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베라는 남자> 포스터.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 <오베라는 남자> 포스터.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영화이다.ⓒ (주)싸이더스


"가장 저렴하게 즐기는 피서 방법은 뭘까"라는 질문이 던져진다면, "영화관에 가는 것"이라고 답할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어두운 공간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에어컨디셔너의 찬바람을 쐬며 한 편의 영화를 즐기는 건 나쁘지 않은 피서법이다.

그런데, 최근 영화관에서 이상기온이 감지되고 있다. 스웨덴영화 <오베라는 남자>의 상영관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작품을 관람한 관객들은 너나없이 입을 모아 말한다. "체온이 1도쯤 올라가는 느낌이에요"라고. 이 오뉴월 염천에 무슨 이유에서일까?

여기 일생을 성실하고 착하게 살아온 '원칙주의자'가 있다. 스웨덴 나이로 59세이니 한국 나이로는 회갑을 앞둔 중년이다. 사람의 생에 왜 부침(浮沈)과 굴곡이 없을까. 그러나, 지금까진 행복하다고 자신을 위로하며 살았다. 자신만큼 착하고 성실한 아내가 곁에 있었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기차 청소부'라는 직업도 있었다.

그런데, 겨우겨우 곁에 묶어둔 '행복'이란 단어가 일순간 증발해버린다. 암으로 아내가 죽고, 16살부터 43년간 일해온 직장에서 해고당한 것. 왜 불행한 일은 꼭 연이어 일어나는 것일까? 오베(롤프 라스가르드 분)는 갑자기 자신의 삶에 틈입한 견딜 수 없는 외로움과 절망에 죽기로 결심한다. 스웨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자살률이 높은 국가다.

감독의 빼어난 역량과 조연배우들의 기막힌 연기

 오베와 그의 이웃들. 이들은 '인간을 구하는 것은 인간'이란 사실을 빼어난 연기를 통해 보여준다.

오베와 그의 이웃들. 이들은 '인간을 구하는 것은 인간'이란 사실을 빼어난 연기를 통해 보여준다.ⓒ (주)싸이더스


<오베라는 남자>는 자살을 결심한 쉰아홉 사내가 어떤 과정을 통해 삶의 따스함과 의미를 다시 찾게 되는지를 느리고, 편안한 화면에 담아낸다. 그 과정을 때론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스피디하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조율하는 하네스 홀름 감독의 역량이 만만찮아 보인다.

극장을 찾은 관객들의 체온이 1도쯤 올라가는 건 억지스러운 눈물이나, 작위적인 감동 강요가 아닌 "언제나 삶이란 죽음보다 따뜻한 것"이란 메시지를 영상에 담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감독의 자연스러운 연출력 때문이다.

눈에 띄는 전작을 만든 바 없는 이름 생소한 감독과 더불어 <오베라는 남자>를 떠받치는 힘은 그들 역시 한국 영화팬들에게는 무명에 가까운 조연들이다.

오베의 이웃에 살면서 다소간은 고집불통이자 융통성 없는 원칙주의자에게 '인간적 따스함'을 선물하는 사람들. 그중 기자가 눈여겨본 배우는 이란 출신 이주여성으로 분한 바하 파르스. 오베로 하여금 "그 가족들을 돕느라 죽을 시간도 없다"고 푸념하게 만드는 가족의 엄마 역인데, 그녀를 포함한 딸들의 연기는 배꼽을 잡게 하다가도 일순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결국 인간을 구하는 것은 인간이 아닐지

 오베의 아내 역을 맡은 배우. 낭만적이고 헌신적이며 선량한 품성을 가진 여성으로 분했다.

오베의 아내 역을 맡은 배우. 낭만적이고 헌신적이며 선량한 품성을 가진 여성으로 분했다.ⓒ (주)싸이더스


오베의 아내를 연기한 배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낭만적인 사랑이 거세된 21세기에 돈 한 푼 없이 '낭만'과 '사랑'만으로 결혼에 이르는 과정과 교통사고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상대에 대한 믿음이란 정신적 힘으로 이겨내는 감동적인 영상은 이 영화의 동명 원작소설을 찾아 읽고 싶게 만든다.

"절망과 고통에 빠진 인간을 구하는 것은 신(神)이 아닌 인간"이란 문장은 무신론자들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멀리 있는 신이 아닌 가까이 있는 인간(오베의 이웃)이 죽은 아내가 그리워하며, 자신을 헌신짝처럼 내버린 회사에 분노하던 '또 다른' 인간을 자살의 유혹에서 구한다. 그 과정은 한없이 따스하고, 그래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 인간인 우리의 체온을 올린다.

오늘, 내 삶이 가치 없다는 자학과 비탄에 빠진 이들, 죽음으로써 현재의 고뇌와 고독이 해결될 수 있다는 슬픈 착각에 빠진 이들에게 <오베라는 남자>의 스웨덴식 '희망 되찾기' 방식을 권한다.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등의 저자. <경북매일신문> 기자.

객관적이지 않습니다. 사심을 담습니다. 다만 진심입니다. 제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제 진심이 닿으리라 믿습니다. 공채 7기 입사, 사회부 수습을 거쳐 편집부에서 정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은 오마이스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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