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하고 독하게 영화 속의 메시지를 읽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합니다. 청년의 통통 튀는 감성을 담아 표현하고 소통하겠습니다. [편집자말]
 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재밌는 서사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대해서 되묻는다.

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재밌는 서사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대해서 되묻는다. ⓒ (주)영화제작전원사


질문을 먼저 하면서 시작하고 싶다. 만약, 당신의 기억이 뒤죽박죽 섞이게 되면서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이 단편적인 기억들만 떠오르게 된다면, 당신이 느꼈던 감정이나 가치는 빛을 잃게 되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의 흐름이 어긋나더라도 그것의 가치는 그대로일까?

내가 이렇게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2014)을 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서 어학원 일을 그만두고 치료를 받으러 떠난 여자 권(서영화 분)이 그녀를 찾으러 온 남자 모리(카세 료 분)의 편지를 받고 나서 그 편지를 읽어가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 이 영화는 재밌는 서사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기존의 생각에 대해서 되묻는다.

뒤죽박죽 섞인 편지, 그리고 그들의 시간

 모리는 상원(김의성 분)과 대뜸 함께 웃으면서 즐거워 하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 묵고 있는 다른 손님과 싸우는 것을 말리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시면서 대뜸 상원의 빚을 갚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상원은 누구인지, 어째서 모리랑 친근하게 지내고 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리와 상원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모리는 상원(김의성 분)과 대뜸 함께 웃으면서 즐거워 하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 묵고 있는 다른 손님과 싸우는 것을 말리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시면서 대뜸 상원의 빚을 갚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상원은 누구인지, 어째서 모리랑 친근하게 지내고 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리와 상원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 (주)영화제작전원사


권은 모리의 편지를 받고 이를 읽기 시작한다. 편지를 읽던 그녀는 작은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진다. 그 과정에서 편지는 계단으로 쏟아져버리고 뒤섞인다. 여러 장의 편지에는 날짜가 적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어떤 것이 먼저 쓰인 편지인지 알 도리가 없어졌다. 그래서 권은 카페에 앉아 편지를 그냥 읽기 시작한다.

편지는 시간의 순서대로가 아니라 마구 뒤섞여서 권을 헷갈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는 영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권을 찾아 한국으로 온 모리의 일주일이 시간의 순서 없이 마구 뒤섞이면서 관객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모리는 상원(김의성 분)과 대뜸 함께 웃으면서 즐거워 하기도 하고 게스트 하우스에 묵고 있는 다른 손님과 싸우는 것을 말리기도 한다. 그리고 함께 술을 마시면서 대뜸 상원의 빚을 갚아주고 싶다고 말한다. 관객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상원은 누구인지, 어째서 모리랑 친근하게 지내고 있는지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리와 상원 사이에서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영선(문소리 분)도 마찬가지이다. 모리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찾아간 카페에서 영선을 처음 만난다. 영선은 일본인인 모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그런 그녀를 대하는 모리의 모습은 불편해 보인다. 그러다가 둘의 사이는 갑자기 가까워진다. 영선과 모리는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누군지 모를 남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도와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나눈다. 함께 이야기하는 남자가 누구인지, 도와준 게 무엇인지도 아직은 알 수 없다. 둘의 사이가 무언가를 계기로 가까워 진다는 것만 예측하게 한다.

이 영화는 계속 이런 식이다. 통상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시간을 마구 뒤섞어 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궁금증을 가졌다가 영화를 보면서 해결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에서 나온다. 친절하게 전해지지 않는 장면들을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하나씩 맞춰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 <자유의 언덕>이 관객들과 퍼즐맞추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에 대한 물음과 그것을 뛰어넘는 소중한 것

 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권은 모리의 편지를 뒤섞인 상태로 읽게 되었지만 그렇다 해도 권에 대한 모리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권은 모리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 받았고 느낄 수 있었다.

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권은 모리의 편지를 뒤섞인 상태로 읽게 되었지만 그렇다 해도 권에 대한 모리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권은 모리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 받았고 느낄 수 있었다. ⓒ (주)영화제작전원사


감독이 시간의 흐름을 뒤섞어 놓은 이유는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바로 시간의 개념에 대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모리는 '시간'이라는 책을 계속 들고 다닌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설명해 달라는 영선에게 이렇게 말한다.

"시간은 실존하는 그 무엇인가가 아니에요. 당신과 나, 그리고 이 탁자처럼 실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의 뇌가 과거, 현재, 미래란 시간의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꼭 그런 틀을 통해 삶을 경험할 필요는 없습니다."

모리의 이 말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나에게는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과학적인 개념으로 더 와닿게 느껴졌다. 이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을 해 보자면, 시간이라는 것은 4차원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방식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3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4차원을 느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4차원을 우리 나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쉽게 설명해 보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2차원이라고 해보자. 즉, 당신 앞에 놓인 종이 한장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그 종이 위에 상자를 하나 놓아보자. 2차원인 종이 속에서 우리는 상자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우리는 상자를 하나의 상자 자체로 보지 못한다. 상자의 한 단면의 넓이를 가진 사각형이 여러개가 겹쳐있는것으로 느껴지게 된다. 그 겹쳐진 것이 바로 시간인 것이다. 이것을 확장시키면 3차원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4차원을 한번에 느낄 수 없기때문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4차원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과학적인 개념이라서 쉽게 와닿지 않았을 것 같다. 핵심은 시간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실존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모리의 말처럼 뇌가 만들어낸 틀이라는 것이다. 이런 개념으로 생각해본다면 '과거 - 현재 - 미래'의 순서가 아니라 '미래 - 현재 - 과거'의 순서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보는 것 자체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이미 말한 내용이다. 시간의 흐름이 어긋나더라도 소중한 것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리가 권을 기다리면서 만났던 상원과의 관계, 그리고 영선과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이 원래대로 전해졌다면 달라졌을까? 아니다. 상원과의 우정이나 영선과의 짧은 사랑은 시간의 흐름이 달라졌다고 해도 비슷하게 느낄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권은 모리의 편지를 뒤섞인 상태로 읽게 되었지만 그렇다 해도 권에 대한 모리의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권은 모리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 받았고 느낄 수 있었다. 편지가 섞이지 않았다면, 권은 모리의 마음을 이해하기가 조금 쉽기는 했을 것이다. 관객들 역시 시간이 뒤섞이지 않았다면 모리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차이이다. 편지가 뒤섞이고, 시간이 뒤섞였지만 모리의 마음과 모리가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의 소중함은 그대로인 것이다.

우리는 시간에 얽매여서 살 때가 많다. 누군가는 상대방의 과거에 집착하기도 하고 자신의 과거에 슬퍼하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또한, 행복한 미래를 바라면서 현재를 희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가 어떻든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기든, 나라는 존재는 변하지 않는다.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자신이다. 시간이라는 틀을 벗어나 진정한 자신을 바라보는 방법.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간 자유의언덕 홍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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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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