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돈을 가진 영남제분의 회장 부인 앞에서는 허위진술서따위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고 재판과정에서도 공정치 못한 일이 빈번했다. 엄청난 돈을 가진 재벌과 국선 변호사의 싸움은 흥미롭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돈을 가진 영남제분의 회장 부인 앞에서는 허위진술서따위는 어렵지 않게 만들어졌고 재판과정에서도 공정치 못한 일이 빈번했다. 엄청난 돈을 가진 재벌과 국선 변호사의 싸움은 흥미롭게 느껴졌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 ⓒ NEW


군복무 시절 나는 심심해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어릴 때부터 변호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법률에 관련된 소설이나 책을 좋아했다. 그래서 손아람 작가의 <소수의견>이나 존 그리샴의 <의뢰인> 등을 구매해서 읽고는 했다. 하지만, 휴가 때나 가능했기 때문에 읽는 속도에 비해서 책을 구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래서 인터넷을 할 수 있을 때마다 다른 읽을거리를 열심히 찾고는 했다.

그러던 중에 접하게 된 것이 바로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에 대한 내용이었다. 돈 많은 영남제분의 회장 부인이 청부살인을 청탁했고 그로 인해서 여대생이 살해당했다. 정말 영화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내용은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서 방영되기도 했는데 영남제분 회장 부인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병을 이유로 병원 VIP 특실에서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면서 형 집행정지를 악용해 온 것이 밝혀졌다.

이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가 바로 권종관 감독의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이다. 한때 잘나가는 모범 경찰이었던 최필재(김명민 분)는 동료의 고발로 경찰을 그만두게 된 이후에 잘나가는 사건 브로커가 된다. 그러던 어느날 사형수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그것이 자신을 고발한 동료에게 복수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 필재는 이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다룬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다. 

전형적인 요소들, 하지만 현실과 닮은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의 필재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사형수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자신을 경찰을 그만두게 만든 동료에게 복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조사를 시작한다.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의 필재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사형수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자신을 경찰을 그만두게 만든 동료에게 복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조사를 시작한다. ⓒ NEW


이 영화의 주요 흐름들은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재벌이 범죄를 저지르고 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이를 덮는다는 식의 흐름은 클리셰라고 할 수 있을만큼 한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다. 또한, 돈을 밝히는 능력있는 인물이 특정한 계기를 통하여 변하고 사건의 본질을 찾아다니는 흐름 또한 자주 등장하는 요소이다. 양우석 감독의 영화 <변호인>에서 세무 변호사로 돈을 잘 벌던 변호사 우석이 평소 자주 가던 국밥집의 아들인 진우를 만나서 사연을 듣고 변호를 맡아 싸워가는 가정도 마찬가지이고, <성난 변호사>의 변호성이 어이없게 패소한 이후에 누명을 벗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영화에서 이런 내용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갑질논란이 일었던 '땅콩 회항'이나 한화 김승연 회장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것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을 때, 이에 맞서는 인물들은 용기 있는 인물들로 표현된다.  재벌의 돈과 권력 앞에서 진실은 밝혀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각들이다.

또한, 돈을 밝히는 능력 있는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능력은 있지만 돈보다는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유가족의 곁에서 함께 했던 박주민 변호사와 같은 인물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들의 삶은 쉽지 않다. 정의와 진실을 위해서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힘든 것들일 때가 많다. 박주민 변호사의 국회 입성이 화제가 되었던 것은 정의를 위해 살아간다고 신뢰 받는 그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이 왜곡되어 자주 쓰일만큼 우리 사회는 불편한 진실보다는 편리한 거짓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만큼은 능력 있는 인물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작은 믿음이라도 전달 되는 것이다.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의 필재도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정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사형수로부터 온 편지를 받고 동료에게 복수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조사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감옥에 들어간 순태(김상호 분)가 무죄이며, 동료였던 양 형사(박혁권 분)가 사건을 조작했음을 알게 된다. 필재는 조사한 자료를 들고 양 형사를 찾아가고 양 형사에게 경찰을 그만둘 것을 권유한다. 양 형사가 이를 받아들이자 필재는 더이상 사건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돈 되는 일에만 관심이 있던 필재에게 진실따위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순태의 사건은 그저 필재의 목적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는 도구였을 뿐이었다.

인물들의 개심으로 밝혀지는 재벌의 죄악

 엄청난 권력을 누리던 재벌의 죄악을 밝힌 것은 무엇이었나. 필재의 엄청난 능력도 아니었고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필재가 마음을 바꾸고 진심을 다했고, 동현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믿고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재벌의 죄악을 밝히는 일은 가능했던 것이다.

엄청난 권력을 누리던 재벌의 죄악을 밝힌 것은 무엇이었나. 필재의 엄청난 능력도 아니었고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필재가 마음을 바꾸고 진심을 다했고, 동현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믿고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재벌의 죄악을 밝히는 일은 가능했던 것이다. ⓒ NEW


하지만, 이렇게 끝난다면 영화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특별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필재는 모종의 위협을 받게 되고, 이 사건이 더이상 자신과 관련없는 사건이 아니게 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순태의 딸 동현(김향기 분)으로부터 부끄러움을 느끼고 진실을 밝힐 마음을 먹게 된다. 교도소에서 순태를 폭행하고 죽게 만들려고 했던 차교위(오민석 분)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이런 아버지로 끝날 수 없다며 살려달라는 순태의 울부짖음을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결국 마음을 바꾼다.

순태의 딸 동현도 마찬가지이다. 동현은 자신의 아버지인 순태가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순태는 시간이 지나도 교도소에서 나오지 못했고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을 알고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필재를 만나면서 그녀는 용기를 얻고 진실을 밝히려고 한다. 많은 돈과 권력으로 숨겨오던 재벌의 죄악은 이렇게 인물들의 개심을 통하여 결국 밝혀지게 된다.

나는 이 영화 <특별수사 : 사형수의 편지>에서 희망을 보았다. 불과 2년 전에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나는 많은 좌절과 답답함을 느꼈다. 수많은 목숨이 달린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초기에 사건의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해경 등의 관료들은 엄청난 무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돌아온 것은 청와대는 콘트롤 타워가 아니라는 대답과 유체이탈식 책임회피였다. 권력은 국민의 목숨을 외면했고 진실이 밝혀질까 두려워했다. 그로 인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외치던 유가족들은 단식농성에 노숙농성까지 해야만 했다. 다니던 직장이 있고, 돌볼 가족들이 남아있을 유가족들은 쉽게 돌아가지 못했다. 진실이 하나도 밝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도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많은 활동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에 테이블을 놓고 앰프방송을 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에 동참해달라 외쳤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사정에 따라서는 혼자서 할 때도 많았다. 비가 오는 날에는 서명도 제대로 받지 못해서 속상함에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많은 속상함과 힘든 일들을 겪으면서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유가족분들이 앞장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서명에 동참해주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 영화에서도 나는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엄청난 권력을 누리던 재벌의 죄악을 밝힌 것은 무엇이었나. 필재의 엄청난 능력도 아니었고 경찰이나 검찰과 같은 시스템이 올바르게 작동하기 때문도 아니었다. 필재가 마음을 바꾸고 진심을 다했고, 동현과 그의 주변 사람들이 믿고 함께 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람들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재벌의 죄악을 밝히는 일은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도 가능하다고 믿고 싶다. 단지 영화였기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세월호 유가족분들이 있고, 그에 함께하는 많은 국민들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가능하다고 믿고 싶다.

세월호 특별수사 사형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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