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유일한 본분으로 일컬어지는 공부. 하지만 "공부만 하라"는 어른들의 질책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 드러나거나 숨겨진 여러 곳에서 두각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있고, 그리고 청소년에게 힘이 되어주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또, 청소년들이 모이고, 주최했던 행사나 모임을 취재합니다. 청소년이었던 시민기자가 직접 발로 뛰고 집필하는 연재기획, <옆 동네 1318>입니다. 이번 차례에는 올해로 여덟째 해를 맞이한 서울청소년연극축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기자 말

 제 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가 열리는 후암아트센터.

제 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가 열리는 후암아트센터. ⓒ 박장식


청소년들이 기량을 펼치는 연극축제가 17일부터 시작된다. 올해로 여덟 번째 해를 맞이한 서울청소년연극축제가 서울 대학로에 위치한 후암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작은 소극장에서 관객들과 교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행사인데, 모든 공연이 연기부터 음향, 조명, 소품까지 고등학생들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 멋진 점이다.

열일곱 개의 학교가 자신의 기량을 뽐낸다는 사실도 좋지만, 연극을 선보인 학교 중 우수한 두 학교는 오는 7월 31일부터 8일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되는 전국청소년연극제에 참전하여 전국의 학교와 연극 승부를 펼치게 된다. 지난해에는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개최되었고, 대진여고와 영등포여고가 전국 무대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것은 아니다. 무대 위에서만큼은 노련한 연극배우처럼 멋진 모습을 보이지만, 연극이 끝난 뒤 백스테이지로 내려가면 여느 고등학생들과 다를 바를 찾기 어려울 정도. 그런 '반전 매력'을 지닌 만큼, '연극 1번지' 대학로에서 미래의 '대학로 스타'를 직접 만나볼 좋은 기회가 아닐까.

그래서 제8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의 관람 팁을 몇 가지 꾸려보았다. 다양한 청소년의 기량이 묻어나는 이번 연극축제, 어떻게 관람하면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까.

포스트 남경주는 누구?

가장 먼저 짚을 관전 포인트는 차세대 인기 연극/뮤지컬 배우를 꼽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학교 동아리 수준의 연극축제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 하루에 세 편씩 이어지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관계자들이 주목하며, 여러 편의 공연을 리허셜부터 챙겨볼 정도로 연기 질이 좋다. 더욱이 몇몇 학교의 경우 서로 '용호상박' 급의 경쟁을 하다보니,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갖게 될 정도.

이러한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배출된 스타가 많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 등으로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배우 현빈은 서울 영동고등학교의 학교 극단 '끼' 출신이고, <보이스>에서 특유의 야성미를 뿜었던 배우 장혁 역시 고등학교 연극부 출신이다. 이렇듯 고등학교 연극부에서 시작해 톱스타가 된 케이스들이 꽤나 많다.

그렇기에 이들의 이름, 그리고 연기를 잘 기억해두자. 짧으면 다음 해, 늦어도 여러 해 안에는 점찍어 둔 이들 중 누군가가 브라운관, 또는 스크린이나 무대 위로 올라올테니 말이다. 그때 가서 "내가 이 배우, 고등학생 때 공연하는 걸 10년 전에 봤는데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라는 회상 겸 자랑이 가능할 것이다.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의 2016년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는 이번 8회 연극제에 창작극을 선보인다.

▲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의 2016년 연극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경기기계공업고등학교는 이번 8회 연극제에 창작극을 선보인다. ⓒ 박장식


기발함이 가득하다

서울청소년연극축제엔 매년 참가하는 개근 학교부터 처음으로 축제의 문을 두드리는 학교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한다.

