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매주 토요일 밤 12시 10분에 KBS1에서 방영하는 <독립영화관>은 다양한 독립영화들을 보여주는 시간이다. 독립영화들은 다양한 개성과 자유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색다름을 관객들에게 선물해 주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영화관>은 놓쳤던 작품들을 볼 수 있으면서도 어떤 작품이 상영될지 기대하게 하는 '긁지 않은 복권' 같다.

지난 17일 <독립영화관>에서는 특별하게 웹드라마인 <모모살롱>의 6부작을 묶어서 방영했다. 각 부가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6부작의 드라마보다는 여러 에피소드로 묶여 있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사실, 나는 방영된 <모모살롱>을 보면서 드라마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만큼 끊김 없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래서 <모모살롱>을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고 감상한 대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미용실이라는 공간을 통해 나타난 소소한 일상

 저녁이 되자 택배를 찾으로 창균(박정민 분)이 온다. 창균은 들린 김에 머리를 하기로 하고, 헤니는 첫 손님을 상대로 성심성의를 다해서 머리를 손질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창균은 면접을 보러 갈때마다 들려 머리를 하고 간다. 그리고, 다른 택배를 찾으러 온 손님들도 헤니의 싹싹함에 머리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헤니의 미용실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 앞머리에 집착하는 여중생 등 여러 사람들이 가득 모인다.

저녁이 되자 택배를 찾으로 창균(박정민 분)이 온다. 창균은 들린 김에 머리를 하기로 하고, 헤니는 첫 손님을 상대로 성심성의를 다해서 머리를 손질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창균은 면접을 보러 갈때마다 들려 머리를 하고 간다. 그리고, 다른 택배를 찾으러 온 손님들도 헤니의 싹싹함에 머리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헤니의 미용실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 앞머리에 집착하는 여중생 등 여러 사람들이 가득 모인다. ⓒ TV캐스트


<모모살롱>는 '모모살롱'을 개업하게 된 헤니(리지 분)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헤니는 예쁘게 '모모살롱'을 꾸미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밥은 먹어야겠고, 미용실을 꾸미는데 망치 등의 공구도 필요하다. 손님이 오지 않으니 헤니의 머릿속 가계부에는 지출만 있고 수입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에 찾아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손님이길 기대했지만 알고 보니 택배 기사였다. 헤니는 실망했지만 난처한 표정의 택배 기사의 택배를 대신 맡아주기로 한다. 그리고 저녁이 되자 택배를 찾으로 창균(박정민 분)이 온다. 창균은 들린 김에 머리를 하기로 하고, 헤니는 첫 손님을 상대로 성심성의를 다해서 머리를 손질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창균은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들려 머리를 하고 간다. 그리고, 다른 택배를 찾으러 온 손님들도 헤니의 싹싹함에 머리를 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헤니의 미용실에는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기도 하고, 아들의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어머니, 앞머리에 집착하는 여중생 등 여러 사람들이 가득 모인다.

<모모살롱>은 미용실의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다. 미용실은 많은 사람에게 추억이 쌓인 장소이다. 나에게도 여전히 단골로 다니는 미용실이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미용실이었는데 지금은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됐으니 거의 9년 동안 다닌 미용실이다. 내가 다니던 미용실은 특별할 게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이 많았다. 동네의 아주머니들은 별다른 이유 없이도 미용실에 모여서 수다를 떨고는 했다. 미용실에 갈 때면 누구의 아들이 어디를 다니고 있는지, 아주머니의 남편이 어제 무슨 일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상자와 같았다. 물론, 내 이야기도 많이 전달되었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가 반삭(엄청 짧은 머리 스타일로 반 삭발)을 좋아한다는 것도, 내가 학교에서 몇 등을 했는지도 알게 모르게 퍼져나갔다. 감동적이고 슬펐던 일도 있었다. 바로 군대에 가기 전 머리를 잘라야 하는 날이었는데 미용실에서는 같이 슬퍼해 주면서 머리를 공짜로 잘라주었다. 나의 대학 합격 소식에 함께 기뻐해 주고 입대 소식에 함께 슬퍼해 주던 미용실이었기에 나는 아직도 그 미용실을 계속 다니고 있다. 비록 고향에 있고, 가격도 많이 비싸졌지만 말이다.

