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컸던 만큼 우려도 높았다. 28일 서울 상암동 한 호텔에서 열린 국내 최초로 미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정효 감독과 배우들의 모습은 한 달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방송 6회 만에 기대는 완벽하게 충족시켰고, 우려는 감탄으로 바꿔놓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긴장 대신 자신감이 넘쳤고, 걱정 대신 만족감이 묻어났다.

화제 모은 6화 엔딩, 끝까지 고민 많았다

 2016년 7월 28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이원근

2016년 7월 28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이원근 ⓒ CJ E&M


지난 23일 방송된 6회 엔딩은 방송 직후 큰 화제를 모았다. 유부녀인 혜경(전도연 분)은 친구 중원의 키스를 받아들이다 밀어내고는 집으로 돌아가 남편 태준(유지태 분)과 밤을 보낸다. 이 전형적인 '미드' 정서에 국내 팬들도 열광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을 예측할 수 없었던 이정효 감독은 "찍기 직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했다"면서 "시청자들이 이 장면 때문에 드라마를 떠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촬영하면서도 "혜경의 마음이 욕망일지, 아니면 다른 감정일지" 답을 찾지 못했던 감독은 촬영을 마친 뒤, 혜경을 연기한 전도연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도연은 "감독님이 감정적으로 동의가 되는지 괜찮은지 계속 물어봐 주셨다 "하지만 촬영 전에는 어떤 확신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촬영을 마치고 나니 혜경의 마음을 알게 됐고 서글퍼졌다"고. 전도연을 서글프게 만든 혜경의 마음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기 자리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알리시아와 혜경은 다르다

 2016년 7월 28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이원근

윤계상은 <굿와이프>에서 냉철한 로펌 대표 서중원을 연기한다. ⓒ CJ E&M


감독은 원작과 한국판의 가장 큰 차이를 "원작은 '저 여자는 무슨 생각으로 저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혜경은 자신의 감정을 다 이야기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도연도 "알리시아는 시크하고 무뚝뚝한, 감정 표현이 절제된 인물이지만 혜경은 반대"라고 설명했다.

<굿와이프>는 원작의 캐릭터를 가져왔으되 조금씩 변주를 줬다. 혜경은 알리시아보다 솔직하고, 태준은 피터보다 세다. 중원은 윌보다 부드럽고, 김단은 칼린다보다 냉정함을 덜었다. 이 감독은 "배우들의 해석을 많이 받아들였다"면서 "배우들의 해석을 받아들이면서 더 입체적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감독의 의도와 캐릭터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지난 5, 6회에 방송된 혜경과 태준, 중원의 과거 회상 장면이다. 이 장면은 원작에는 없는 에피소드다. 이 감독은 "원작을 보면 이렇게 똑똑한 여자가 왜 변호사 일을 그동안 하지 않았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을까? 싶어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사를 통해 헤경을 향한 중원의 감정, 혜경과 태준의 사랑 등 여러 내용을 설명할 수 있었다고. 이 감독은 "태준과 관련된 원작에 없는 에피소드가 또 등장한다"고 예고했다.

'쓰랑꾼' 유지태, 그의 진심은 뭘까?

 2016년 7월 28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이원근

<굿와이프> 팬들은 유지태가 연기하는 태준에게 ‘쓰레기지만 사랑꾼’이라는 뜻의 ‘쓰랑꾼’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 CJ E&M


태준이야말로 그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아내의 마지막 신뢰까지 이용하려는 쓰레기일까? 아니면 아내를 향한 마음만큼은 진심인 사랑꾼일까? <굿와이프> 팬들은 유지태가 연기하는 태준에게 '쓰레기지만 사랑꾼'이라는 뜻의 '쓰랑꾼'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유지태는 '쓰랑꾼'이라는 별명을 듣고 "드라마가 3번째인데, 3편 만에 쓰랑꾼이 됐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기대가 된다"며 웃었다. 하지만 태준 캐릭터를 선택하기까지, 가장 큰 고민이 됐던 이유가 바로 그 '쓰랑꾼' 이미지였다고. 아내마저 이용하는 이태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시놉시스 단계부터 갈등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내를 향한 사랑, 가족을 향한 사랑, 순간순간의 감정에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지금 자신도 '이거다'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초반 가장 큰 반전은 나나의 연기력?

 2016년 7월 28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이원근

'<굿와이프> 1회의 가장 큰 반전은 나나의 연기력'이라는 평가가 있었을 만큼, 나나는 연기로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 CJ E&M


방송 직전까지 나나의 연기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원작 칼린다가 보여준 카리스마 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와 지금까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보여준 나나의 모습이 쉽게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회가 방송된 후, '1회의 가장 큰 반전은 나나의 연기력'이라는 평가가 있었을 만큼, 연기로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나는 "활동하면서 이렇게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린 건 처음"이라면서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 얼떨떨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이어 "주위 분들이 저보다 더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고 행복하다"고 털어놨다. 특히 원작의 양성애자라는 설정이 국내에선 낯선데 작품 선택하는데 걱정은 없었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선하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하긴 했지만, 매력적으로 느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자신을 겉모습만 보고 새침하고 싹수없을 거로 생각하지만, 본래 성격은 털털하고 김단과 닮은 모습이 많다고. 나나는 "말투나 행동 모두 그대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법정 신, 중요한 건 혜경의 성장

 2016년 7월 28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나나, 이원근

tvN <굿와이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정효 감독과 배우들의 모습은 한 달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긴장 대신 자신감이 넘쳤고, 걱정 대신 만족감이 묻어났다. ⓒ CJ E&M


한국판에서도 김단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지만, 원작 칼린다에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원작에서는 알리시아와 칼린다가 함께 사건을 조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때문에 김단의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사건 수사 과정이 축약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이정효 감독은 "초반 법정신들은 원작과 거의 비슷하다"면서 "배심원이 없어 국내 실정에 맞게 수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혜경이 다루는 케이스들은 "모두 혜경의 처지와 관련된, 혜경을 성장하게 만드는 사건들"이라고. 이 감독은 "앞으로 다양한 법정신들이 또 등장하겠지만, 혜경의 마음을 비춰볼 수 있는가가 포인트이지 디테일하게 파고 잠입해 수사하고 이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주 방송될 7, 8회에는 초반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등장했던 무일 그룹 변호사 대석(채동현 분)이 살인 혐의로 체포되고, 이를 변호하는 혜경과 중원의 모습이 그려진다. 남은 6회 동안 새로운 법정 에피소드와 더불어 태준 비리에 얽힌 의혹들, 혜경을 둘러싼 중원-태준의 삼각관계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긴장감 있게 그려질 예정이다.

굿와이프 전도연 유지태 윤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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