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영화관을 한 단어로 떠올리면 '시원'이다. 시원하다. 바깥은 덥고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영화관으로 향한다. 하지만 차등가격 좌석제를 생각하면 영화관에 가는 길이 절대 가볍지만은 않다. 이렇다 할 경제활동이 없는 대학생인 나에게는 영화관에 가는 것이 점점 버거워진다. 그렇지만 기대되는 영화들은 늘 개봉하기 마련이다. 7월도 마찬가지. 주머니 사정을 더욱 위협하는 특정 영화관은 거부해야 하겠지만, 기대되는 영화들을 위해서라면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아끼지 않아야겠다는 마음도 동시에 든다.

애니메이션에서 실사로, 연상호의 <부산행>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독보적인 인물, 연상호가 메가폰을 잡았다.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떨까.

한국 애니메이션계에 독보적인 인물, 연상호가 메가폰을 잡았다.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떨까. ⓒ NEW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분투·노력하는 생산자들의 구슬땀에 비해 제도적인 뒷받침도 미비하고, 관객들의 관심 또한 미국 혹은 일본으로 향해 있다. 이 와중에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과 <사이비>는 척박한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어떤 가능성을 제시했다. '따뜻함', '포근함'과는 먼 그의 애니메이션은 사회 한구석에 깊숙이 자리한 폭력을 가만히 응시하며 구조를 폭로했고, 꽤 많은 관객이 그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곱씹었다.

그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사 영화 <부산행>으로 관객 앞에 선다. 이미 작년에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영화제에서 공개하고, 공유, 정유미, 마동석 등의 배우들이 등장한다는 소식에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물론 장르적으로는 변화를 꾀했지만, <부산행>이 그리는 지점은 전작 애니메이션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부산행>은 열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겪는 재난에 대한 이야기고,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들이 등장한다. 좀비물과 여름. 어쩌면 떼려야 뗄 수 없는 뻔한 계절 서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연상호의 좀비는 어쩐지 달라 보인다. 전국을 초토화한 바이러스, 유일하게 초기 대응에 성공한 부산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사투를 펼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개인의 공포나 이기적 본능에만 국한되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 사회 내에서 재난은 더는 개인의 것이 아니고 폭력적인 구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부산행으로 향하는 기차는 다양한 인물들을 그리는 동시에 계급의 대립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검은 속내를 파헤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어두운 이면에 치중하고 사회적 모순을 끌어 올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던 그가 실사 영화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7월 20일 개봉.

모든 순간이 합리적일 수는 없다, 우디 앨런 <이레셔널 맨>

 비이성적인 감독, 우디 앨런의 신작 <이레셔널 맨>이 개봉한다. 우디 앨런의 작품은 언제나 기대 그 이상을 채워준다.

비이성적인 감독, 우디 앨런의 신작 <이레셔널 맨>이 개봉한다. 우디 앨런의 작품은 언제나 기대 그 이상을 채워준다. ⓒ (주)프레인글로벌


"난 사람들이 딴생각을 하게 만들려고 영화를 찍는다."

특유의 발칙한 상상과 유머러스함을 스크린에 올리는 우디 앨런의 신작이 곧 개봉한다. 비이성적인 남자라는 뜻의 <이레셔널 맨>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자기 자신까지 영화 속에 등장시키면서 비이성적인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많이 그렸었다. 이번 영화는 대놓고 비이성적인 남자다.

<이레셔널 맨>의 간략한 이야기는 이렇다. 결혼에 실패하고 생의 의지를 잃은 중년 교수인 에이브가 매혹적인 학생 질과 사랑에 빠지고 범죄에 휘말리는 내용을 담으며 에이브의 변화에 초점을 둔다. 에이브 역은 <그녀>(2014)에서 인상적인 주인공 역을 수행했던 호아킨 피닉스가 맡았는데, 활력이 없던 인물이 제자와의 사랑으로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는 인물이 된다. 영화의 러닝 타임 동안 호아킨 피닉스의 변화 양상은 이 영화를 바라보는 데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영화는 사람들을 현실에서 끌어낸다"고 그가 말한 듯, 현실에서 맞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영화는 잠시 '왜'라고 멈출 필요가 있다. 혹은 한 번쯤 물어봐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삶의 양상과 의미는 각자 다르므로, 일원화된 답이 결코 만능열쇠가 될 수 없다. <이레셔널 맨>의 에이브 역시 실존주의적인 기로 아래 파격적인 선택을 한다. 그의 선택을 보면서 관객들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잠시 기능을 멈췄던 '왜'라는 질문이 다시 재생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21일 개봉.

기억을 안고 산다는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환상의 빛>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팬을 확보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데뷔작이었던 <환상의 빛>이 관객의 마음을 빛으로 가득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국내 마니아들 사이에서 꽤 팬을 확보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데뷔작이었던 <환상의 빛>이 관객의 마음을 빛으로 가득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 씨네룩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첫 장편 영화 <환상의 빛>(1995)이 21년이 흘러 7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환상의 빛>은 소설가 마야모토 테루의 동명 소설 <환상의 빛>을 원작으로 삼고 만들어진 영화이다. 특별전에서만 몇 번 상영했기에, 관객들 사이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이미 일본의 거장으로서 발돋움한 그의 첫 영화는 어떤 모습을 그릴까?

영화는 상실의 기억을 끌어안고 사는 유미코의 일상을 조명한다. 가장 가까운 이인 남편 이쿠오의 죽음 이후 7년, 그녀는 행복한 일상을 되찾은 듯 보이지만 결코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실은 죽은 자의 몫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이러한 처절한 명제 속에서 살아가는 유미코에게 영화는 어떤 '빛'을 던져줄 수 있을까? <환상의 빛>은 제목처럼 '빛'에 대한 영화일까, 아니면 모든 것이 꿈 같은 일이라는 '환상'에 대한 영화일까?

최근 누군가를 알기 시작하면서 그(혹은 그녀)와 부쩍 친해지고, 문득 첫사랑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은 순간을 맞이할 때가 종종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흠모했던 관객이라면 그의 처음인 <환상의 빛>은 한 번쯤 열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충동은 만족으로 귀결될 것인가? <환상의 빛>은 개인적으로 만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여겨진다. 7월 7일 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제형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grainencyclopedia.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봉 환상의 빛 부산행 이레셔널 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