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엘리펀트송> 프레스 리허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마이클은, 실종된 정신과 의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병원 원장이자 의사인 그린버그는, 마이클을 통해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마이클은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고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그 와중에 간호사 피터슨은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4월 22일 개막, 6월 26일 폐막.

▲ 마이클의 모함 마이클은 자신이 주치의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모함한다. 그린버그는 처음에 이를 믿지 않지만, 과거에 비슷한 사건으로 곤란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를 쉽게 무시하지도 못한다. 연극 <엘리펀트송>은 마이클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도록 작품 끝까지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힘이 제법 괜찮다. ⓒ 곽우신


연극 <엘리펀트송>에 관하여
연극 <엘리펀트송>은 지난 200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첫 리딩을 거친 후 2004년 캐나다 스트랫퍼드 축제에서 개막한 작품이다. 이후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 공연했으며,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15년 처음으로 라이선스 작업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지난 4월 22일 서울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개막한 후 6월 26일 재연 공연의 막을 내렸다. 오는 7월 1일과 2일, 울산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마이클은 엄마 뱃속에 10개월 동안 있었다. 그 10개월은 아마도, 마이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고, 엄마에게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다고 느꼈을 테니까. 그런데 코끼리는 뱃속에 22개월 동안이나 새끼를 품는다. 코끼리는 알면 알수록 정말 굉장한 생물이다. 가족끼리 무리 지어 생활하고, 사랑하는 코끼리를 위해 슬퍼할 줄 알고, 죽은 가족의 뼈도 알아본다니.

마이클은 그래서 코끼리를 좋아한다. 병원 간호사 피터슨을 향해 코끼리 같다고 욕하지만, 사실 마이클은 코끼리를 좋아하는 것만큼 피터슨도 좋아한다. 심지어 마이클이 피터슨에게 들려주는 농담조차도 코끼리에 관한 것이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인형 안소니도 코끼리 인형이다. 마이클의 주치의인 로렌스의 서랍장 안에는 코끼리 사진이 들어 있다.

마이클은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연극 <엘리펀트송> 프레스 리허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마이클은, 실종된 정신과 의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병원 원장이자 의사인 그린버그는, 마이클을 통해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마이클은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고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그 와중에 간호사 피터슨은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4월 22일 개막, 6월 26일 폐막.

▲ 마이클의 눈물 처음 만난 아버지, 처음 만난 코끼리. 아마 마이클은 굉장히 즐겁고 신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긍정의 감정은 코끼리의 죽음과 동시에 나락으로 급전직하한다. 평생의 트라우마가 된 코끼리의 죽음. 마이클은 자신을 '하얀 코끼리'로 여기게 된다. 쓸모 없는, 버림 받은. ⓒ 곽우신


마이클은 이처럼 코끼리에 집착한다. 그때 본 코끼리의 눈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처음 만난 아버지는 그를 사파리로 데려갔고, 그가 보는 앞에서 거대한 코끼리를 쏴 죽였다. 그 코끼리는 죽기 전에 정말 슬픈, 아주 슬픈 비명을 내질렀다. 마치 노래처럼.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외롭게 눈을 감았다. 마이클은 그 코끼리의 눈에 사로잡혔고, 자신 역시 그처럼 쓸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마이클은 그러니까, 사랑받고 싶었다. 그에게는 가족이 필요했다. 마이클에게는 가족이 없다. 아니, 있었다. 하룻밤 불장난 때문에 태어난 마이클은, 평생에 딱 한 번밖에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지만, 어머니는 곁에 있었으니까. 사파리에 다녀온 후 아파하고 있는 마이클에게 어머니는 안소니 인형을 건네줬다. 그리고 코끼리에 관한 노래를 불러줬다. 엄마는 아주 노래를 잘했다. 오페라 가수였으니까.

마이클은 희망을 품었다. 자신에게도 가족이 있다고. 어머니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하지만 상기했듯, 가족은 잠시 '있었을' 뿐이다. 가수로서 바빴던 어머니는 마이클을 등한시했다. 마이클은 언제나 외톨이였다. 그의 곁에는 안소니 인형만 있었을 뿐이다. 코끼리는 가족끼리 사랑하는데, 자신도 코끼리처럼 사랑받고 싶은데, 어머니는 그런 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다.


