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2>의 한 장면.

영화 <국가대표2>의 한 장면. 비인기스포츠 종목의 설움과 여성 선수들의 고달픔을 함께 그렸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비인기 스포츠 종목, 비주류에 속한 사람들의 피땀 어린 승부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그리고 이는 그 자체로 드라마처럼 사람들 마음에 기억되곤 한다.

우리가 손에 꼽는 여러 스포츠 영화들이 바로 이런 실화에 기대고 있다. 마라톤, 야구, 씨름, 핸드볼, 탁구, 수영 등 그 종목도 다양했다. 그런데 너무 실화 자체의 드라마성에 기댄 탓일까.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국내 스포츠 영화의 작품성과 완성도가 다른 장르에 비할 때 다소 차이가 있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둘 모두 잡은 수작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국내 스포츠 영화는 한 수 접고 들어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관객을 혹하게 할 요인은 있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세련되게 가공해야 할 책임 또한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였는지 한동안 스포츠 장르 영화는 뜸했다. 그나마 최근작인 <노브레싱>(2013, 수영) 등은 흥행에 참패했다. 같은 소재의 저예산 영화 <4등>(2016, 수영)이 각종 영화제에서 인정받으며 유의미한 행보를 보였지만 스포츠 자체보다는 인권 문제에 천착했기에 앞서 언급한 작품과 다소 결은 다르다.

소중했던 유산

<국가대표2>가 중요한 건 그래서다. 상업영화를 표방하면서도 나름 작품성도 챙긴 7년 전 작품의 위업(남자 스키점프 팀을 소재로 한 <국가대표>는 840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기자 주)을 잇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고군분투. 일단 드라마성만 보자면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간다. 게다가 연출을 맡은 김종현 감독이 누구였나.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으로 한 차례 이미 실력을 입증한 이라 기대는 더욱 컸다.

개봉에 앞서 26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에 공개된 영화는 <국가대표>(2009)의 유산을 이어 받으려는 듯 첫 장면부터 해당 영화를 삽입시키는 걸로 시작됐다. 또한 중반에 등장하는 메인 OST 역시 <국가대표> 때 등장한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를 그대로 차용했다. 

여기까지다. 아오모리 동계올림픽에 앞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여성들의 분투를 그린 <국가대표2>는 소재나 이야기 흐름 등을 볼 때 <국가대표> 보단 오히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과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운동을 지속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대거 전면에 나섰다는 점, 열악한 환경에서 서로를 격려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점 등에서 말이다. 물론 동계 스포츠 종목이라는 것과 군데군데 심어놓은 코미디 요소는 <국가대표>와 닮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식 면에선 전자 쪽 DNA와 더 가까워 보인다.

배우들의 헌신

'국가대표2' 수애-오연서, 에이스 중 에이스 배우 수애와 오연서가 6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국가대표2> 제작보고회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가대표2>는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모티브로 하여 국가대표팀을 제외하고 상설팀 하나 없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도전을 펼치는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8월 개봉 예정.

▲ '국가대표2' 수애-오연서, 에이스 중 에이스 배우 수애와 오연서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국가대표2> 제작보고회에서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이정민


닮아 있지만 달라야 하는 게 속편의 의무라면 <국가대표2>는 그 중간에서 혼선을 탄 듯하다. 유능한 에이스 지원(수애 분)와 안하무인 실력파 채경(오연서 분)를 중심에 두고 출신과 상황이 저마다 다른 선수들이 합류한다는 점에서 일단 이야기 흐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무자격자처럼 보이는 감독 대웅(오달수 분)와 아이스하키 협회의 무관심은 소소한 웃음과 해당 캐릭터들이 겪을 고난을 짐작케 한다.

그렇다면 <국가대표2>의 무게중심은 참신함과 세밀함에 있어야 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영화는 아쉬움이 크다. <우생순>이 감동으로 다가온 건 그들의 고군분투에 앞서 각 캐릭터들의 전사와 상황이 비교적 촘촘하게 짜여서 인데 <국가대표2>는 그 공식을 일부 따르면서도 충분히 갈등하거나 설명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캐릭터들이 난관을 넘어가는 과정이 뜬금없는 비약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군데군데 등장하는 코미디 역시 어떤 일관된 맥락이 있기 보단 순간적 상황에 끼워 넣은 느낌이다. 캐릭터 구축이 탄탄하지 않은 탓이다. 웃음은 주지만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 걸린다. 또한 고난의 축이 됐어야 할 아이스하키 협회 이야기 역시 다소 허술해 보인다. 이 부분 역시 웃음과 진지함 사이에서 애매한 선택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배우들의 노고는 충분히 드러난다. 본격적인 촬영 전부터 스케이팅을 연습하던 이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겪으면서도 영화에 헌신했다. 북한 출신 국가대표 지원 역의 수애와 채경 역의 오연서는 주요 캐릭터답게 능숙한 스케이팅 기술을 보이며 극적 긴장감을 올리는데 기여한다. 특히 피겨스케이트 선수 출신 가연 역의 김예원은 특유의 엉뚱함을 잘 살려냈다. 영화 상 가장 설득이 잘 되는 캐릭터다.

분명 웃음도 나고 먹먹한 지점도 있다. 하지만 2016년 야심차게 등장한 속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참고로 7년 전에 비해 약 20억 원의 예산이 줄었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고생했다는 점에는 충분한 박수를 보내자.

오마이스타's 한줄평 :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지만 여전히 좋은 스포츠 영화에 목마르다.

평점 : ★★★ (3/5)

 영화 <국가대표2>의 포스터.

영화 <국가대표2>의 포스터. 분투한 흔적은 보이지만, 결과물이 다소 아쉽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영화 <국가대표2> 관련 정보


감독 : 김종현
출연 : 수애, 오달수, 오연서, 하재숙, 김슬기, 김예원, 진지희
제공 및 배급 :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작 : KM컬쳐
크랭크인 : 2015년 10월 8일
크랭크업 : 2016년 1월 4일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26분
개봉 : 2016년 8월 10일



국가대표 수애 오연서 평창 동계올림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