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식 장관 뒤에 '개돼지' 나향욱 기획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뒷줄 오른쪽)은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앞줄 왼쪽은 이준식 교육부 장관.

▲ 이준식 장관 뒤에 '개돼지' 나향욱 기획관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뒷줄 오른쪽)은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한 것에 대해 "정말 죽을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앞줄 왼쪽은 이준식 교육부 장관.ⓒ 남소연


흔히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을 두고 "영화 같은 현실"이라고들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식 혹은 일반 통념에서 많이 벗어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말이다.

교육부 고위직을 맡고 있는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얼마 전 발언에 '하위 99%'에 해당하는 국민들이 깜짝 놀랐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말이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라며 되뇌던 나 기획관은 기자들의 연이은 지적에도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부연설명까지 친절하게 덧붙였다.

파장은 컸고, 나향욱 기획관은 결국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해 "죽을 죄를 졌다"고 울먹거리며 사죄하기에 이르렀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였고, 내 본심이 아니었다"며 그는 거듭 국회의원들 앞에서 읍소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 일을 최초보도 한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나 기획관은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 "(민중을 먹고 살게 해줄) 상위 1%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등의 발언을 이어가면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다문화 국가인 미국 예를 들면서 "흑인과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덧붙였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 "진짜 현실이 될 줄이야"

 영화 <내부자들> 속 이강희 <조국일보> 주필(백윤식 분)

영화 <내부자들> 속 이강희 <조국일보> 주필(백윤식 분)ⓒ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그래서 나 기획관 발언의 원조 격이 돼 버린 영화 <내부자들>의 그 대사를 직접 쓴 우민호 감독과 접촉했다. 12일 저녁 지인들과 식사 자리 중이던 우 감독은 이미 해당 사건을 잘 알고 있었다.

알려진 대로 영화는 웹툰 작가 윤태호의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했다. 재벌 권력, 정치인, 언론 권력이 협잡해서 대한민국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 작품. 영화는 여기에 우장훈 검사(조승우 분) 캐릭터를 추가해 입체감을 더했다. 정치 깡패 안상구(이병헌 분)와 우장훈 검사가 베일에 가려진 거대 권력과 맞붙는 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졌다. 

우민호 감독은 "처음 그 사건을 접했을 때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당시 심경부터 전했다. 우 감독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은 오히려 영화보다 수위가 낮은 편이었고, 직접적인 대사가 많진 않았다"며 "그의 작품을 읽다 보니 등장인물들이 국민들을 개와 돼지처럼 인식하고 취급한다는 게 느껴져 그 대사를 삽입한 것"이라 말했다.

"(확장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날> 마지막 부분에 이강희(백윤식 분)이 하는 대사는 원작에 나오긴 합니다. 국민에게 안주거리를 던져주고 권력자들은 가만히 기다리면 된다는 대사였는데 사실 그 대사들을 적으면서도 '설마 현실이 그렇겠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정말 현실에 이렇게 나타나다니 어처구니가 없었죠."

설마하며 영화적 재미를 위해 강조한 대사였는데 알고 보니 우리 사회 '높은 분'들의 사고와 인식수준을 가감 없이 서술한 팩트가 돼버렸다. 우민호 감독 입장에선 황망하지 않았을까. 영화 같은 현실 이전에 <내부자들> 자체가 바로 현실 같은 영화는 아니었는지.

나향욱씨는 분명 조족지혈일 것이다. 졸지에 개와 돼지가 되어버린 대한민국 시민들은 다시 한 번 영화 <내부자들>을 복습해 보는 것도 좋겠다. 혹시 아는가. 다음엔 언론 권력 이강희가 아닌 재벌권력 오회장(김홍파 분)이나 정치권력 장필우(이경영 분)를 고스란히 대변하는 윗분들이 나타날지.

"질긴 오징어를 누가 계속 씹으려 할까요. 적당히 씹다가 뱉겠죠. 대중은 그런 겁니다. 고민하고 싶은 사람에겐 고민거리를, 울고 싶은 사람에겐 울거리를, 욕하고 싶은 사람에겐 욕할 거리를 던져주면 되는 겁니다." - 영화 <내부자들 : 디 오리지널>의 대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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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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