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포스터가 독특하다. 영화 <히말라야> <블랙스완> <마션> <검은 사제들> <후궁> <신세계>를 패러디한 포스터 6개가 웃음을 자아낸다. 순서대로 바뀐 이름을 보자면 <미쓰라야> <블로스완> <옥션> <검은 아재들> <후기> <SSG>다.

언뜻 보면 영화제 포스터 같기도 한 이것은 오는 22~24일, 29~31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리는 에픽하이 공연의 포스터다. '현재상영중 2016'이라는 이름의 이 콘서트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공연으로, 6개의 영화 패러디 포스터를 본 후 관객이 직접 보고 싶은 공연을 고르는 '관객 선택형' 콘서트다. 21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픽하이는 이 독특한 공연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독특한 콘셉트, 공 많이 들어가는데 굳이 왜?

 에픽하이 현재상영중

'현재상영중 2016'은 120분간 진행되며 전기 영화, 스포츠, 생존 드라마, 호러, 사극, 느와르 등 총 6가지 테마로 꾸며진다 ⓒ YG엔터테인먼트


"어떤 공연을 하든 적어도 2회~4회를 하는데, 모든 공연에 오시는 분들은 똑같은 걸 네 번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분들에게 예의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또 매회 다르게 하면 저희도 재밌고, 관객들도 신선하게 느끼시겠다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습니다." (미쓰라)

독특한 콘셉트의 공연을 하는 질문에 대한 미쓰라의 답변이다. 한마디로 '관객을 위해서' 준비했다는 것. 하지만 6개의 영화를 패러디하여 그 콘셉트에 맞게 분장을 하고 노래를 선택하여 무대를 꾸미는 게 여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미쓰라는 "사실 공연하기 어렵긴 하다"며 "랩이라서 가사를 외우는데 양이 많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에픽하이는 6개 테마의 공연을 모두 준비하지만 온라인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결과를 합산해 당일 공연에서 3개 테마만 선보인다. 그러므로 공연되지 않는 테마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6개 모두 동일하게 연습하는 데 공이 더 많이 들어가는 일처럼 여겨진다.

타블로는 작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며, 첫 주 공연을 했을 때 한 번도 안 뽑힌 테마가 있어서 무대에 올리지 못한 경험을 말했다. 하지만 "관객들이 공연장 로비에 모여 아직 무대에 올라가지 않은 테마가 다음에 뽑힐 수 있도록 작전을 짜서 투표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며 팬들의 귀여운 조작에 대해 언급했다.

소극장 택했다, 기침소리까지 들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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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는 작년에 처음 선보인 '현재상영중' 8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켰다. ⓒ YG엔터테인먼트


팬들에 즐거운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독특한 콘셉트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지만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콘서트를 소극장에서 진행하는 건 의아하다. 사실 에픽하이는 큰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해도 관객을 채울 수 있는 티켓파워가 있는 그룹인데 말이다. 이들의 공연이 열리는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은 이름과 달리 소극장에 가까운 곳이니 속된 말로 '남는 장사'는 아닐 수 있다. 이에 대해 타블로가 말했다.

"싸이 형이 제게 말하길, 대형 공연은 TV쇼를 촬영하는 느낌이라면, 소극장 공연은 라디오를 진행하는 느낌일 거라고 하셨어요. '관객들을 위해서 그걸(소극장 공연) 하는 게 좋은 거다'고 말씀했을 때 그 말이 굉장히 와닿았어요. 그래서 작년부터 하게 됐는데 관객과 굉장히 가까워서 한 분 한 분이 다 보이고, 뒤에서 누가 기침만 하셔도 그게 너무 잘 들리는, 그만큼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타블로)

이어 타블로는 연말 콘서트는 큰 곳에서 음악으로 꽉꽉 채워서 하고, 여름에는 소극장 콘서트 개념으로 재미있는 콘셉트로 2년 째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큰 곳에서 하는 게 회사 입장에선 더 좋을 수 있는데, 관객 입장에선 소극장 콘서트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서" 여름에는 이런 이벤트를 준비한 것.

타블로가 "대형 콘서트, 소형 콘서트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저는 과감하게 큰 콘서트를 포기하고 소극장을 선택하겠다"고 말하자, 이를 듣고 있던 미쓰라와 투컷이 "저희는 큰 콘서트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반박해 웃음을 자아냈다.

투컷은 가장 야망에 찬 멤버였다. '현재상영중' 콘서트를 "영화인과 음악인이 하나가 되는 페스티벌이 되게 하는 게 바람"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양 사장 "너희 언제까지 공연만 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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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는 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현재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YG엔터테인먼트


타블로는 패러디 포스터를 보고 소속사 사장인 양현석 대표가 바로 문자를 보내왔다고 했다. "너네 왜 자꾸 공연만 하냐, 새 앨범 안 만드냐"는 것이 문자의 요지였다고. 이 점에 대해선 에픽하이 멤버 모두 인정하면서도 할 말이 많아보였다.

"저희도 앨범을 내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일단 공연이 너무 재밌어요. 가수가 해야 하는 게 신곡 내고 앨범내는 거란 걸 저희도 알지만, 그래도 에픽하이가 방송에 많이 나오는 그룹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을 더 하고 싶어요. 우리 음악 들어주는 분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고 싶은 마음이 지금은 큽니다." (타블로)

이어 또 다른 이유도 밝혔다. 타블로는 "세 멤버 모두 결혼을 해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이 소중해졌다"며 셋 다 서로 미안해하고 눈치보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각자 자기 때문에 새 앨범 준비가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에픽하이는 올해 데뷔 14년차에 접어들었다. "너무 오래된 것 같다"며 "사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3년 이상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며 14년이란 시간이 믿을 수 없다고 새삼 놀란 마음을 드러냈다. 타블로는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잠깐동안 회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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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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