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비 심사 회의록

2016년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비 심사 회의록 ⓒ 영화진흥위원회


지난 4월 27일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의 '2016년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심사 결과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논란이 있기에 충분했다. 영진위는 부산국제영화제(아래 부산영화제)에 2년 연속 10억 원 미만 지원을 결정하며, 지난해에 이어 정치적 압박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전년도(8억 원)에 비해 증가한 9억5000만 원 지원을 결정했지만, 기재부로부터 10억 원 이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국제행사로 승인이 난 상태에서 이를 무시한 형태가 됐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표면적으론 증가했지만... 여전한 BIFF 지원금 대폭 삭감)

이에 대해 영진위는 "지원사업은 관련 규정 및 지침에 따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심사위원회에서 공정한 절차를 거쳐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된다"며 "전년도 지원금액을 기준으로 각 영화제에 대한 평가점수를 감안해서 올해의 영화제별 지원예산의 증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타 부처나 기관의 의견이나 결정과 관계없이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심사"임을 강조하며, 심사에 대한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정말로 영진위의 심사는 공정했을까? <오마이뉴스>가 최근 입수한 '2016년 국제영화제 육성지원사업 예비 심사 회의록'을 살펴보면, 공정성과 독립성을 말하는 영진위 주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심사위원 구성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정치적 심사에 대한 의혹만 더욱 커지고 있다. 영진위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심사 논란 일으킨 인물이 또 다시 심사위원으로

 영화진흥위원회는 정말로 '공정'하게 심사했을까?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이 2년 연속 10억 원 미만으로 책정됐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정말로 '공정'하게 심사했을까?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이 2년 연속 10억 원 미만으로 책정됐다. ⓒ 영화진흥위원회


지난해 부산영화제 삭감 논란으로 지탄을 받은 인사가 또다시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창유 용인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심사에서 심사위원장이었던 영진위 부위원장과 함께 부산영화제 예산 삭감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당시 한 심사위원은 두 사람이 예산 삭감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인 김병재 영화평론가협회 이사 역시 심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인사라는 평가다. 김 이사는 2013년 박근혜 정권 출범 직후 문화미래포럼 등 우익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 나가 '좌파 지배 문화 현실과 대책'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영화계만큼 좌파들이 실세를 이루고 있는 곳이 없다, 문화예술계가 좌편향 돼 있고 영화계가 특히 심하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정치적 탄압 논란을 겪고 있는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해서도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이용관 전 위원장과 전·현직 직원에 대한 법률적 사안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영대 영진위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는 독립예술영화관들을 문 닫게 하고 있다는 '예술영화관 유통지원사업'을 옹호해 독립예술영화관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인사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영진위 심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부산영화제 한 관계자는 "심사위원 구성을 확인하고 나서 말이 나왔다"며 "저런 사람들로 구성된 심사위에서 나오는 결과야 뻔한 것 아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심사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은 "(부산영화제가) 전체예산의 거의 50% 이상을 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고, "전년도 심사위원회에서 '자생력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을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심사 과정에서도 부산영화제는 다른 영화제들의 지원금을 정한 뒤 맨 마지막에 남는 금액을 배정받았다. 또 10억 원 이상 지원 요건을 갖췄음에도 영진위 관계자가 "꼭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회의록에 나와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5년과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교부 내역을 도표화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5년과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교부 내역을 도표화했다. ⓒ 성하훈


예전 영진위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한 영화관계자는 "영진위 직원들이 심사 과정에서 하는 말은 심사 가이드라인과 다름없는 이야기로 보면 된다"며 "노골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지만, 심사위원들 입장에서는 대략적인 기준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김창유 심사위원은 심사 경험이 있는 분이라 넣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심사위원들은 무작위 추첨하는 절차를 통해 선정된 것이지 임의로 누군가를 선정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모든 영화제가 신청한대로 다 주고 싶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며 "10억 원 이상 지원 심사를 통과했어도 꼭 지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작년보다 1억5000만 원 늘려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가 그간 15억 원 안팎을 꾸준히 받아왔다는 점에서 영진위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정부의 각종 평가지표에서도 호평이 많았던 영화제가 <다이빙벨> 논란 이후 10억 원 미만의 지원을 받는 것은 정권 차원의 탄압에 영진위가 적극 나서는 모양새로 비칠 뿐이다. 겉으로는 증액했다고 말할 수 있으나, 이전 기준과 대비하면 여전히 3분의 1 이상 삭감된 액수다. 

영진위 국제영화제 부산영화제 정치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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