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석현준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6월 5일 오후(한국시간) 체코 프라하 에덴 아레나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유럽 원정 2차전 체코와의 친선경기에서 석현준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자료 사진) ⓒ 연합뉴스


올림픽 축구만의 묘미 중 하나가 바로 와일드카드다. 연령제한이 없는 월드컵이나 대륙선수권 대회와 달리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지만 최대 3장에 한해서 24세 이상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와일드카드는 이미 올림픽 축구의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았다. 

올림픽은 1988년 서울올림픽까지는 A대표팀이 출전했지만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나이 제한이 생겼고, 와일드카드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도입됐다. 올림픽 참가국들은 전력보강을 위하여 와일드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기존 연령대별 대회에서는 보기 어려운 거물급 스타 선수들도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와일드카드는 역대 올림픽 판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우승을 차지한 카메룬에는 '검은 표범' 파트릭 음보마(당시 30세)가 있었고, 당시만 해도 풋풋한 유망주였던 에투와 환상의 공격진을 구축하며 5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으로 카메룬을 사상 첫 올림픽 정상으로 이끌었다. 같은 해 동메달을 차지한 칠레도 당시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였던 이반 사모라노(당시 33세)가 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올림픽 메달의 색깔을 가른 와일드카드

2004 아테네-2008 베이징 올림픽을 2연패한 아르헨티나는 로베르토 아얄라(당시 30세)와 가브리엘 에인세(당시 26세, 이상 2004년), 후안 로만 리켈메(당시 30세)와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당시 24세, 이상 2008년) 같은 쟁쟁한 스타 선수들을 와일드카드로 활용하며 전력 극대화에 성공했다. 와일드카드 선수들은 당시만 해도 풋풋한 유망주였던 리오넬 메시, 세르히오 아구에로, 카를로스 테베즈 등과 힘을 합쳐 조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밖에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2004년), 호나우지뉴(브라질, 2008년), 라이언 긱스(웨일스-영국연합팀 2012년) 등 세계적인 선수들도 각각 와일드카드로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가장 주목받는 스타 선수는 단연 개최국 브라질의 공격수 네이마르(24, FC바르셀로나)다. 현재 브라질 최고의 선수이자 바르셀로나 'MSN 트리오'(메시, 네이마르, 수아레스)의 한 축이기도 한 네이마르는, A대표팀의 주장까지 맡고있음에도 올 여름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출전을 포기하고 조국에서 열린 올림픽을 택했다.

네이마르는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는 23세 이하 선수로 출전했지만 결승에서 멕시코에게 덜미를 잡혀 다잡은 금메달을 놓쳤다. 브라질 월드컵 미네이랑 참사,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탈락 등 계속된 부진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브라질로서는 자국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의지가 절박할 수밖에 없다.

한국도 1996년 대회 이후 꾸준히 와일드카드를 활용했다. 1996년 애틀란타 대회에서는 황선홍- 하석주-이임생, 2000년대 시드니 대회에서는 김도훈-강철-김상식,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도 유상철-정경호,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김정우-김동진,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정성룡-박주영-김창수 등 모두 A대표급 선수들이 각각 나섰다.

와일드카드로 재미를 보지 못한 한국

하지만 한국축구의 역대 와일드카드는 기대와는 달리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와일드카드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 문제보다는 여러 가지 환경적인 제약이나 시행착오가 많았다. 뜻하지 않은 부상자가 발생하거나 기존 올림픽팀 선수들과 궁합이 많지 않았던 경우가 대표적이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와일드카드였던 이임생은 당시 멕시코와의 2차전 이후 부상으로 대회 도중 이경춘과 교체됐고, 2000년 시드니 대회에선 당초 와일드카드였던 수비수 홍명보가 대회 개막전을 하루 앞두고 종아리 부상으로 강철로 갑작스레 바뀌면서 대표팀 수비조직력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는 김남일과 송종국이 연이어 부상으로 낙마했다.

비교적 와일드카드 선수들의 활약이 괜찮다고 평가받았던 2012년 런던대회에서도 수비수 김창수와 골키퍼 정성룡이 8강에서 연이어 부상을 당하며 전력 누수가 생겼다. 최근엔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석현준이 이라크와의 평가전에서 부상을 당하며 많은 이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한국의 역대 와일드카드 공격수들은 고전하기 일쑤였다. 황선홍과 김도훈 등은 모두 올림픽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올림픽 본선에서 와일드카드 선수가 득점을 올린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가 처음이었고 주인공도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김동진(조별리그 최종전 온두라스전)이었다. 하지만 그해 한국축구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그의 득점이 큰 보탬이 되지는 못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서는 박주영이 와일드카드 선수로는 유일하게 멀티골(2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일본과의 3.4위전을 제외하면 대회 전체적으로 내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올림픽 개막 전부터 병역 논란에 휘말리며 경기외적으로 많은 구설수에 시달렸다. 동메달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국가대표 자격 논란 등이 겹쳐 가장 말이 많았던 와일드카드 선발이기도 했다.

와일드카드 선수들의 연령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것도 최근 한국 대표팀의 중요한 변화다. 선후배 관계가 엄격한 한국축구 문화상 기량이 뛰어나더라도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베테랑 선수의 경우 기존 어린 선수들과의 소통이나 자연스러운 호흡에서 엇박자를 드러내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는 평가다. 2008년 베이징대회 이후로는 와일드카드도  모두 20대의 젊은 선수들 위주로 발탁되고 있으며 기존 선수들과의 나이 차는 많아봐야 1~3살 정도였다. 사실상 같은 세대라고 봐도 무리가 없는 차이다.

신태용호, 성공하지 못한 수비 보강

이번 리우올림픽 대표팀의 와일드카드는 손흥민-장현수-석현준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이번 리우올림픽 대표팀은 와일드카드 선발 역시 파격을 택했다. 역대 올림픽 대표팀중 최초로 와일드카드 3장 중 공격수 자원만 2명을 택했다. 24세 이상 선수로 유사시 부상자를 대체하게 될 예비엔트리에 포함된 황의조까지 포함하면 3명이다. 보통 포지션을 고르게 안배하거나, 수비 보강에 좀더 무게중심을 두던 것과는 정반대의 선택이다.

신 감독도 당초 수비보강에 더 무게를 뒀다. 그러나 우선순위로 거론되던 홍정호(장쑤)의 발탁이 전 소속팀 아우크스부르크의 반대로 무산되며 수비수는 장현수만 발탁했다. 장현수는 2014 아시안게임에서 팀의 주장으로 금메달을 이끈 경험이 있고, 각급 대표팀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정상급 수비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난 대회에 비하여 수비수들의 기량과 경험이 떨어지는 이번 대표팀에서 장현수만으로 수비의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흥민과 석현준 역시 모두 A팀에서도 핵심 공격자원들로 중용되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연령대별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두 선수 모두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다. 두 선수 모두 아직 병역문제를 해결하지못한데다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의 입지가 불안했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에 임하는 동기부여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한 A대표팀에서는 거의 막내급에 해당했지만 올림픽팀에서는 고참급으로 동생들을 이끌어야하는 위치가 됐다.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높은 선수가 부족한 이번 대표팀의 특성상, 와일드카드 공격수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리우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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