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 미 2> 영화 포스터

▲ <나우 유 씨 미 2> 영화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2013년 개봉한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아래 <나우 유 씨 미>)은 최고의 기술을 지닌 범죄자들이 모여 무언가를 훔치는 '케이퍼 무비'의 새 지평을 열었던 작품이다. 프로듀서를 맡은 바비 코헨은 "전통적인 케이퍼 무비와 차별을 두고 싶었다. 로빈 후드 내용에 세계 최고의 마술사들이 모여서 하나의 팀을 만든다는 상상이 만난 기획에서 시작됐다"고 출발점을 설명했다.

<나우 유 씨 미>가 단지 훔치는 수단으로 마술을 사용해 차별화에 성공한 건 아니었다. 극 중에서 마술사기단은 강탈의 마술쇼를 펼친 이유를 마술이 부활해 세상으로 돌아오길 원하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그들은 마술의 힘을 빌려 사람들에게 꿈을 돌려주고자 했다고 외쳤다.

마술사기단이 말한 꿈의 다른 이름은 '정의'다. 부정과 결탁한 자들이 독점한 부를 훔쳐서 힘없는 자들에게 나눠주는 마술사기단의 행동은 현대판 의적과 다름없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세상이 부조리하다고 느낀 많은 이의 무의식이 영화 속에 녹아 대리만족으로 표출되었던 셈이다.

"마술(정의)은 뭘까요?"를 관객에게 질문하며 공정한 세상이란 환상을 멋지게 보여주었던 <나우 유 씨 미>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사회를 반영한 내용과 마술이란 스타일이 어우러진 영화는 전 세계에서 3억5천만 불에 달하는 흥행 성적을 거두며 2013년 세계 영화 수익 2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나우 유 씨 미 2> <나우 유 씨 미>는 사회를 반영한 내용과 마술이란 스타일이 어우러진 영화였다.

▲ <나우 유 씨 미 2> <나우 유 씨 미>는 사회를 반영한 내용과 마술이란 스타일이 어우러진 영화였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나우 유 씨 미 2>는 음모를 폭로하려다 도리어 역습을 당하는 마술사기단을 다룬다. 전편의 감독이었던 루이스 리터리어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이는 <스텝 업 2 - 더 스트리트>(2009) <스텝 업 3D>(2010) <지. 아이. 조 2>(2013)를 연출했던 존 추다. 감각적인 영상으로 유명한 그는 "전편에서 관객들이 마술쇼를 관전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출연진과 함께 호흡하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나우 유 씨 미 2>는 새로운 악당 월터(다니엘 래드클리프 분)가 꾸민 함정에 빠진 마술사기단이 어쩔 수 없이 그의 명령에 따라 도둑질에 나서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이것은 전편의 내용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발단에 불과하다. <나우 유 씨 미 2>는 철저하게 전편의 인물과 이야기를 빌린다. 그리고 과감하게 뒤집기를 가한다.

리더 다니엘(제시 아이젠버그 분)과 메리트(우디 해럴슨 분), 잭(데이브 프랭코 분)에 새로 합류한 룰라(리지 캐플란 분)까지 마술사기단은 건재하다. 그러나 갈등은 점점 싹튼다. 전편에서 마술사기단에게 한 방 먹었던 태디어스(모건 프리먼 분)와 아서(마이클 케인 분)는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다. 마술사기단의 배후였던 딜런(마크 러팔로 분)의 과거가 다시 부각되며 뒤집힌 이야기의 중심 요소로 기능한다.

전작의 설정에 새로운 악당, 내부의 갈등, 악연의 귀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넣고 반전과 뒤집기까지 갖추었으나, <나우 유 씨 미 2>의 이야기는 빈곤하다. 반전이 강조된 구조는 화려한 캐스팅을 재탕하려는 무리수로 느껴진다. 손바닥 뒤집듯 바뀐 설정 탓에 전편의 완성도마저 훼손된 기분이다.

의적의 색채가 퇴색한 점도 안타깝다. 개인적인 복수가 의적이란 집단의 욕망과 맞물리도록 구성한 정교함과 시대를 염두에 둔 정신은 <나우 유 씨 미 2>에서 찾을 수 없다. 전세계 컴퓨터를 통제하려는 음모는 마술적인 색채를 희미하게 만들고, 첩보물의 느낌을 강하게 만들었다. 의적 마술사기단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첩보팀 '미션임파서블'로 변했다.

<나우 유 씨 미 2> 손바닥 뒤집듯 바뀐 설정 탓에 전편의 완성도마저 훼손된 기분이다.

▲ <나우 유 씨 미 2> 손바닥 뒤집듯 바뀐 설정 탓에 전편의 완성도마저 훼손된 기분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나우 유 씨 미 2>는 규모를 키우면서 단점을 보완하려 노력한다. 전편이 라스베이거스, 뉴올리언스, 뉴욕을 오갔다면, 이번엔 뉴욕, 시드니, 런던, 마카오를 넘나들며 장소의 범위를 대폭 확장한다. 마카오 촬영과 주걸륜 등 중화권 배우의 캐스팅, 중국계 감독 존 추는 할리우드가 새로운 금맥으로 떠오른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느껴지는 대목이다.

컴퓨터 칩을 훔치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카드 마술, 비를 움직이는 신비로운 마술 등 새롭게 선보이는 마술쇼는 세계적인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도움을 받아 완성되었다. 전편에서 영감을 주었던 그는 이번엔 공동프로듀서로 적극적으로 참여해 마술 트릭과 쇼를 총괄했다.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마술 장면은 관객들이 진짜라고 느끼도록 최소한의 CG만 사용하여 구현했다고 한다.

마술의 화려함 외에 재미를 주는 요소는 배우 다니엘 래드클리프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주인공이었던 그가 <나우 유 씨 미 2>에서 "마술보다 과학이다."를 부르짖고, 아버지를 향한 인정 욕구로 가득한 어리광을 보여주는 것은 마치 '해리 포터'를 노린 장난스러운 자학처럼 다가온다. 마지막 마술쇼가 펼쳐지는 장소가 영국이라 더욱 그렇다.

전편의 마지막, 인터폴 요원 알마(멜라니 로랑 분)은 딜런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것들은 설명하지 않은 채로 두는 게 좋아요." 그녀의 말은 흥미롭게도 "어떤 속편은 나오지 않은 채로 두는 게 좋다."로 바뀌어 <나우 유 씨 미 2>에 적용된다. 행여 다시 돌아올 생각이라면 마술만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 이야기와 마술이 조화로운 마술사기단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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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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