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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대정부질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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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포털 댓글창과 SNS를 달궜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한 문답이 문제가 됐다. 30여 분의 질의응답 중 논란이 된 부분은 이 대목이다. 일단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표창원 :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서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이 여고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이것이 은폐됐던 사실 잘 알고 계시죠.

황교안 : 알고 있습니다.

표창원 : 원인이 무엇이라 진단하고 계십니까.

황교안 : 기본적으로는 담당 경찰관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잘못된 처신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정부에서도 경찰관 관리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표창원 : 개인적 일탈이라는 말씀인데요, 저희들의 분석이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대통령의 4대악 척결 공약을 너무나 충실히 이행하려는 경찰이 4대악 중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학교폭력전담 경찰관 제도를 증설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학교폭력전담 경찰관의 선발기준을 인지도와 호감도, 두 가지로 평가합니다. 그래서 여학교에는 잘생긴 젊은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 결국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예견돼 있었고요, 아울러 경찰관들에게 부여되는 점수 중에 가장 높은 것이 홍보점수입니다. 홍보를 잘하면 7점 기사에 보도되면, 중요 범인을 검거하면 5점입니다. 이런 것들이 이 사건을 만들어냈고, 은폐하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이해하고 계십니까?

오후 3시 30분여부터 시작된 표 의원의 문답은 영상으로 다시 확인해 봐도 마찬가지다.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해당 발언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격화됐다. 그리고 다음 날인 6일 오전, 이번엔 새누리당이 발 벗고 나섰다.

"왜곡된 성 의식" vs. "사과하지만, 제도적 문제 지적한 것"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한 표창원 의원의 관련 인터뷰 내용 중 일부.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한 표창원 의원의 관련 인터뷰 내용 중 일부.
ⓒ S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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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라 의원 등 새누리당 여성 국회의원 9명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 의원에게 "왜곡된 성의식을 준엄하게 심판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들은 "국민의 대변인인 국회의원의 명예를 먹칠한 표 의원의 윤리위원회 회부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앞서 표 의원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논란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린다"며 발언의 진위와 발언의 전후 맥락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표현 자체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전제 하에 이렇게 부연했다.

"다만 그 말씀의 요체는 경찰에서 학교 전담 경찰관을 선발하면서 기준을 두 가지로 내걸었습니다. 한 가지는 인기도고 두 번째는 호감도고요. 그런 기준으로 선발하다 보니까 여학교나 남학교 우리 학생들에게 인기도와 호감도를 높일 수 있는 조건이 뭐냐. 결국 외모로 선발하는 현상이 벌어졌다는 거죠.

그리고 학교 전담 경찰관뿐만 아니라 경찰관 전체에 대한 평가 지표 중에 가장 높은 점수를 홍보 점수로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 범인 검거를 해도 5점밖에 못 받는데 홍보 기사 하나 나면 7점을 주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학교 전담 경찰관들이 자꾸 포스터를 붙이면서 외모를 나타내고 무엇이든 상담해주겠다 이러한 이벤트도 하고요.

그러면서 자꾸 위험한 상황들이 연출되는 그런 제도적인 문제들이 있었다는 거죠. 이런 부분을 보지 않고 단지 현재 적발된 개인 경찰관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집중할 경우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 하게 되고 추가적인 문제의 예방을 못 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한 것입니다."

표 의원의 발언 자체를 두둔할 수는 없지만...

표 의원의 "여학교에는 잘생긴 젊은 남자 경찰관, 남학교에는 예쁜 여자 경찰관" 발언 자체를 두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맥락을 제거한 채 표 의원의 '워딩' 자체만을 물고 늘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표창원 의원은 황교안 총리의 질의응답 내내 '일베'와 '여혐', '강남살인남'이나 '성범죄 피해자 인권' 등을 질문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말'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앞에 붙은 '여학교'와 '남학교'다. 성관계를 맺은 건 경찰관 개인의 잘못일 수 있지만, 여학교에 남자 경찰을, 남학교에 여자 경찰을 배치한 점은 지적할 수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이라면 예방은 물론 상담 차원에서도 동성의 경찰관을 배치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흥미로운 것은 표 의원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논란'으로 번지고 이를 받아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논평을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딱 석 달 전인 지난 4월 6일, 총선을 열흘 앞둔 시점에서 새누리당 중앙여성위원회(아래 여성위) 소속 의원들은 "대한민국 여성 우롱하는 표창원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며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당시 표창원 후보가 <딴지일보>와의 인터뷰 중에 발언한 '포르노 합법화' 관련 내용을 <뉴데일리>와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가 물고 늘어졌고, 새누리당 여성위원회가 전체 맥락은 거세한 채 이들 보도를 전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표 후보 비판에 열을 올린 것이다. 어째 정황이나 과정이 흡사하지 않은가. (관련 기사 : 표창원-김용민 엮는 보수세력, '작전'의 냄새가 난다)

"정치인의 지위 이용해 사익 추구하고 국정과 민생 어지럽히면 정레기, 언론의 특권 이용해 악의적 기사로 진실 왜곡 한다면 기레기. 전 정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언론의 자유를 존중하며 표현의 자유 지키겠습니다. 당신도 기레기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6일 오전 표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다. 의도가 의심되는 일부 언론의 부화뇌동과 이를 받아 쓰는 여당의 협공. 표 의원이 '정레기'와 '기레기'라 일갈한 것은 바로 이러한 협공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잘잘못은 가리면 그만이다. 초선, 재선 여부를 떠나 잘못한 게 있으면 국민 앞에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의정 활동에 매진하면 그만이다.

표 의원의 경우처럼, 맥락을 보면 그의 진의를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 정치 행위는 위험하다. 마치 철 지난 유행가처럼 반복하는 것은 더더욱. 


태그:#표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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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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