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가 시즌 반환점을 맞이하는 때이다. 이 시점에서, 후반기 판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하나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눈길을 끈다. 지난해 가을 마카오 원정도박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던 4명의 선수들 중,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던 윤성환과 안지만(이상 삼성 라이온즈)이 최근 추가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의하면 마카오 호텔 정킷방에서 불법도박을 했다는 혐의로 윤성환과 안지만을 올 6월 초 소환하여 추가 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26일 밝혀졌다. 정킷방이란 카지노 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빌린 호텔 VIP룸을 의미한다.

폭풍을 일으켰던 원정도박 사태, 미완의 사건

 5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넥센 히어로즈 경기. 윤성환이 역투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의 윤성환 선수 ⓒ 연합뉴스


이 원정도박 사건은 2015년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던 도중 터졌다. 이로 인해 한국 시리즈에 직행하여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고 있던 정규 시즌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는 당시 의혹을 받던 선수 3명을 포스트 시즌 엔트리에서 빼야 했다.

당시 삼성 소속이던 임창용을 포함하여 윤성환과 안지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삼성은 선발투수와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투수 한 명 씩이 빠진 상태로 한국 시리즈를 진행했다. 삼성은 1차전을 겨우 승리했으나,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하면서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5년 연속 통합 챔피언 도전에 실패했다.

시즌이 모두 끝난 뒤 발표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임창용과 오승환(당시 한신 타이거즈)의 혐의가 입증됐고, 각각 1천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이로 인하여 임창용은 삼성 구단으로부터 방출되며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까지 놓였다.

이후 벌금형이 확정된 임창용과 오승환에게는 KBO리그 정규 시즌의 절반에 해당하는 72경기 출전 금지 처분이 내려졌다. 징계가 확정된 시점으로부터 72경기가 아니라 KBO리그 소속 구단과 계약한 시점부터 72경기이기 때문에 현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오승환은 향후 KBO리그 구단과 계약할 때까지 징계가 보류된 상태다.

나이 탓에 선수생명 연장 여부가 불투명했던 임창용은 마무리투수가 필요했던 친정 팀 KIA 타이거즈가 시즌 개막 직전에 그를 찾으면서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임창용은 올 시즌 개막전부터 징계를 수행 중이며, 추가 우천 순연 경기가 없을 경우 7월 1일부터 징계가 소멸되어 출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윤성환과 안지만의 경우 이후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들과 관련된 핵심 피의자가 당시 해외 도피 중이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당시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선수들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참고인 중지를 검토했으나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참고인 중지란, 검사가 참고인·고소인·고발인 또는 같은 사건 피의자의 소재불명으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행하는 처분을 일컫는다. 조사가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시즌을 치러야 하는 윤성환과 안지만의 처지는 애매하게 됐다.

일단 형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삼성에서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가 시즌이 개막한 뒤 몸을 풀게 하여 경기에 출전시켰다. 그리고 일단 팀의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에서 각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6월의 추가 조사, 후반기 삼성에 어떤 영향 미칠까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마운드에 서지 못했던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안지만이 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입장을 밝히고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해외원정도박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삼성 라이온즈 윤성환과 안지만이 지난 4월 3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던 중, 6월 초 삼성이 서울로 원정 경기를 온 시점에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두 선수를 소환하여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서울지검 측에서는 6월 말에 이 사실을 밝히며 향후 추가적인 파장을 예고했다.

현재 최종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고, 두 선수의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 조사 결과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두 선수는 남은 시즌을 마저 치르면 된다. 하지만 임창용이나 오승환의 경우처럼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임창용과 오승환의 경우, 벌금형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자 KBO리그 사무국에서도 두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린 바 있다. 현재 2016 시즌이 절반 가량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임창용과 오승환의 예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두 선수는 최소 올 시즌의 남은 경기 및 포스트 시즌 경기를 모두 출전할 수 없을 가능성 역시 있다.

공교롭게도 도박 의혹이 불거진 지난 가을부터 삼성은 급격한 하락세를 타고 있다. 정규 시즌 때까지만 해도 넉넉한 승차로 우승을 확정지었던 삼성은 한국 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 때부터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였다.

결국 한국 시리즈 1승 뒤 4연패로 허무하게 두산 베어스에 무릎을 꿇었고, FA 시장에서 몸값이 오를대로 오른 박석민(현 NC 다이노스)을 잡지 못했다. 2016년부터 삼성 구단은 삼성 라이온즈라는 독립 법인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의 삼성 구단과 마찬가지로 제일기획 산하 관리 구단이 되면서 구단 운영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성은 지난 25일까지 71경기에서 30승 41패를 기록, 5할 승률에서도 11경기나 모자란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물론 1위 두산과 2위 NC가 워낙에 크게 앞서 있는 탓에 4위 SK 와이번스부터는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고, 이로 인해 4위부터 10위까지는 막판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예년의 삼성에 비하면 너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전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시즌을 겨우 치르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두 선수에 대한 조사 결과가 전력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일 두 선수의 유죄가 입증돼 임창용과 오승환의 전례처럼 중징계를 받게 될 경우, 사실상 시즌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시즌의 절반을 치른 시점에서 밝혀진 윤성환과 안지만의 추가 조사 소식이 향후 삼성 구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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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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