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냥> 스틸컷. 조진웅, 안성기

금맥을 발견한 엽사 일행. 이들은 금을 독차지 하기 위해, 오르지 말아야 할 산에 오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들켜서는 안 될 장면을 들킨 엽사들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봐 버린 사냥꾼. 대규모 탄광 붕괴 사고가 일어난 외딴 산에서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르게 시작된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줄 영화 <사냥>이다.

단순한 스토리라인, 짧은 상영시간

24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사냥>의 스토리는 간단했다. 거대한 금맥을 발견해 들뜬 동근(조진웅 분) 일행과 그들 앞에 나타난 한 노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노파가 죽게 되고, 이를 목격한 기성(안성기 분)과 양순(한예리 분)은 동근 일행과 목숨을 건 추격전을 벌이게 된다.

<사냥>의 상영시간은 93분이다. <아가씨> 144분, <곡성> 156분. 120분 정도는 가뿐하게 넘는 요즘 영화들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짧다. 하지만 추격전을 빈틈없이 꽉꽉 채워, 이 템포로 100분을 넘겼다면 오히려 긴박감에 지쳤겠지 싶다.

산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단순한 스토리라인은 동근 일행과 기성, 양순의 추격전에 더 깊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상영시간이 120분쯤 됐다면 단순한 스토리를 허전하다 느낄 수도 있었을 테지만, <사냥>은 허전할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친다. 보통의 스릴러 영화가 3분짜리 롤러코스터라면, 사냥은 2초 만에 모든 게 끝나버리는 자이로드롭이랄까?  

극 중 동근 일행과 기성은 모두 엽사다. 때문에 이들의 추격전은 곧 총격전.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다 보니 액션물이든 스릴러물이든, 한국 영화에서 총격신은 그리 흔한 소재가 아니다. 가끔 총격신이 등장한다 해도 짧고 간결한 권총 소리거나, 소음기가 장착된 '슉- 슉-' 하는 작고 날렵한 총성이 대부분이었다. 군인이 주인공이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블랙요원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사냥>의 총성은 지축을 울린다.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커다란 총성은 영화를 보고 몇 시간이 지나도록 귓가에 맴돈다.

한국판 <레버넌트> 안성기

 영화 <사냥> 스틸컷. 조진웅, 안성기

<사냥>에는 극 중 안성기를 가리켜 '람보 영감'이라 부르는 대사가 나온다. 만 64세, 연기경력 59년 차 국민배우 안성기는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으로 시선을 붙든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만 64세, 연기경력 59년 차 국민배우 안성기는 가파른 산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구르고 부딪치며 그야말로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을 선보인다. 극 중 안성기를 가리켜 '람보 영감'이라 부르는 대사가 나오긴 하지만, '람보'보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속 휴 글랜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에 가깝다.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극 중 대사를 그대로 묻고 싶을 정도. 오스카 시상식 전, <레버넌트>를 보고 나오며 "와 이 정도 고생했는데 디카프리오 오스카 줘야겠다"라고 한 적이 있다. 같은 기준이라면 올해 시상식 남우주연상은 단연 안성기의 몫이라 할 만하다.

조진웅은 쌍둥이 동근·명근 형제 1인 2역을 맡아 극을 단단히 받친다. 둘 다 <끝까지 간다>(2013) 박창민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나쁜 경찰들. <시그널>에서 정의롭고 훈훈한 이재한 형사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조진웅의 배려 따윈 없을 것 같은 날카로운 표정과 서늘한 눈빛은 추격전을 더 긴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숨 막히는 추격전 곳곳 웃음 포인트도 많다. 감독이 의도한 웃음도 있었겠지만, 의도치 않은 웃음도 있었다. 긴박한 분위기에 생뚱맞게 웃음이 터진 순간이 있었지만, 분명한 건 실소는 아니었다는 사실.

만약 영화에서 의미나 메시지를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만족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재미와 오락을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사냥>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29일 개봉.

오마이스타's 한줄평 : 역시 실미도는 아무나 나오는 게 아니다. 실미도 교관 안성기의 무한 질주.

평점 : ★★★☆ (3.5/5)

영화 <사냥> 관련 정보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주)빅스톤픽쳐스
감독: 이우철
출연: 안성기, 조진웅, 한예리, 권율, 박병은
러닝타임: 93분
관람등급: 15세 관람가

 영화 <사냥> 스틸컷. 조진웅, 안성기

조진웅의 배려 따윈 없을 것 같은 날카로운 표정과 서늘한 눈빛은 <사냥>의 추격전을 더 긴박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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