연극 <엘리펀트송> 프레스 리허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마이클은, 실종된 정신과 의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병원 원장이자 의사인 그린버그는, 마이클을 통해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마이클은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고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그 와중에 간호사 피터슨은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4월 22일 개막, 6월 26일 폐막.

▲ 마이클의 외면 어머니라는 존재는 얼마나 큰가. 우리는 모두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한다. 어머니라는 존재는 많은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처음으로 마주하는 사랑이며, 그 애정이 어떻게 채워졌느냐에 따라 평생의 갈증 정도가 결정된다. 그리고 마이클은 음정 3개보다 못한 자신의 처지에 크게 좌절한다. 누가 그를 향해 쉽게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 곽우신


마이클은 어머니를 죽였다. 마이클이 정신병원에 갇힌 이유도 그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직접 죽인 건 아니다. 어느날, 어머니는 자신을 향한 악평이 실린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아 쓰러졌다. 마이클은 재빨리 어머니에게 뛰어갔고, 구급차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마이클에게 "사랑한다" 혹은 "미안하다" 하다못해 "살려줘"라는 말 대신, "음정 세 개를 틀렸어"라고 말했다. 마이클은 전화를 끊고 어머니에게 속삭인다. "편히 쉬어"라고.

마이클은 가족이 필요했다. 어쨌든, 최소한 자신을 음정 3개보다는 사랑해줄 가족이. 가족끼리 서로 사랑하는 코끼리처럼. 마이클은 이 정신병원에서 그런 가족을 찾은 것 같았다. 자신의 주치의인 로렌스는 똑똑하고, 친절하고, 상냥했다. 그리고 자신을 진심으로 염려해줬다. 하지만 로렌스는 마이클과 자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마이클이 원했는데! 진짜 가족도 따로 있었다. 사촌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이클과의 상담 중간에 차를 타고 가버릴 정도로 소중한.

마이클은 게임을 시작한다


연극 <엘리펀트송> 프레스 리허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마이클은, 실종된 정신과 의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병원 원장이자 의사인 그린버그는, 마이클을 통해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마이클은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고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그 와중에 간호사 피터슨은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4월 22일 개막, 6월 26일 폐막.

▲ 마이클의 거래 똑똑한 마이클은 피터슨의 우려대로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 그리고 그린버그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만약 그린버그가 마이클을 만나 대화를 나누기 전에 차트를 먼저 봤다면, 이 극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을 것이다. 아주 작은 사건이, 아주 큰 결과를 바꿔놓고는 한다. ⓒ 곽우신


마이클은 상처받았다. 그래서 침묵했다. 병원장 그린버그가 사라진 로렌스의 행방을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린버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병원으로 불려 나온 것이 굉장히 불쾌한 듯 보였다. 하지만 마이클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마이클에 관한 차트를 먼저 보고, 마이클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내린 후 거기에 실제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았으니까. 그는 차트보다 마이클을 먼저 봐줬다. 있는 그대로의 마이클을 봐줄 수 있는 사람, 이 사람이라면….

마이클은 태도를 바꿔 그린버그와 거래를 시작한다. 마이클은 힌트를 주고, 그린버그는 정답을 맞히고. 마이클은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진술을 수없이 번복한다. 로렌스에 대한 모함과, 피터슨에 대한 험담으로 그린버그를 시험한다. 그리고 조금씩,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에 대해서, 코끼리에 대해서, 로렌스에 대해서. 빨리 사실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던 그린버그도, 어느 순간 환자를 보호해야 할 의사로서, 그리고 상처받은 아이를 보듬고 싶은 어른으로서 대화에 빠져든다.

