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한국 넷플릭스에서 <드라마월드>라는 웹드라마가 독점 공개됐다. <드라마월드>는 한국 드라마를 사랑하는 미국 대학생 클레어가 가상의 한국 드라마 세계 '드라마월드'라는 곳에 빠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드라마다. 지난 14일 <드라마월드>의 크리스 마틴 감독과 배우이자 제작자인 션 리차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말]
 <드라마월드> 촬영 장면

<드라마월드> 감독 크리스 마틴. 그는 "<드라마월드>가 한국에서 인기다"라는 말을 믿지 못했다. ⓒ 엔터미디어픽쳐스


"한국에서 <드라마월드>의 인기가 대단하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크리스 마틴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립서비스인 거 같은데? 거짓말 같은데?(웃음)"

대학교 때 보기 시작한 한국 영화가 그의 '한드 덕후' 인생의 첫 시작이었다. 그때 크리스 마틴 감독은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을 알게 됐고 2006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첫 도착지는 부산이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리니 부산에 영화 산업이 집중돼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보던 한국에 실제로 오니 어땠느냐는 질문에 크리스 마틴 감독은 '드라마월드' 속에 들어온 클레어처럼 눈을 반짝였다. 

"새로운 경험은 거의 다 재미있지 않나. 나는 복이 많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했다."

"한국 드라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스스로 '한국 드라마의 팬'이라 말하는 크리스 마틴 감독. 그가 사랑하고 또 열심히 시청하고 연구했던 한국 드라마는 기꺼이 <드라마월드> 속 흥미로운 소재가 돼 주었다. 

- <무비스트> 인터뷰에서 "한국드라마에는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왜 한국 드라마가 좋은가?
"오늘날 미국에는 정말 어두운 사회 문제를 다룬 심각한 드라마들이 많다. 마치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어두운 드라마. 물론 나도 <하우스 오브 카드>를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한국 드라마 안에는 해피엔딩이 있고, 사람들이 사랑에 빠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 드라마는 희망을 주는 것 같다."

 <드라마월드> 속 한 장면

<드라마월드> 속 '김치싸대기' 패러디로 화제를 모았던 장면. ⓒ 엔터미디어픽쳐스


- 많은 한국 사람들이 <드라마월드> 속 드라마 '사랑의 맛'을 단순한 한국 드라마로 보지 않고 풍자적으로 해석하더라.
"'풍자'를 하기 위해 만든 것은 아니다. 정말 좋아서 만든 거다. 한국 드라마는 왠지 처음부터 끝까지 깊이 빠져서 보게 된다. 진짜 사랑에 빠지는 듯이!"

- 갑자기 <드라마월드> 속 주인공인 클레어가 "간접광고 덕 톡톡히 봤네!"라며 화장을 받는 장면 같은 건 어떤가. 한국 드라마 속 PPL을 풍자한 게 아닌가.
"(웃음) 그건 풍자가 맞다. PPL 너무 심하지 않나. 그런데 그건 미국 영화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대화하다가 특정 상표의 콜라를 마시는 장면이 삽입된다든지. PPL을 넣으려면 재밌게 넣자고 했다."

 <드라마월드> 속 한 장면

<드라마월드> 속 한 장면. 주인공 클레어가 화장을 받고 나오면서 "간접광고 덕 톡톡히 봤네!"라고 말한다. ⓒ 엔터미디어픽쳐스


- 역시 <드라마월드>에서 가장 공감을 샀던 대사는 "미국 드라마에서야 개나 소나 키스하지만 한국 드라마에서는 첫 키스가 생명이에요. 진실한 사랑의 증명이거든요"가 아닐까? '감독이 정말 한국 드라마를 엄청 봤구나'라고 생각했다.
"맞다. 한국 드라마의 어떤 규칙 같은 걸 보면서 잡아나가는 거다. 한국 드라마의 팬블로그 같은 걸 보면서 '이런 설정이 많이 나오는구나,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연구를 굉장히 많이 했다."

- <드라마월드>를 본 사람들은 '사랑의 맛'이 드라마 <파스타>를 참고로 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비슷하지 않나? (웃음) <드라마월드> 각본을 쓰기 시작했을 때 요리 드라마가 인기가 많았다. <오 나의 귀신님>의 조정석도 셰프였고. 또 그냥 요리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드라마월드> 주연 배우 션 리차드가 <신들의 만찬>에서 셰프로 나오지 않나."

- <드라마월드>를 만들며 주요하게 참고했던 한국 드라마가 또 있을까?
"거의 다 참고했다. <별에서 온 그대>도 있고 사극도 많이 봤다."

 <드라마월드> 촬영 장면

<드라마월드> 촬영 장면. 크리스 마틴 감독이 주연 션 리차드에게 연기 디렉팅을 해주고 있다. ⓒ 엔터미디어픽쳐스


- <드라마월드>의 시놉시스부터 각본까지 함께 썼다. 가장 넣기 어려운 설정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
"<드라마월드> 속에서 세스(저스틴 전)는 반전이 있는 캐릭터인데 그 반전을 어느 시기에 삽입할지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마지막에 알릴지 극 초반에 알릴지. 결국 조금 일찍 알리게 됐는데 그게 더 재밌을 거라 생각했다. 마치 <유주얼 서스펙트>의 카이저 소제 같지 않나."

