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게는 드라마PD 지망생부터 넓게는 콘텐츠 제작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TV를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한국 최초의 미드 리메이크 드라마 tvN <굿와이프>에 대해 다뤘습니다. <프라하의 연인> 이후로 10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전도연, 그리고 상대역 유지태와 윤계상은 어떨지. tvN <굿와이프>의 원작이 된 미국 CBS <굿와이프>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분석했습니다. [편집자말]
 tvN <굿와이프>

tvN <굿와이프> ⓒ tvN


#<굿와이프>_어떻게_봤어?

친미주의자(친미) "<굿와이프> 일단 나는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다. 원작을 먼저 보기도 했고. 미드 <굿와이프> 시즌1의 에피소드가 한국판에도 곳곳에 다 나온다. 인종 문제나 배심원 제도처럼 한국에 없는 설정은 빠졌는데 그 빈칸이 커보인다."

굿와이프엄지두개(엄지둘) "한국판을 먼저 봐서 그런지 거슬리는 건 딱히 없었다. 가끔씩 문제가 왜 이렇게 쉽게 해결되지? 싶은 것은 있었다. 이후 원작 미드를 봤는데 업그레이드해서 한국식으로 가져온 느낌이었다. 5회에서 다룬 시험지 도난 같은 것."

유지태사랑해(지태짱) "나는 드라마 오프닝 보고 좀 웃었다. 미드의 오프닝을 그대로 따라한 느낌? 나비 문양을 넣은 것도 그렇고. '힘 좀 썼네' 싶었다."

 tvN <굿와이프>

tvN <굿와이프> 오프닝 영상. ⓒ tvN


친미 "나나(김단 역) 비중이 생각보다 작은 점이 아쉽다. 미드 원작에서 김단 역할인 칼린다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 그만큼 조사할 게 많고 개별 에피소드가 치밀하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유지태의 역할이 커지면서 삼각관계 중심으로 흐르는 모양새다."

지태짱 "미드 원작 <굿와이프>는 "남편의 섹스스캔들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변호사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된 앨리시아가 자아를 찾는 내용"이라고 소개돼 있다. 그래서 에피소드의 상당 부분이 변호사 일을 하는 걸로 돼있는데 한국에서는 16부작이라 그런지 이야기 중심에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더 많이 다룬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미드를 리메이크한 걸로 알고 있는데 시즌제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친미 "<막돼먹은 영애씨>가 tvN 대표 작품이지 않나.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14까지 나왔다. 그런데 과연 전도연이나 유지태를 시즌제로 계속 부를 수 있을까? (웃음)"

#칼린다_혹은_김단_눈빛_한_번에_조사_종료?

 tvN <굿와이프>

나나의 비중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게 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 ⓒ tvN


친미 "미드 <굿와이프>에서는 법안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원작에서 칼린다와 전도연이 맡은 김혜경의 원 캐릭터인 앨리시아가 '버디무비'처럼 조사를 하러 다니는 신이 굉장히 많다. 한국드라마는 주로 전도연이 앉아서 추론을 하다가 사건이 해결된다. 법정 드라마로서의 재미는 사라진 셈이다."

지태짱 "미드 원작에서는 칼린다가 조사하러 다니는 내용이 많이 나오고 또 재미있지 않나. 이게 한국으로 와서 애매하고 짧게 처리된다. 나나가 사투리 한 번 쓰면 사건이 다 해결돼있고. (웃음)"

친미 "그건 미드에서도 그렇다. 칼린다가 눈빛 한 번 쏘면. (웃음) 나나의 비중이 줄수록 재미가 줄어드는데 5화는 좀 늘었더라. 또 대사에 번역투가 너무 심하게 난다. 자막을 그대로 번역한 느낌이다."

지태짱 "전반적으로 사건들이 한국에 와서 되게 시시해졌다. 전처의 청부살인, 총각파티 강간사건, 불법침입 중 살인, 운동선수 배심원 매수라는 소재가 한국에 오더니 음주 운전, 이혼 소송 같은 걸 다룬다. 마약 같이 강한 소재가 빠지니까 형사사건이 아니라 가정법원이랑 약식기소 같은. (웃음) 그럼에도 성매매 불구속 기소 같은 2화 에피소드는 좋았다. 최근 잇따른 연예인 성폭행 사건도 그렇고 굉장히 시의적절 했다. 그나마 TV드라마가 제공해줄 수 있는 올바른 현실인식이라 봤다. 피해자를 탓하는 것도 없고, 잘못된 성인식이 나올 때마다 바로잡아주는 대사들이 있었다. 또 성폭력 피해자로 나온 배우 엄현경을 너무 불쌍하지 않게 처리한 점도 좋았다."