마이클은 그린버그에게 로렌스의 쪽지를 건네준다. 그린버그는 로렌스가 왜 갑자기 병원을 떠났는지 알게 됐고, 안심한다. 그린버그도 마이클이 요구했던 아몬드 초콜릿을 건네준다. 마이클은 굉장히 신난 표정으로, 그 초콜릿을 집어 들어 삼킨다. 진실은 밝혀지고, 해프닝은 끝나고,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는 해피엔딩인 것 같다. 아주 잠시 동안.


연극 <엘리펀트송> 프레스 리허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마이클은, 실종된 정신과 의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병원 원장이자 의사인 그린버그는, 마이클을 통해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마이클은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고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그 와중에 간호사 피터슨은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4월 22일 개막, 6월 26일 폐막.

▲ 마이클의 초콜릿 마이클은 아몬드 초콜릿이 이 병원에서 돈이나 다름 없다며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설명한다. 하지만 아몬드 초콜릿이 진짜 소중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을 이 병원이라는 공간으로부터 해방시킬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를 가장 강렬하게 확인해줄 존재이기 때문이다. 많은 자살은, 사실 자신의 존재를 죽음으로 증명하는 모순적 행동이다. ⓒ 곽우신


마이클은 사랑 없이 살 수 없었다. 언제나 사랑에 목말랐던 마이클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싶었다. 그는 로렌스와 통화하는 그린버그에게, 자신에게도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다. 그리고 로렌스에게 고백한다. 아몬드 초콜릿을 먹었다고. 로렌스가 서랍장 속에 꼭꼭 감춰뒀던 그 초콜릿을. 로렌스는 그 말을 듣고 울었다. 마이클은 기뻤다. 자신은 사랑받고 있었다. 지금 여기,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마이클은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 그것도 아주 심한. 아몬드 초콜릿을 먹는다는 건, 자살을 의미했다. "그런 거 있잖아요, '사랑 아니면 죽음을 달라!' 뭐 그런 거"라던 마이클. 그는 정말로 사랑 아니면 죽음을 선택했다. 마이클은 가장 소중했던 안소니를 피터슨에게 맡긴다. 꼭 피터슨이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해왔다고. 그린버그에게도 당부한다. 아이를 낳게 되면 단 1분 1초도 허비하지 말고 사랑해달라고. 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연극 <엘리펀트송> 프레스 리허설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연극 <엘리펀트송>의 프레스 리허설이 열렸다. 정신병원에 갇힌 마이클은, 실종된 정신과 의사의 행방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병원 원장이자 의사인 그린버그는, 마이클을 통해 실종된 친구를 찾으려고 하지만 마이클은 쉽사리 대답해주지 않고 게임을 하자고 조른다. 그 와중에 간호사 피터슨은 뭔가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4월 22일 개막, 6월 26일 폐막.

▲ 마이클의 죽음 어른들은 마이클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그를 사랑했고, 지켜주고 싶었지만 결국 떠나 보내고야 말았다. 그들은 아마 남은 평생을 자책하면서 보낼 것이다. 마이클은 행복하게 죽었을지 모르지만, 남은 우리의 상처는 너무 크다. 아무도 탓할 수 없는 비극. 이 작품의 마지막이 먹먹해지는 이유이다. ⓒ 곽우신


마이클은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마치 그날의 그 코끼리처럼. 하지만 그날의 코끼리가 외롭게 죽어갔던 것과는 달리, 마이클은 사랑 속에 죽었다. 그를 구하지 못한 그린버그와 피터슨만 주저앉아 울 뿐이다. 죽은 코끼리가 마이클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겼듯, 마이클이 남은 자들에게 남긴 상처는 어쩌란 말인가. 우리 모두가 사랑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들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1분 1초도 허비하지 않는 것뿐이다.

연극 <엘리펀트송>의 포스터 지난 26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막을 내린 연극 <엘리펀트송>이 오는 7월 1일과 2일, 이틀 간 울산광역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2016년 마지막으로 울릴 코끼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연극 <엘리펀트송>의 포스터 지난 26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막을 내린 연극 <엘리펀트송>이 오는 7월 1일과 2일, 이틀 간 울산광역시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관객을 맞는다. 2016년 마지막으로 울릴 코끼리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 (주)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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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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