냉탕과 온탕 사이를 오가는 듯 하지만, 이러한 학교들의 연극은 결코 어느 한 쪽이 못났거나 어느 한 쪽이 특별히 잘나지 않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처럼 이미 검증된 대본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은 기성 연기와는 다른 패기를 선보이거나 낯선 작품에서 짜릿한 신선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번 연극축제에는 무려 여덟 학교가 창작극을 선보인다.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해 전국무대 대상까지 수상했던 대진여자고등학교는 이번에도 창작극을 선보이고, 오랜 참여와 수상 이력을 지닌 영등포여자고등학교는 자신들의 상황을 투영한 창작극을 내놓는다.

'이미 많이 나왔던 대본'이라는 이유로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는 게 중요하다. 언제 어디에서 색다른 모습이 펼쳐질지 모르고, 누군가가 '역대급 연기'를 선보일 지 모르는 일이다. 앞서 말했듯 이곳은 기성 연극배우만큼의 기량, 또는 이들보다 더한 패기를 가진 고등학생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꿈 담은 '초연', 실수는 살짝 눈감아주세요

이 공연들이 모두 사람들 앞에서 내보이는 첫 번째 무대, 즉 '초연'임을 기억하자. 무대 경험이 없던 일부 청소년들 역시 첫 무대를 서울청소년연극축제로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만큼 바로바로 대사를 잊는 경우도 생기고, 암전된 무대를 급하게 정리하다가 별안간 '우지끈' 소리가 나기도 한다.

처녀작을 한 번에 무대에 바로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것을 이들이 해내고 있으니 작은 실수나 버벅임에는 가볍게 웃고 넘어가는 것이 어떨까. 어디 가서 보기 어렵다는 '초연'이니 만큼, 그 경험 자체만으로도 엄청나게 새롭지 않을까.

 17일 초연한 서울국제고등학교 <작은 화가들> 무대.

17일 초연한 서울국제고등학교 <작은 화가들> 무대. ⓒ 박장식


입장은 무료지만 이들의 땀은 무료가 아닙니다

중요한 팁이다. 서울청소년연극축제에서 열리는 모든 공연은 무료다. 대학로 연극이 기본 만원을 훌쩍 넘어가고,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등 대극장에서 열리는 공연들에 비하면 교통비와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만 가져가면 되니 다행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무료라고 해서 이들의 노력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자.

7회 서울청소년연극축제 당시 무대에 섰던 이들을 인터뷰했을 때, 연습을 어느 정도 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다. "밤 10시 넘어 다른 친구들 야간자율학습이 끝나서도 하는 경우도 많고, 특히 대회가 방학에 걸치는 경우에는 거의 매일 연습하는 경우도 많"다. '공부보다 어려운 예체능'이라고 자조적으로 꺼내는 말이 실감된다.

이렇듯 이들의 공연에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청소년만의 에너지, 꿈, 열정, 그리고 끼 등이 일품요리처럼 세팅되어 있다. 1시간이라는 짧은 공연시간엔 이들이 여러 달 동안 연구와 고심을 거듭한 결과물인 것이다. 그러니 한 시간 동안 '초집중'은 필수다.

 이번 축제에는 매일 세 개 학교의 새로운 막이 오른다.

이번 축제에는 매일 세 개 학교의 새로운 막이 오른다. ⓒ 박장식


이번 주말(22일)까지 서울지역의 일반고, 특목고, 특성화고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학교에서 공연을 선보인다. 고등학생들의 열정을 오롯이 담아낸 이번 무대를 보려면 후암아트센터에 아침 11시 30분, 오후 2시, 오후 4시 30분까지 찾아오면 된다. 각 학교별로 한 시간씩 진행되는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청소년들의 열정을 담은 무대가 하루 세 편씩 펼쳐진다. 그러고 나서도 이 열기가 가시지 않는다면 저녁 어스름할 무렵 진행되는 다양한 정극을 볼 수도 있고, 가까운 거리의 연극센터에 가서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아도 좋다. '올스타전' 격인 전국청소년연극제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오는 31일부터 열리니, 광주 시민들 역시 참고하면 좋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청소년 매체 쥐픽쳐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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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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