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영상을 보노라면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대체 얼마인지 궁금해진다.

화려한 영상을 보노라면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대체 얼마인지 궁금해진다. ⓒ 서밋 엔터테인먼트


영어권 마술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장이라고 한다. "나우 유 씨 미!(Now You See Me)". 의역하면 대충 이럴 것이다. "자, 여러분. 이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보세요. 놀라운 일이 일어날 겁니다."

세상사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다.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인간 개인의 취향 문제다. 액션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이들도 있고, 멜로영화에 동화돼 영사막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감상적인 관객이 있다면, 신파를 짜증스러워하는 드라이한 인간도 존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출연료가 수백만 달러를 훌쩍 넘어설 배우들. 여기에 세트 제작과 CG(컴퓨터그래픽)에 사용된 엄청난 비용을 추정조차하기 힘든 할리우드 영화 <나우 유 씨 미 2>.

우디 해럴슨과 제시 아이젠버그, 마이클 케인과 모건 프리먼, 여기에 <해리 포터> 시리즈의 꼬마에서 수염 기른 소시오패스로 변신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대만의 주걸륜까지. 등장하는 배우들의 면면만을 보자면, <나우 유 씨 미 2>는 '핵을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을 데리고 진행한 마카오 로케이션 비용에 CG와 어마어마한 세트 제작에 들어갔을 돈까지 떠올리면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대체 얼마인지 궁금해진다. 제작비의 규모로 보자면 <나우 유 씨 미 2>는 핵공격에도 끄떡없다는 '백악관 지하벙커'에 비유해도 무방하다.

화려한 캐스팅과 천문학적 제작비 그러나...

 현란한 기교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나우 유 씨 미 2>를 보는 시간이 즐거울 수도 있다.

현란한 기교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나우 유 씨 미 2>를 보는 시간이 즐거울 수도 있다. ⓒ 서밋 엔터테인먼트


그런데, 비싼 배우들과 하드웨어 제작에 사용된 비용에 상응하는 재미와 감동이 <나우 유 씨 미 2>에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흔쾌히 답변을 내놓기가 어려워진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고민의 시간이 길어진다.

물론, 영화는 별 흠잡을 데가 없다. 전작들에서 이미 확인한 우디 해럴슨의 능청스럽고 의뭉스런 연기는 여전하고, 영악스럽게 작품을 해석하는 아역배우 출신의 다니엘 래드클리프도 호연했다. 거기에 마이클 케인과 모건 프리먼은 '현실에서의 존재가능성이 거의 없는' 캐릭터를 맡았음에도, 진중하고 핍진성 있는 표정으로 극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준다.

지루할만하면 화면 도처에서 시시때때로 펼쳐지는 마술과 컴퓨터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은 어린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채기에 충분하다. 영국 런던과 호주 시드니, 미국 뉴욕과 마카오를 종횡무진 하는 카메라를 타고 입장료 9천원의 '값싼 세계여행'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찔한 높이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속도의 롤러코스트를 탄 듯 현란하고 어지러운 영화 <나우 유 씨 미 2>. 그러나, 관객이 현기증을 느끼려고 극장에 가는 건 아니다. 현란함과 어지럼증 속에 숨은 어떤 메시지를 발견하고자 했던 이들에겐 이 영화가 소금 치지 않은 배춧국처럼 싱겁다.

앞서도 말했지만, 세상사 대부분의 것들에 관한 호오(好惡)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의해 좌우된다. 단순한 시간 때우기와 감각적 즐거움을 목적으로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있고, 영화를 통해 철학적 성찰과 인간일반에 관한 해석을 하려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같은 영화를 보고도 엇갈린 평가와 감상을 내놓는다.

'메시지'와 '의미'에 집중하는 관객이라면 피해가야 할 영화

 영화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에 집중하는 관객들에겐 실망을 줄 듯한 <나우 유 씨 미 2>.

영화에 담긴 의미와 메시지에 집중하는 관객들에겐 실망을 줄 듯한 <나우 유 씨 미 2>. ⓒ 서밋 엔터테인먼트


루이스 푸엔조가 연출한 <고래와 창녀>. 어떤 이들은 이 영화에서 참혹했던 스페인내전의 패배와 파타고니아 해변으로 밀려와 죽은 고래의 상관관계를 읽어내려 한다. 그러나, 또 다른 관객은 여배우가 속옷만 입고 추는 탱고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인다. 다시 말한다. 이건 수준이 아닌 취향의 문제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우 유 씨 미 2>를 떠올린다. 어떤 관객에게 이 영화는 핵을 싣고 태평양 상공을 날아가 백악관을 위협하는 ICBM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게 <나우 유 씨 미 2>는 아이들의 한심한 물총싸움처럼 보인다. 또 말한다. 취향의 문제다.

화려한 카메라워킹이 만들어낸 현란하고 어지러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나우 유 씨 미 2>를 보면 된다. 말릴 생각 없다. 그러나, 메시지와 의미에 방점을 찍고 영화를 선택하는 관객이라면 피해가라. 빈혈환자는 더욱 조심해서 피해야 한다.

나우 유 씨 미 2 루이스 푸엔조 고래와 창녀 마이클 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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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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