친미 "나는 엄현경이 평범한 대학생으로 묘사되는 게 좋았다. 미국에서도 어떤 페미니즘적 시각이 미드 <굿와이프>에 빚지고 있다고 말할 만큼 이 드라마가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앞서간다고 하더라."

 tvN <굿와이프>

여기서 배우 엄현경은 성폭행 피해자로 나오지만 과하게 슬퍼하면서 눈물을 흘리거나 하는 등의 상투성을 뛰어넘는다. ⓒ tvN


#윤계상_캐스팅_논란?

엄지둘 "유지태와 전도연의 캐스팅이 정말 좋다. 사실 <굿와이프> 시작하기 전에 윤계상 캐스팅에 대한 논란이 좀 있었지 않나. 반말도 써야 하고 동기여야 하는데 전도연과 나이차가 좀 나니까. 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그것에 대한 어색함은 없더라. "후배인데 동기라서 친구라 해요"라면서 대사 한 마디로 모든 걸 설명해주고. (웃음)"

친미 "자꾸 다른 등장인물들이 윤계상이 연기한 서중원이 이성적이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계속 말하는데 정말 누가 봐도 안 그렇다. (웃음) 서중원은 김혜경을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나있다. 김혜경의 뒤를 너무 봐주고 조사하러 업소 갈 때 나타나주고 갑자기 나타나 울고 싶을 때 울게 해주고. 너무 뻔한 '서브 남주' 캐릭터가 됐다."

지태짱 "나는 캐스팅한 사람 박수쳐주고 싶던데? 윤계상은 항상 곱게 자란 도련님 같은 느낌이 있다. 얼굴만 봤을 때는 무해한 환경에서 자란 남자 같은 느낌이 분명 있다. 그런데 미드에서도 키다리 아저씨 역할이지 않나. 취직시켜주고 알리시아를 아끼고. 윤계상이 그런 역할에 잘 어울린다."

#유지태_선과_악이_공존하는_배우

 tvN <굿와이프>

유지태의 싸늘한 표정은 '뭔가 더 있구나'를 추측하게 만든다. ⓒ tvN


엄지둘 "유지태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느낌이다. 얼굴을 클로즈업할 때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뒤에 또 뭐가 있겠구나' 싶다."

지태짱 "원작에서 이태준의 역할을 배우 크리스 노스가 하는데 굉장히 우락부락하고 선이 굵지 않나. 처음에 유지태가 이태준의 역할을 맡는다고 했을 때 되게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그냥 설득되더라. (웃음) 유지태 때문에 <굿와이프>를 계속 보고싶다. 원작과 다른 점은 크리스 노스가 굉장히 다정한 남편으로 나오고 부부 관계도 정기적으로 한다. (웃음) "우리 오래된 부부치고는 나쁘지 않지?" 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그러면서 한국과 미국의 '남부럽지 않은 남편의 조건'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밖에서도 아내에게 다정한 남자는 한국에서 애처가나 팔불출로 놀림 받지 않나. 그냥 남편이 잘 나가고, 집안 적당히 잘 챙기고 선물 잘 주고 이 정도만 해도 한국에서는 좋은 남편이 된다."

#전도연의_싸늘한_표정

 tvN <굿와이프>

"전도연은 마음에 들지만 김혜경이라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tvN


엄지둘 "김혜경 역의 전도연과 원작에서 앨리시아로 나온 줄리아나 마굴리스는 이미지가 많이 다르다. 줄리아나 마굴리스는 키도 크고 강한 얼굴인데 전도연은 작고 강단이 있다."

지태짱 "전도연이 짓는 싸늘한 표정, 경멸하는 표정이 너무 짜릿하다. (웃음) 나는 전도연의 연기와는 별개로 김혜경의 캐릭터 구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원작 미드의 주인공 앨리시아에 비해 김혜경은 더 정이 많다. 어떤 캐릭터를 좋아하기 위해 한국 시청자들이 필요한 조건이 아닌가 싶었다. 여자가 좀 더 착하고 정이 있어보여야 호감이 가는 게 아닐까. 미드에서는 여자 변호사인 앨리시아가 선을 지키는 것만 보여줘도 감정이입이 가능한데 한국 드라마에서는 감정에 휩쓸려서 그릇된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감정이입을 할 수도 있는 거다. 가끔 김혜경은 '그게 변호사의 역할 아니야?' 같은 너무도 투명한 대사를 한다."