이처럼 미용실은 단순히 머리만을 자르는 장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면접을 보러 가는 사람을 위해서 더 신경 써주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사람을 위해서 예쁘게 꾸며주기도 하고, 입대 소식에 함께 슬퍼하며 머리를 깎아주기도 하는 미용실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가위를 통해 소통하는 장소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잘려나간 머리카락이 쌓일수록 사람들의 사연도 쌓여간다. 처음에는 헤니의 머릿속의 가계부가 자주 등장했던 장면들이 돈이 아니라 손님들의 사연으로 채워져 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사람들로 가득 찬 미용실, 어째서 헤니는 외로워 보일까

 <모모살롱>의 끝이 머리를 손질하며 끝나는 것은 많은 고독을 느낄 현대의 청년들에게도 외로움을 행복으로 바꾸는 손질을 해주고 싶은 마음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모모살롱>의 끝이 머리를 손질하며 끝나는 것은 많은 고독을 느낄 현대의 청년들에게도 외로움을 행복으로 바꾸는 손질을 해주고 싶은 마음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 TV캐스트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손님이 없어 우울해 하던 헤니의 '모모살롱'에는 이제 손님들이 가득하다. 핸드폰을 하려고 꼼지락거리는 손님들 때문에 불평하기도 하고, 손님의 발 냄새에 괴로운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손님이 많이 오기에 할 수 있는 불평이다. 혼자이던 헤니에 주변에는 많은 손님들이 함께하고 헤니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헤니에게는 외로움이 느껴진다.

헤니는 택배를 하나 받는다. 그 택배에는 손톱깎이가 들어 있다. 마침 손톱이 긴 것을 느낀 헤니는 누가 자신의 손톱을 보고 택배를 보냈다고 생각하고 상상의 나래에 빠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 남성이 자신의 손톱을 깎아주고 손을 마사지하는 상상을 하며 남자 동상의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옆에서는 외로움을 말하는 노랫말이 울려 퍼진다.

군중 속의 고독이랄까. 사람들에게 많이 둘러싸여 있지만, 집에 돌아가는 헤니의 뒷모습은 쓸쓸해 보이고 외롭게 느껴진다. 외로운 사람이 헤니뿐일까. 여러 명이 모여서 여행을 떠나도 모두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떠나지 않는 것이 흔하다. 같은 자리에 있지만, 서로의 얼굴이 아닌 스마트폰 속의 화면을 들여다보기에 바쁘다. 이러니 외롭지 않을 리가 없다.

또, 집에 돌아가는 길은 또 얼마나 외롭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에는 밝아 보이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몸에 힘이 빠지고 왠지 더 쓸쓸하게 느껴지고는 했다. 화려한 낮과 고독한 밤은 너무나 다르게 느껴졌고 밝아 보이기 위해 보였던 노력은 반작용으로 오히려 밤의 고독을 더욱 깊게 느껴지게 하였다. 헤니의 뒷모습을 보니 내가 보지 못했던 쓸쓸한 내 뒷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으로 이 외로움을 채워야 할까.

헤니는 사랑으로 외로움을 채우게 되었다. 면접을 본다며 자주 찾아왔던 창균이 사실은 헤니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백을 하러 간다는 창균에게 질투를 느껴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헤니는 창균에게 풋풋한 사랑 고백을 듣는다. 그리고 웃으며 창균의 머리를 다시 손질한다. 외로움도 언제든지 예쁘고 멋있게 손질할 수 있는 머리처럼 쉽게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모살롱>의 끝이 머리를 손질하며 끝나는 것은 많은 고독을 느낄 현대의 청년들에게도 외로움을 행복으로 바꾸는 손질을 해주고 싶은 마음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모모살롱 외로움 손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