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한 장면. 작품 속 인물들이 움직이는 주요한 동기는 '돈'이다.

<사냥>의 한 장면. 작품 속 인물들이 움직이는 주요한 동기는 '돈'이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돈' 때문에 각기 다른 직업의 인간들이 한 장소에 모여 같은 목적으로 집단을 이룬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사냥>이다. 화면이나 사운드 등의 작품성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욕망에 주목하게 됐다. 용두사미가 된 영화의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사냥>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재벌의 하수인, 형사, 공무원, 전문 사냥꾼, 공학박사, 조폭 우두머리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구성원 중 한 명인 형사가 자신의 고향에서 우연히 발견한 금맥 때문이다. 그곳은 산중턱이다. 금맥 주변 땅의 주인은 마을 할머니다. 한 많은 사연은 영화를 직접 보고 이해하시기 바란다. 이 할머니는 돈을 목적으로 모인 이 집단에게 최대의 장애물이 된다. 영화는 '돈'과 '도리(도덕성)'라고 하는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양극단에 위치한 두 가치를 작품의 제재로 선택했다.

'돈'의 기원

역사상 최초의 화폐는 수메르인의 '보리'로 알려져 있다(유발하라리 <사피엔스> 참조). 기원전 3000년 경이다. '실라'라고 불리는 단위를 사용했는데 이는 대략 1리터라고 한다. 그래도 보리는 실질적 가치를 지녔지만 내재적 가치가 없는 돈, 그렇지만 저장과 운반이 비교적 쉬운 돈이 출현한 것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다. 시기는 기원전 3000년과 기원전 2000년 사이의 어디쯤이라고 한다. 은으로 된 세겔이다. <구약성경>과 함무라비 법전에 등장하는 화폐다. 세겔은 은 166그램이라고 한다. 은화가 아니라 은의 양으로 결정되는 화폐라는 말이다.

최초의 주화는 기원전 640년경 아나톨리아 서부 리디아의 왕 알뤼아테스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 무렵 대륙 저편 중국 역시 청동 동전이 화폐 시스템으로 개발됐다. 이로써 모든 재화와 용역의 저장과 운반이 자유로워진다.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원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리디아와 중국 사이에 금전적, 상업적으로 밀접한 관계 형성을 도왔다고 한다.

돈의 두 가지 보편적 원리 즉, 보편적 전환성과 보편적 신뢰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무역과 산업에서 효과적으로 협력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영화 속 이야기에서처럼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지역 전통, 친밀한 관계, 인간의 가치를 하찮은 것으로 전락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인간공동체와 가족들은 늘 명예, 충성심, 도덕, 사랑과 같이 '돈'으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삼았기 때문이다.

'사냥'으로 사냥할 수 없는 것들

 <사냥>의 한 장면. 이 영화는 그나마 안성기 때문에 볼 만하지만, 그 안성기도 영화 전체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사냥>의 한 장면. 이 영화는 그나마 안성기 때문에 볼 만하지만, 그 안성기도 영화 전체를 구원하지는 못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사냥>을 보기로 작정한 이유는 단 한 가지, 환갑을 훌쩍 넘긴 국민배우 안성기의 출연이었다. 비록 이야기 얼개와 액션이 모두 엉성한 바람에 빛이 바래긴 했지만, 산허리를 허리가 휘도록 내달리며 '악'을 처단하는 안성기의 맹활약은, '돈'에 대한 욕망보다 더 가치로운 것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기에 충분했다.

돈은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려고 탄생한 것이 맞다. 그 실질적 가치가 전무한 돈은 그러나, 자체를 위해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해 괴물을 양산하고 말았다. '옥시사태'에서 보듯이 대학교수가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맹독성 물질의 안전을 보장하고 비리를 척결해야 할 형사가 범죄자들과 새로운 거악(巨惡)을 도모하는 이유는 모두 돈 때문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해봐야 소용없다.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신성한 가치를 일깨울 만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의 소중함을 견지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돈으로 뭉쳤기 때문에 상황이 불리하게 되자 악당들은 하나하나 배신자로 돌변한다. 해체된 조직의 말로는 뻔하다. 악당들의 목표가 돈이었으므로 배신과 살인도 이들이 고려할 만한 가치가 아니다. 기승전전(錢)이다.

영화적 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좀더 활극과 욕망을 부각해 스토리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잡한 가족사와 사족처럼 달라붙은 형사 간 갈등, 그리고 동막골의 강혜정을 연상시키는 여배우의 강원도 방언은 오히려 영화 몰입에 방해요소가 됐다. 별점은 5점 만점에 2.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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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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