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는 고양이에 관한 청년과 악마의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는 고양이에 관한 청년과 악마의 이야기이다. ⓒ 나가이 아키라


우편배달 일을 하던 청년(사토 타케루 분)은 어느 날 갑자기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얼이 빠진 채 집에 돌아온 청년은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악마를 만나고, 악마는 그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세상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없애는 대신 그의 수명을 하루씩 늘려 주겠다는 것. 청년은 이를 수락하고, 악마는 조건에 따라 전화, 영화, 시계를 하나하나 세상에서 사라지게 한다.

2016 부천 판타스틱국제영화제(BIFAN2016)를 통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죽음을 소재로 하여 삶의 가치를 새삼 환기하는 작품이다. 가와무라 겐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CF 감독이기도 한 나가이 아키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8일 오후 8시 30분 부천시청에서 영화 상영 후 감독과 원작자가 무대에 올라 GV(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원작자 가와무라 겐키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어린 시절, 아저씨뻘 되는 친척 한 분이 뇌종양으로 돌아가셨다, 그분이 죽음을 앞두고 내게 '내가 죽어도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다들 내 존재를 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또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10년도 더 지나서 그 이야기를 가지고 소설을 쓰게 됐다"라며 "이 작품은 아저씨가 이 세상에 살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많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삶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는 많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 ⓒ 나가이 아키라


영화에서 악마가 처음 사라지게 한 것이 전화라는 설정 또한 그가 겪은 에피소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전철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린 적이 있다, 공중전화로 가서 가족과 친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는데 기억나는 번호가 하나도 없었다"며 "전화에 제 인간관계와 기억을 맡겼단 생각이 들어 두려웠다"고 회상했다. 이어 "평소 전철 안에서 휴대폰만 보다가 그날은 휴대폰이 없어 창밖을 봤는데 마침 무지개가 떠 있었다"라며 "다들 휴대폰만 보느라 창밖에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그 순간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를 잃어야 한다"는 주제가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독 나가이 아키라는 이 영화의 원작자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가와무라 겐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원작 소설을 실사 영화로 표현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며 "가와무라가 원래 영화 제작자였던 만큼 여러 의견을 내주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연출 의도에 대해서는 "영화 속 주인공은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죽음에 대한 자세도 전향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고뇌만 하다 죽으면 비참하게 비춰질 것 같아 덤덤하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BIFAN2016 '부천 초이스: 장편'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감독은 "이 영화는 곧 한국에서도 개봉할 계획"이라며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했지만, 원작과 영화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많은 분에게 특별한 스토리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러닝타임 100분. 12세 관람가. 개봉일 미정.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소설을 바탕으로 했지만, 원작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이다. ⓒ 나가이 아키라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미야자키아오이 사토타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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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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