- 극 중 세스라는 인물이 참 재밌다. 세스는 클레어처럼 '드라마월드' 밖에서 온 외부인이다. 그리고 '드라마월드' 속의 조연이다. 쉽게 주연을 맡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왜 세스는 '드라마월드'에 남고 싶어할까?
"세스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거다! 세스도 한국 드라마의 팬인 거다. 옆에 있을 수 있으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 현실 세계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드라마월드> 속에서 생활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거다."

- <드라마월드>라는 드라마도 만들고 '사랑의 맛'이라는 드라마 속 드라마도 만든다. 이런 설정도 독특하다.
"우디 앨런 영화 중에 <카이로의 붉은 장미>란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밖으로 나와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보고 나서 '이거 재밌다 나도 '메타' 설정이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오래 살았고 또 한국 작품을 하고 싶어서 <드라마월드>를 만든 것 같다. 어렸을 때는 <Where is Waldo(월리를 찾아서)>를 봤다. 그때는 월리를 찾지 못했는데 어쩐지 월리가 있는 세계 안으로 들어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책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다가 종이에 부딪혀 아팠던 기억이 있다. (웃음) '드라마월드'도 마찬가지 아닐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한국 드라마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다."

 <드라마월드> 촬영 장면

<드라마월드>에서 대학생 클레어는 자신이 사랑하는 한국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 엔터미디어픽쳐스


- 분명 크리스 마틴 감독도 극 중 클레어처럼 한국 드라마 안에 들어가는 상상을 해봤을 것 같은데? 맡고 싶은 역할이 있나?
"글쎄, 다들 주연 배우가 되고 싶어하지 않을까? 악역도 재밌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본 드라마 <시그널>에 들어가서 악역을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최근에 본 것 중에 <시그널>이 가장 재밌었다."

- 특정 장르를 선호한다든지 배우를 선호한다든지 한국 드라마 시청 기준이 따로 있나?
"스토리가 좋으면 본다. 곧 방송할 MBC <W>도 보고싶다. 주로 감독이나 작가를 중심으로 보게 되는 것 같다. <미생>과 <시그널>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도 좋아한다."

- 한국 드라마의 팬이지만 역시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과 만드는 것은 많이 다르지 않나. 좋아하는 것과 작품을 제작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는지도 궁금하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한국말을 하긴 하지만 미국 사람이고 한국 작품을 만들지는 못한다고. 그 접점이 <드라마월드>이다. 또 우리는 모두 무엇의 팬이다. 예를 들어 호러나 스릴러의 팬이라면 모두 그 장르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거다! 그리고 (시나리오를) 굉장히 열심히 썼다. (웃음)"

"<드라마월드>의 인기비결? 새로워서"

 <드라마월드> 촬영 장면

<드라마월드> 속 주연 배우들. ⓒ 엔터미디어픽쳐스


<드라마월드>는 한-중-미가 합작해 만든 글로벌 프로젝트다. 미국에서는 VIKI에서 선공개됐고 중국에서는 YOUKU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여기에 호주에 살던 리브 휴슨이라는 배우가 주연으로 발탁됐다. 면접은 스카이프로 봤다.

"그녀는 엄청난 배우다. 리브 휴슨을 보자마자 '그녀가 클레어다!'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클레어의 눈이 그야말로 '반짝반짝'거리더라.
"리브 휴슨을 클레어 역으로 캐스팅을 하고 나서 그때부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라고 숙제를 내줬다. <별에서 온 그대>나 <내 이름은 김삼순> 같은 제일 유명한 드라마들. 그리고 리브가 촬영을 위해 한국에 난생 처음으로 온 거다. 그녀로서는 새로운 경험인데 진짜 클레어가 돼 드라마월드에 온 셈이었다."

 <드라마월드> 촬영 장면

클레어에게 연기를 지도 중인 크리스 마틴 감독. ⓒ 엔터미디어픽쳐스


- 한국말고 다른 나라 사람들의 반응이 좀 궁금하다.
"처음에 <드라마월드>를 만들었던 건 한국 드라마의 팬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드라마월드>를 보고 나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도 있더라. 북미에서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많이 보더라."

- <드라마월드>가 왜 인기라고 생각하나?
"다른 드라마와 다르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다. 보통 미국에서는 미국 드라마를 하고 한국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다루는데 <드라마월드>의 스토리는 한 나라에 국한된 게 아니라 여러 나라의 이야기를 다룬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한국어도 하다가 영어도 하는 설정이 재미있지 않나."

<드라마월드> 시즌1은 총 10편짜리로, 한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7월 1일부터 서비스됐다. <드라마월드>의 시즌2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크리스 마틴 감독은 "이미 (시즌2를) 어떻게 진행할지 다 나와있다"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 '다 나와있지'만 말해줄 수 없는 건가? (웃음)
"아주 재밌을 거다. <드라마월드> 시즌1보다 훨씬 스케일이 커질 거다. 나와 <드라마월드> 시나리오를 함께 쓴 친구와 시즌2를 계획 중이다."

- 다음 시리즈에서 같이 작품을 하고 싶은 배우가 있나.
"아 너무 많은데…. 좋아하는 배우 너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한숨) 전도연 문소리 진구 한효주 좋아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 너무 많다. 처음 한국에 온 이유는 한국 영화를 좋아해서다. 신하균 같은 사람들 보고 나서 연기가 장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송새벽도 좋아한다. 연기 잘하지 않나? 송새벽으로 할까? (웃음)"



드라마월드 크리스 마틴 감독 션 리차드 넷플릭스 비키 오리지널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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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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