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작은 아이와 동네 한 바퀴를 했습니다. 만나는 동네 분들에게 인사도 하고, 집들도 구경하고 밭도 구경합니다. 그러다 과일나무 밑에도 고추밭에도 잡초 하나 없고, 꽃밭도 가지런히 정리된 이웃집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농작물이나 꽃보다 잡초가 더 무성한 우리 집 텃밭과는 참 많이 달랐지요.

"와, 여긴 밭에 잡초도 없고, 꽃밭도 깔끔하네."
"엄마, 여긴 농사꾼네 집인가 봐!"
"그럼, 우리 텃밭은? 그냥 농사짓는 사람 밭이야?"
"응."
"그럼 넌 춤꾼이야, 아니면 그냥 춤추는 사람이야?"
"몰라!"

춤추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대답입니다. 저는 스스로에게도 질문을 던져 봅니다. 그럼 나는 엄마꾼일까, 아니면 그냥 아이를 키우는 사람일까?

아빠의 기대에 맞추려는 아이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스틸컷 및 포스터 이미지.

부모는 대개 자녀에게 자신들의 욕망을 투영한다. 그리고 대리로 실현시켜주기를 바란다. ⓒ (주)티브로드폭스코리아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6살 케이타가 사립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면접으로 시작됩니다. 케이타 아버지 료타에게 교장 선생님이 묻습니다.

"케이타는 누구를 닮았나요?"
"침착하고 다정한 성격은 아내를 닮았어요."
"케이타의 단점은 뭐지요?"
"느긋해서 승부에 져도 아무렇지 않아 합니다. 아버지로서 섭섭합니다."

여름 계획을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케이타는 아빠와 캠핑 가고 연날리기할 계획이라고 대답합니다. 사실과 다르지만, 학원에서 알려준 대로 말했지요. 유능한 건축가인 료타는 퇴근해서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느라 가족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아빠의 기대에 맞추려고 케이타는 재미없는 피아노도 열심히 치고, 괴롭히는 친구에게 하지 말라는 말도 합니다. 하지만 케이타가 친자가 아님을 알고 료타는 말합니다.

"역시 그랬던 거군."

시골 병원에서 케이타는 류세이와 바뀐 겁니다.

피아노 발표회에 참가한 케이타는 자꾸 틀리게 연주합니다. 다음에 나온 아이는 너무나 피아노를 잘 칩니다. 료타는 케이타에게 분하지 않냐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계속 피아노를 쳐도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미도리(케이타 엄마)는 잘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수 있다며, 케이타는 자기를 닮았다고 말합니다.

케이타를 두고 고민하던 중 료타는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료타의 아버지는 케이타는 점점 친아버지를 닮아갈 테고, 류세이도 점점 료타를 닮아갈 테니 어서 아이들을 바꾸라고 합니다. 결국, 료타는 자기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케이타 대신 자기를 닮아갈 류세이를 택합니다. 케이타를 보내고 싶어 하지 않는 미도리는 료타의 결정에 분노합니다.

"케이타가 친자가 아님을 처음 알았을 때 뭐라 했는지 기억나?"
"기억해. '왜 몰랐을까!' 했어. 미안해."
"아냐. '역시 그랬었군!'이라 말했어. 당신은 케이타가 당신처럼 우수하지 못한 게 이상했던 거야. 그 한마디는 평생 잊을 수 없어."

애들한테는 시간이 필요하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스틸컷 및 포스터 이미지.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는 자주 이 사실을 잊는다. ⓒ (주)티브로드폭스코리아


케이타네 집에서 케이타는 혼자 목욕하고 혼자 잠을 잤습니다. 류세이네 집에서 케이타는 사이키(류세이 아빠)와 함께 목욕하고 가족들과 함께 잠을 잡니다. 동생들과 집을 보다가 점심때가 되면 유카리(류세이 엄마)가 아르바이트하는 도시락 가게에 가서 점심을 받아오기도 하지요. 고장 난 장난감은 사이키가 직접 고쳐 줍니다. 넘어져서 무릎에서 조금 피가 나도 사이키와 유카리는 크게 수선을 떨지 않습니다. 케이타가 사립학교 면접 때 거짓으로 답했던 식의 삶을 진짜로 살게 된 겁니다.

료타를 만난 사이키는 젊을 때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시간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무슨 소리예요? 시간이죠. 애들한텐 시간이에요.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이 있어요.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은 못하는 거죠!"

케이타네 집에서 지내게 된 류세이는 답답해하지만 료타는 류세이 덕분에 차츰 달라집니다. 고장 난 장난감을 못 고치고 새로 사라는 료타에게 류세이는 파파(사이키)에게 가져가 고쳐 달라고 하겠다고 합니다. 료타는 그제야 도구를 꺼내 열심히 다시 고치기 시작합니다. 고층 아파트 창문으로 연날리기를 구경하다 파파(사이키)와 마마(유카리)를 보겠다며 홀로 가출한 류세이. 료타는 류세이를 다시 데려온 후 집 안에서 캠핑 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파와 마마에게 돌아가고 싶은 류세이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료타는 케이타가 준 어버이날 꽃의 줄기를 소파에서 발견하고, 케이타가 찍어 놓은 료타의 사진을 카메라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울컥합니다.

료타는 결국 류세이를 데려다주러 류세이네 집에 옵니다. 료타를 발견하고 케이타는 도망갑니다. 그리고 제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나무가 심어진 두 갈래 길, 케이타는 윗길로 달려가고 료타는 아랫길로 쫓아갑니다.

"아빠는 아빠 아니야. 6년간만 아빠였어. 제대로 해주진 못했어도. 네가 준 장미 잃어버려서 미안해. 카메라에 아빠 사진 많이 찍어줬지. 피아노 아빠도 중간에 그만뒀어."

두 길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르게 가지요. 길은 끝나고 둘은 만납니다.

부모와 자식의 삶도 서로 겹쳐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서로 바라보며 다르게 가지만 이어져 있지요. 엄마꾼은 자식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아이의 삶을 온전히 인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료타가 한 질문에 유카리가 답한 말이 떠오릅니다.

"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아이를 똑같이 사랑할 수 있어요?"
"당연히 사랑할 수 있어요. 닮았느냐 아니냐를 말하는 건 아이와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없는 남자뿐이에요."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스틸컷 및 포스터 이미지.

아이를 낳았다고, 그저 육아를 한다고 부모가 아니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진짜 부모가 되는 법에 대한, 한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되는 성장 이야기이다. ⓒ (주)티브로드폭스코리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엄마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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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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