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요즘에는 별별 알바가 다 있다. SNS에는 같이 꽃구경을 갈 알바를 모집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돈을 받는 사람은 일정한 시간동안 역할 연기를 해주고 상대방은 그 연기를 보며 일종의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가짜를 돈주고 사면서까지 만족을 얻어야 할만큼 오늘날의 사람들은 외롭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김진황 감독의 <양치기들>은 역할대행을 하면서 가짜를 연기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목 받는 배우였으나 갈등으로 인해서 역할대행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완주(박종환 분)은 특별한 의뢰를 받게 된다. 바로 살인사건의 목격자를 연기해달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망설이던 완주는 어머니의 수술비 생각에 수락하게 되고, 복잡한 일에 휘말린다. 일이 꼬여버린 완주는 진실을 찾기 위해 열심히 움직인다.

거짓말로 꼬여버린 인생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강선영의 말과는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범인이라던 준호가 누명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정황들이 보이고, 완주의 증언에는 허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당황한 완주는 강선영을 찾아 나서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강선영의 말과는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범인이라던 준호가 누명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정황들이 보이고, 완주의 증언에는 허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당황한 완주는 강선영을 찾아 나서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 CGV아트하우스



먼저 완주의 이야기를 더 해보려고 한다. 완주는 꽤 촉망받는 배우였다. 하지만, 특별한 연줄이나 빽이 없었던 그는 부당하게 자신이 제대로 된 배역을 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참지 못했던 완주는 결국 배우를 그만두게 되고 먹고 살기 위해서 역할대행업을 하면서 살고 있다. 역할대행업이 탐탁지 않지만 연기력을 내세워 맡은 역할들을 자연스럽게 잘 해낸다.

그러던 어느날, 그에게 다소 위험한 제안이 들어온다. 바로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을 강선영이라고 소개한 여자는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범인이 확실히 잡힐 수 있도록 거짓 증언을 해달라고 한다. 완주는 처음에는 거절을 하려고 했으나 나오는 길에 엄마의 수술비 생각이 난다. 결국, 그는 범인을 잡는 좋은 일을 하면서 돈도 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의뢰를 수락하고 경찰에 나가 가짜 목격자를 연기한다.

이대로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 일 없을 것이라는 강선영의 말과는 다르게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범인이라던 준호가 누명을 쓰고 있는 것 같은 정황들이 보이고, 완주의 증언에는 허점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당황한 완주는 강선영을 찾아 나서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완주는 열심히 움직이지만 일은 계속 꼬여간다.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려던 마음에 시작했던 거짓말은 완전히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

거짓말보다 나쁜 모른척

 완주가 진실을 찾아야 했던 이유. 모른 척을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 그는 누명을 쓰고 있는 준호에게 모른 척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진실을 모른 척 하지 않으려는 결심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완주가 진실을 찾아야 했던 이유. 모른 척을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 그는 누명을 쓰고 있는 준호에게 모른 척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진실을 모른 척 하지 않으려는 결심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 CGV아트하우스


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준 것은 거짓말로 가득한 인생을 살던 악인의 최후 같은 것이 아니었다. 감독은 완주에게 복잡한 일을 던져주고 곤란한 상황들을 겪게 만들지만, 그에게 최악을 결말을 내리지는 않는다. 감독은 완주에게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고, 완주는 그에 응답해 열심히 진실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게 느껴졌다. 용의자인 준호가 누명을 쓴 것 같은 정황을 알게 되고 용의자의 어머니가 자신이 갔던 가게의 사장님이라고 해도 거짓 증언을 한 것을 밝히고 복잡한 일에 휘말리는 것보다 모른 척하면서 침묵하는 것이 완주에게는 훨씬 효율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거짓말로 살아온 그에게 모른 척하는 연기는 쉬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른 척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면 돈도 받지 못하고 자신의 거짓말도 드러나게 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는다. 재밌게도 거짓말로 곤란해진 그는 거짓말을 하면서 열심히 사건 관계자들을 만난다. 여기서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거짓말로 인한 파멸이나 거짓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완주는 거짓말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의 재능을 살려 진실을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도대체 그럼 중요한 것이 무엇인까. 영화는 마지막 부분 완주의 말에서 의도를 드러낸다.
반가운 사람을 만났지만 모른 척을 했고, 지금은 엄청 후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거였다. 완주가 진실을 찾아야 했던 이유. 모른 척을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 그는 누명을 쓰고 있는 준호에게 모른 척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진실을 모른 척 하지 않으려는 결심이 그를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완주가 곤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 경찰이 찾아와 미진(김예은 분)에 대해서 묻는다. 미진과 마지막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 완주였고 그 이후 미진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완주가 모른 척 했던 사람이 바로 미진이었다. 그는 미진이 자신의 팬인줄 알고 있었지만 혹시 자신만 기억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아는 척하지 않고 모른 척 했던 것이다. 미진이 자살하고 난 뒤에 완주는 자신이 모른 척을 하지 않고 관심을 가졌다면 미진은 실제로 자살을 하지 않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모른 척 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결국, 완주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계기는 거짓말을 했던 삶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모른 척을 해서 누군가를 떠나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후회이다. 이것이 완주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며 지나가는 많은 것들

