를 통해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제 고백을 마무리하고자 하겠습니다!

피할 수 없는 사랑을 기다리시나요? 하지만 진짜 인연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이 당신의 운명입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사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대학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동명 원작 영화 이상의 인기를 꾸준히 누리고 있는 <김종욱 찾기>가 새 얼굴과 함께 돌아와 오픈 런 중이다.

운명은 달나라에 있지 않다. 지금, 여기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이 당신의 운명이다. ⓒ (주)NEO



덧붙이는 글 내가 사랑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
뮤지컬 김종욱찾기 김종욱찾기 파랑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