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마무리 오승환은 특별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전날 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되는 바람에 더블헤더 경기가 열렸고 오승환은 그 2경기에 모두 등판한 것입니다.

오승환은 더블헤더 1차전과 2차전 모두 9회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삼자범퇴로 깔끔히 매조지하며 하루에 2개의 세이브를 기록했습니다.

더블헤더 2세이브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 사상 12년 만입니다.(2004시즌 제이슨 이슬링하우젠 기록)

이 기록 이상으로 흥분되는 사실은 더블헤더 2차전 9회 마지막 타자였던 라이언 쉼프를 상대로 오승환이 6구째 구속 97마일(정확하게 96.5마일, 155.3km/h)을 기록했다는 점입니다.


1구: 96마일 패스트볼, 파울
2구: 96마일 패스트볼, 볼
3구: 95마일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판정
4구: 97마일 패스트볼, 파울
5구: 81마일 체인지업, 볼
6구: 96.5마일 패스트볼,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오승환은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패스트볼 93.3마일과 슬라이더 86.5마일을 기록했고 더블헤더 2차전에서는 올해 가장 높은 구속인 패스트볼 95.5마일과 슬라이더 87.8마일을 기록했습니다.


KBO리그에서 뛰던 시절 오승환은 남다른 악력에 힘입어 회전수가 높은 패스트볼을 구사했지만 , 메이저리그에서는 오승환의 패스트볼 회전수가 조금 평범해졌습니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오승환의 패스트볼 구속 및 구위가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 성적만큼은 탁월합니다. 오승환의 패스트볼은  불펜 투수 패스트볼 중  구종 가치 6위에 올라있습니다.

불펜 투수 패스트볼 구종 가치 및 피안타율

1위 10.8 브랜든 비치 .147 2위 10.8 라이언 덜 .147 3위 10.0 아담 리베라토어 .129 4위 9.9 에디슨 리드 .204 5위 9.4 아롤디스 채프먼 .165 6위 9.2 오승환 .181

그리고 오승환의 주무기인 돌직구에 가려져 평가절하된 구종이 있습니다. 바로 슬라이더입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매우 특별한 슬라이더를 구사합니다. 오승환은 87마일대 빠른 슬라이더와 83마일대 느린 슬라이더를 동시에 구사하며 완급조절을 합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커터의 회전각과 유사합니다만, 커터와 달리 회전수가 매우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커터와 같은 회전각에서 회전수가 적으면 수직 움직임이 깊어집니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커터보다 수평 움직임이 더 적으나 수직 움직임이 깊은 것이 특징입니다.

슬라이더를 구사하는 메이저리그 투수 중 약 8.6%만이 분당 회전수 500rpm 이하의 슬라이더를 던지고 있으며 오승환과 흡사한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수로는 뉴욕 메츠 선발 투수 스티븐 마츠가 있고 애리조나 불펜 투수 대니얼 허드슨이 있습니다.


20일 경기에서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평소보다 더 적은 회전수를 보였습니다. 특히 더블헤더 2차전에서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분당 회전수 평균 270 rpm을 기록하며 수직 움직임이 0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올 시즌 오승환의 9이닝당 삼진 개수(K/9)는 12.10으로 불펜 투수 중 1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오승환의 삼진 중 패스트볼에서 33개, 슬라이더에서 26개가 나왔습니다.

오승환이 던진 504개의 패스트볼 중 6.5%, 214개의 슬라이더 중 12.1%의 비율로 삼진이 나오고 있습니다. 슬라이더가 패스트볼보다 약 2배 정도 많은 비율로 삼진을 잡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50타수 이상을 기록한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에서 오승환의 패스트볼 피안타율은 10위,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7위에 올라 있습니다. 오승환이 구사하는 슬라이더는 구위가 특별할 뿐만 아니라 제구도 뛰어나 올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슬라이더 피안타율 (기준: 50타수 이상)

1위 .076 스티브 시섹 2위 .099 카일 바라클로프 3위 .100 켄 자일스 3위 .100 타일러 라이온스 5위 .108 로비 데 라 로사 6위 .109 루크 그레거슨 7위 .119 오승환

사실 오승환의 슬라이더는 국내 프로야구 시절부터 돌직구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명품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에서 돌직구만큼 뛰어난 위력을 보이며 오승환을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자리잡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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