 침묵과 모른 척은 얼핏 보기에는 중립적인 태도처럼 보일지 몰라도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강한 쪽의 편을 드는 일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강한 쪽에 편에서 약한 쪽을 억압하는데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침묵과 모른 척이 만연한 사회가 될 수록 비정상은 정상처럼 변하고 그 부작용은 결국 침묵과 모른 척을 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침묵과 모른 척은 얼핏 보기에는 중립적인 태도처럼 보일지 몰라도 강한 쪽이 약한 쪽을 억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강한 쪽의 편을 드는 일이 된다. 자신도 모르게 강한 쪽에 편에서 약한 쪽을 억압하는데 함께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침묵과 모른 척이 만연한 사회가 될 수록 비정상은 정상처럼 변하고 그 부작용은 결국 침묵과 모른 척을 했던 사람들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 CGV아트하우스


살아가면서 모른 척 하는 것들은 참 많다. 학생들이 길거리에서 담배 피는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지만 훈계하다가 얻어 맞았다는 기사가 떠올라 모른 척 지나간다. 또는, 술취해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혹여 관여했다가 곤란한 일을 겪을까 걱정이 돼 모른 척 지나가기도 한다.

사실, 위 사례들은 작은 것들이며 모른 척 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모른 척 하는것이 편하고 억울한 일을 겪게 될 확률도 낮다. 이쯤 되니 모른 척 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더욱 편한 방법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한걸음만 더 나가서 생각해보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숲에 동물들이 모여 살았다. 그 중에는 늑대와 독수리가 가장 많았다. 어느날, 동물들은 늑대의 이빨이 너무 위험하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입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는 다른 동물들의 주장에 늑대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독수리는 자신의 일이 아니었기에 침묵한다.

결국 늑대들은 억지로 재갈을 물게 되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늑대들에게 재갈을 물린 다른 동물들은 이제 독수리에게 타깃을 돌렸다. 다른 동물들은 독수리의 발톱이 너무 날카롭다고 말하기 시작했고 늑대들은 이미 자신이 당했기에 침묵했다. 결국 독수리들의 발톱도 모두 뽑혀버리게 된다. 독수리는 자기 차례에 와서야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성주 시민들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1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한 가족이 '대한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싶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붙들고 있다.

15일 오후 성주군청 앞에서 한 가족이 '대한미국이 아닌 대한민국에 살고 싶습니다'라고 쓴 현수막을 붙들고 있다. ⓒ 조정훈


최근, 사드배치 논란으로 성주 시민들에 대한 말들이 많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투표를 한 결과를 당연히 받게 된 것이라며 성주 시민들을 탓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지역에 사드 배치를 하는 것은 찬성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에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지역 이기주의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드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들이라고 생각한다.

사드 배치를 찬성하기에 앞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보지 못했던 성주 시민들을 탓하기에 앞서, 사드 배치 문제가 공공의 이익이라는 합의가 되지 않았으므로 지역 이기주의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떠나서 이런 발언들은 침묵이나 모른 척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주 시민들이 이전에 어떤 투표를 했고 어떤 입장을 밝혔든 현재 성주 시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가 중요하다. 사드가 중·러와의 외교적 문제를 필연적으로 불러올 것이며 실제로 국내의 안보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사드를 배치하는 지역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으며 오히려 반대하는 지역민들을 폭도로 매도하며 '종북' 등의 프레임을 씌우고 매도하는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성주 시민들이 자초한 일이라며 외면하고 모른 척 할수록 사드를 배치하려는 자들이 성주 시민들을 억압하는 것이 훨씬 쉬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나쁜 결과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사드를 충분한 합의도 없이 배치되도록 손놓고 구경할 셈인가. 우리는 완주처럼 모른 척 했던 것을 후회하며 뒤늦게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힘쓰지 않아야 한다. 현재 필요한 것은 성주 시민들의 곁에서 함께 부당한 것을 막아내는 힘이다.

성주 사드배치 침묵 모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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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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