#여러_캐릭터를_한꺼번에_맡은_전석호

엄지둘 "한국판 <굿와이프>는 상대적으로 더 캐릭터성을 더 부여하지 않았나? 나쁜 후배 검사 박도섭(전석호 분)은 한국판에서 되게 얄밉게 나오는데, 미드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친미 "미드 원작에서는 되게 개성 있는 판사들이 많이 나온다. 진보주의자, 흑인, 여성, 판사 등. 그런데 한국판에서는 판사들에게 어떤 성격을 부여하지 않는다. 후배 검사로 나오는 배우 전석호에게 여러 캐릭터를 한꺼번에 부여했다. 전석호가 혼자 도청도 하고 나나에게 정보도 건네주고 굉장히 바쁘다. 원작에서는 다 다른 사람이 한다."

지태짱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미드에 비해 줄어들었다. 김혜경과 나나 빼고 전부 남자다. 이런 '남초' 사회에서 김혜경이 획득하는 성과가 있지 않나. 적어도 앨리시아가 여자라 무시당한다는 느낌은 덜하다. 여기서는 까마득한 후배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한다. 매번 '이태준 검사 부인'으로 불리는 것도 그렇고. 또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도 아쉽다. 원작에서는 그렇지 않았는데 한국에 오더니 갑자기 며느리 미워 죽겠는 시어머니가 됐다. 갑자기 고부갈등을 끼얹나. (웃음)"

친미 "시즌1 마지막에 앨리시아의 시어머니도 '여자들은 그늘에서 남자들을 돕는 게 굿와이프지'라고 한다. (웃음) 그러면 앨리시아가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런 설정이 한국에 오면 더 격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들 기대했을 걸? 헬조선에 오면 원작의 시어머니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웃음)"

#바이섹슈얼이라는_설정

 tvN <굿와이프>

서명희 역의 김서형 배우. ⓒ tvN


지태짱 "김서형(서명희 역)이 너무 좋아서 무릎 꿇었다. 정말 마음에 든다."

친미 "김서형에게 좀 더 역할을 줬으면 좋겠다. 너무 역할이 없는 거 같아 아쉽다. 삼각관계가 중심 이야기가 돼서 그런가."

지태짱 "배우들 얼굴이 등장인물의 성격 그대로다. 이원근(이준호 역)도 '온실 속의 화초이지만 너무 순수하지 않은' 얼굴에 그런 느낌이 있다. 김태우나 박도섭 검사도 관상이 캐릭터랑 부합한다. 또 나나가 바이섹슈얼로 나온 설정에 사람들이 환호했지 않나."

엄지둘 "그런데 너무 짧게 나왔다. 내가 잘 본 게 맞나 혹시 룸메이트인가 싶었다. (웃음) 엄마가 먼저 물어보더라. '나나가 양성애자니?' 그래서 '아 그런가보네' 싶었다."

지태짱 "머리가 긴 남자일 수도 있다고. (웃음) 크리스탈이랑 김경호랑 뒷모습만 보면 구분 안 되는 거 모르나. (웃음)"

친미 "김혜경과 이태준의 자녀들을 도구화시키지 않고 나름의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 원작에 있는 설정에 약간의 변주를 해서 이들에게 이야기를 부여했다. 딸이 엄마 편 들고 아들이 아빠 편 드는 것도 현실적인 가정의 모습 같고 괜찮았다."

 tvN <굿와이프>

여기서 태준의 아들 '지훈(성유빈)'은 나름대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다. ⓒ tvN


#결말

친미 "<굿와이프>가 미드 원작처럼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을 불러올 수 있을까? 삼각관계를 보며 그냥 이렇게 끝나겠다 싶었다. 물론 재밌긴 하지만 생각보다 의미 있는 작품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 혜경이 진실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 얼마나 '악해지느냐'가 이 드라마의 포인트일 것 같다."

지태짱 "1-2회는 거의 원작 그대로 가다가 각색을 시작하자마자 탈선을 시작한 느낌인가. (웃음) 원작에서는 앨리시아가 홀로서기에 성공하는데 여기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내가 궁금한 점은 혜경을 왜 경력이 하나도 없는 변호사로 만들었냐는 것이다. 원작에서는 '한때 최고의 변호사였다가 경력이 단절된 여성'으로 나온다. 경력을 몇 년 끼워 넣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초짜로 만들었지? 있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엄지둘 "맞다. 김혜경이 실제로 변호사 일을 한 번도 안 해봤는데도 1화에서 잠깐 서류를 뒤적거리며 당황하는 것을 빼놓고는 일을 너무 잘한다."

굿와이프엄지두개 ★★★★ 보증된 스토리에 플러스 알파를 더하다
친미주의자 ★★★☆ 원작에 비하면 범작, 그럼에도 한국에선 수작
유지태사랑해 ★★★★ 전도연 better 유지태 best

 tvN <굿와이프>

(왼쪽부터) tvN <굿와이프>의 포스터, 원작 미드 <굿와이프>의 포스터 이미지. ⓒ tvN, CBS



굿와이프 미드 원작 전도연 유지태 TVN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